2007-2008 브로드웨이 시즌 작품 중 가장 신선하고 에너지 넘치는 작품 중 하나인 <인 더 하이츠>(In the Heights). 린-마누엘 미란다(Lin-Manuel Miranda)라는 라틴계 젊은 아티스트가 대학 시절부터 창작을 시작, 7년여에 걸쳐 완성해낸 작품으로 지난해 오프 브로드웨이에서의 성공적인 공연 이후, 지난 2월 14일 브로드웨이의 리차드 로저스 극장에서 첫 프리뷰를 시작했다. 이 작품에서 린-마누엘은 전 곡의 작사, 작곡은 물론, 직접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는 뉴욕의 업타운인 워싱턴 하이츠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워싱턴 하이츠는 백인 보다는 다양한 유색인종의 주거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미국의 독립기념일(7월 4일)을 전후로 3일간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라틴계 가족과 이웃들의 인간적인 이야기가 시종일관 흥겨운 라틴 힙합과 함께 펼쳐진다.

라틴계 가족과 이웃들의 소박한 이야기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우스나비와 그가 좋아하는 미용사 바네사, 그리고 스탠포드 대학교에 다니다가 금전적인 문제로 학교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온 니나와 그녀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운수회사에 근무하는 베니의 러브스토리가 각각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또 다른 한 축은 경제적인 문제. 니나가 학업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온 것에 대해 크게 낙심하던 니나의 부모는 평생을 걸쳐 이룬 사업체를 매도할 결심을 한다. 또한 우스나비의 할머니인 클라우디아가 약 1억원($96,000)의 복권에 당첨되면서 모두들 기뻐하지만, 정작 그녀는 곧 세상을 떠나고 만다. 우스나비는 클라우디아가 남기고 간 돈으로 자신의 가게를 다시 손질해 워싱턴 하이츠를 지키고 바네사와도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니나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다시 스탠포드로 돌아가기로 마음먹는다.

3일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이기에 스토리라인은 다소 단순하기는 하지만, 새로움을 꿈꾸는 젊은이들이나 자식이 더 나은 인생을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인종, 국적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정서로 어필하고 있다.

린-마누엘은 언더스터디의 공연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배역 딱 들어맞으며, 니나역을 맡은 맨디 곤잘레즈(Mandy Gonzalez)는 지킬 앤 하이드 콘서트를 통해 국내에서도 공연한 바 있다. 지난해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 대부분의 배우들이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에도 참여하고 있기에, 배우들의 전체적인 기량과 호흡은 매우 훌륭하다.

 

브로드웨이 흥행 가속도 붙어
<인 더 하이츠>는 분명 기존의 어떤 브로드웨이 뮤지컬보다도 새롭다. 일단, 라틴 커뮤니티를 둘러싼 이야기라는 점도 그렇고, 라틴 힙합을 위주로 한 음악도 기존의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형식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시종일관 눈과 귀를 사로잡는 신나는 랩과 살사 리듬, 그리고 배우들의 현란한 춤과 노래는 무대를 꽉 채우고도 남음이 있다. 아쉬운 점은 전반적인 안무가 화려한 기교가 눈에 띄기는 하지만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 팀 대부분이 신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어딘가 가슴 속 한구석이 뭉클해 지는 것이 사실이다.

<인 더 하이츠>는 <렌트>와 <에비뉴 큐> 등을 함께 제작한 프로듀서 케빈 맥컴럼과 제프리 셀러 콤비가 참여한 작품이다. 작품의 주된 배경이 뉴욕의 워싱턴 하이츠 지역임을 감안, 아웃-오프-타운 트라이아웃 대신에 오프 브로드웨이에서의 공연을 택한 이들의 선택은 꽤 효과적이었다. 지난해 공연된 오프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은 2007년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아웃터 크리틱스 서클 어워드, 오비에 어워드 등에서 다수의 부문을 수상했으며, 오프 브로드웨이의 관객들의 입 소문 덕분에 브로드웨이 공연은 오픈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개막 이후 서서히 흥행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인 더 하이츠>. 오는 6월 15일로 예정되어있는 2008 토니 어워즈에서 <인 더 하이츠>의 약진을 조심스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