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5일 한 해 브로드웨이 시즌을 마감하는 토니 어워즈(Tony Awards)의 시상식이 뉴욕 맨하탄의 라디오시티 뮤직홀(Radio City Music Hall)에서 개최되었다. 우피 골드버그(Whoopi Goldberg)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시상식은 브로드웨이 작품들을 패러디 한 그녀의 다양한 퍼포먼스를 비롯해 어느 해보다도 다채로운 볼거리가 많았다. 특히, 올해에는 뮤지컬 작품상 후보작뿐만이 아니라, 후보에 오르지 못한 <인어공주>, <영 프랑켄슈타인> 등을 포함해 이번 시즌 브로드웨이에서 개막되었던 모든 작품의 특별공연이 펼쳐졌다. 지난해 11월, 3주간 이어진 무대스탭들의 파업으로 타격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브로드웨이의 2007-2008 시즌이 유종의 미를 거두는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되었다.

<남태평양> <인 더 하이츠> 약진
최다 부문 수상작은 링컨센터 씨어터의 <남태평양>(South Pacific)으로 베스트 리바이벌 뮤지컬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을 포함, 모두 7개 부문을 수상하였다. 세트, 의상, 사운드, 조명 등 뮤지컬 부문의 디자인 4개 부문을 석권한 <남태평양>은 바틀렛 셔(Bartlett Sher) 감독에게 감동상의 영광을 안겨주었으며 특히, 주연을 맡은 브라질계 오페라 가수 파울로 조트(Paulo Szot)는 브로드웨이 입성작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애를 안았다. <남태평양>과 작품상을 놓고 우열을 다툰 <집시>(Gypsy)는 패티 루퐁(Patti LuPone)이 여우 주연상을, 로라 버난티(Laura Benanti와 보이드 게인스(Boyd Gaines)가 각각 남?여 조연상을 수상, 배우부문 3개 분야를 휩쓸면서 작품상을 수상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신작 뮤지컬 부문의 최고 작품상은 <인 더 하이츠>(In The Heights)에게 돌아갔다. 라틴 커뮤니티의 이야기를 경쾌한 힙합리듬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지난해 오프-브로드웨이에서의 성공에 이어 브로드웨이에서도 흥행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토니상 수상을 계기로 미국내 투어공연과 인터네셔널 라이선스 공연의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작사, 작곡, 주연을 맡은 린-마누엘 미란다(Lin-Manuel Miranda)는 데뷔작품으로 오리지널 스코어 부문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이외에도 <인 더 하이츠>는 안무와 오케스트레이션 부문을 포함, 총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연극, <어거스트> 5개 부문 수상
<락 앤 롤>(Rock 'n' Roll), <씨페럴>(The Seafarer) 등 웨스트엔드에서 옮겨온 작품들이 다수 후보로 지명되며 강세를 보였던 연극 부문의 작품상은 결국 <어거스트 오새지 카운티>(August: Osage County)에게 돌아갔다. 단연 약진이 두드러진 <어거스트>는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등을 포함해 총 5개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시카고의 비영리 공연단체 중 하나인 스테픈울프 띠어터(Steppenwolf Theatre)에서 공연되어 큰 성공을 거둔 뒤 브로드웨이로 옮겨온 이 작품은 원작의 치밀한 구성과 뛰어난 연출력은 물론 배우들의 물오른 연기로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리바이벌 연극 부문의 작품상은 60년대 히트 작이자 지난해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리바이벌 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던 코미디 <보잉 보잉>(Boeing Boeing)에게 돌아갔다.



2008 토니 어워즈는 대부분의 수상 결과가 관계자들의 예상과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다만, 9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되었던 <선데이 인 더 파크 위드 조지>(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가 단 한 개의 토니상도 수상하지 못한 것은 다소 의외의 결과였다.

지난해 11월 10주년을 맞았던 <라이온 킹>(The Lion King)과 오는 9월 12년간의 브로드웨이 런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 <렌트>(Rent)를 포함, 다양한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었던 이번 토니상 시상식은 그 어느 해보다도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공연관계자들은 물론 관객들에게도 흥겨운 축제의 장이 선사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주요 부문을 제외한 다수의 부문이 본 시상식에 앞서 따로 시상되고 토니 어워즈 웹사이트로만 방송되었던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공로상을 수상한 스티븐 손드하임(Stephen Sondheim)이 참석하지 않고 수상소감만을 전해온 것 또한 다소 의외의 일로 그의 불참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토니상 수상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큰 신작 뮤지컬 작품상의 경우 2008 토니상에서는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스타일의 대형 뮤지컬 보다는 새롭고 신선한 시도에 보다 손을 들어주었다. 대작 뮤지컬인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와 <영 프랑켄슈타인>(Young Frankenstein) 등이 일치감치 후보에서 제외되었고, 하비 파이어스틴(Harvey Fierstein)의 <어 케이터드 어페어>(A Catered Affair)도 후보작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패싱 스트레인지>와 <재너두>의 기대이상의 선전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인 더 하이츠>의 수상이 조심스럽게 점쳐져 왔던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토니 어워즈와 함께 브로드웨이의 2007-2008 시즌은 화려하게 마무리되었다. 오는 7월 17일 막이 오르는 <타이틀 오브 쇼>([title of show])와 함께 시작되는 브로드웨이 2008-2009이 보다 새롭고 수준 높은 작품으로 채워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