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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휴 & 윌 창작콤비의 뉴욕 리딩 소식

작성일2016.07.20 조회수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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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소개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구형이 되어 홀로 살아가는 두 로봇을 통해 급격하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고립되고 단절되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작품.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로 호흡을 맞춘 작곡가 윌 애런슨과 작가 박천휴의 두 번째 콤비작으로 지난해 9월 한국의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했으며 올 12월 대명문화공장, 네오프로덕션 공동 제작으로 정식 개막을 앞두고 있다.

지난 15일 늦은 오후, 전날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뉴욕 리딩(독해 공연)을 마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휴&윌 창작커플(작가 박천휴, 작곡가 윌 애런슨)을 뉴욕 유니온 스퀘어에서 만났습니다. 우리말이 아직은 서툰 윌이었지만 한국어 인터뷰에 도전해보겠다는 그의 의지를 존중해 우리말로 수다를 떨기 시작했고, 첫 번째 이슈는 바로 이 인터뷰 기사의 제목을 정하는 거였습니다.
 
윌: (서툴지만 또박또박) 이번 리딩은 한국말로하면 내불 리딩이었어요. It wasn’t public.
강경애 (이하 강): 그럼 이번 인터뷰 기사 제목을 <어쩌면 해피엔딩> 내부리딩으로 할까요?
휴: 내부리딩은 아니에요. 그냥, 공개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냥 리딩이었어요.
윌: 게스트 있었지만 일반 관객은 없었으니까 내불 리딩 아니에요?
휴: 아니에요. 일반 관객은 없었지만 공연계 사람들이 한 50명은 왔으니까 그냥 리딩이었어요.
 
한참을 공개 독해였는지 비공개였는지 다정하게 옥신각신하던 두 사람. 관계자라도 사람이 많이 왔으니까 그냥 '리딩'으로 제목을 정해야한다고 씩 웃으며 결론을 내려줬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윌이 물어왔습니다.
 
윌: 그런데 내불 아니에요? 네벌? 내복인가?
휴: 내복? 네불? 내부? 네버?
윌: 네이버???
휴: 네이버 리딩? (웃으며) 윌한테는 그렇게 들렸구나.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다. 내부에요.
(일동 웃음)
 
<어쩌면 해피엔딩> 영어 프로덕션 제목은 < What I Learned from People >

강: <어쩌면 해피엔딩>의 영어제목을 < What I Learned from People >로 정한 이유는?
 
휴: 우선 ‘해피엔딩’이라는 단어 자체가 영어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람들한테 약간 다르게 들리거든요.
 





2015년 9월 21, 22일 한국에서 진행된 <어쩌면 해피엔딩> 트라이아웃 공연장면
(사진:네오프로덕션 제공)

윌: 그래요. 한국에서는 ‘해피엔딩’ 하면 행복한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영어로는 너무 많은 의미를 갖고 있어서 Maybe Happy Ending으로 직역하면, ‘It’s not a sad show and not a happy show’처럼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이 되겠더라구요. 그래서 극중에 나오는 곡의 제목이기도 하고, 전체적인 주제와도 가까운 < What I Learned from People >, 한국말로 하면 <사람들로부터 배운 것>으로 한 거에요.   
 
휴: 이 작품을 통해 삶의 의미, 사랑의 의미에 대해 얘기하고 싶거든요. 살다보면 ‘안 그래도 사는 게 팍팍한데 왜 사랑까지 해야 하지?’ 싶을 때가 있잖아요. 누군가를 사랑하면 행복하지만 그만큼 그 사람 때문에 더 외롭고, 더 슬프고, 더 아프고. 예전에는 주말에 혼자 있어도 괜찮았는데 이제는 사무치게 외롭고.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사랑을 해요. 왜냐면 그 사랑으로 인해서 우리 삶의 가치가 높아지니까. 그런 이야기를 주인공인 로봇 올리버가 사람들로부터 배워가는 과정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고 그래서 < What I Learned from People >이 영어버전 제목으로 딱 맞겠다고 우리 둘이 결정한 거예요.
 
강: 한국어 대본을 영어로 바꾸는 작업은 어땠나요?
 
휴: 원래 이 작품은 처음에 영어로 썼어요.
 
윌: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둘이서 오랫동안 얘기하고 아이디어를 충분히 공유한 뒤에 무엇을 써야할 지 아는 상태에서 종이에 옮기기 시작한 거라, 어떤 언어가 먼저냐가 전혀 문제되지 않았어요. 일단 둘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게 편했기 때문에 여섯 장짜리 트리트먼트를 영어로 먼저 썼구요. 그 다음에 러프한 오십 장짜리 영어대본이 나왔고.
 
휴: 근데 완벽한 건 아니었구요. 한국어 대본을 완성하면서 추가한 부분도 있고, 가사는 전부 한국어로 먼저 썼어요. 이번 리딩을 위해서는 그 한글가사를 영어로 바꾸고, 한국어 버전과는 다르게 수정된 대사나 농담도 조금 있구요. 물론 이번에도 공동으로 했습니다.
 
강: 미드 <왕좌의 게임>이 그 드라마만의 언어를 갖고 있는 것처럼, 언어를 초월한 두 분의 아이디어가 <어쩌면 해피엔딩>만의 언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쩌면 해피엔딩>표 로봇언어라고 하면 어떨까요?
 
윌: 맞아요. 1과 0으로 표현되는. 하하하(일동 웃음)
 
미국인의 눈시울도 적신 윌과 휴의 서정적인 뮤지컬 스토리

강: 어제(2016년 7월 14일) <어쩌면 해피엔딩> 뉴욕 첫 리딩이 끝났어요. 캐스팅은 미국인? 한국인?
 
휴: 일단 저희가 캐스팅을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캐스팅 디렉터도 관록 있는 분으로 섭외를 해서 여러 번 오디션을 봤죠.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은 거의 다 오디션을 한 것 같아요.
 
윌: 이 작품의 첫 뉴욕 리딩은 꼭 모두 한국계 배우로 섭외하고 싶었거든요. 올리버 역에는 제이미 파튼, 클레어 역에는 애쉴리 박, 제임스 역은 마커스 최가 맡았습니다. 제이미는 영국인 아버지와 재일교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한국에서도 10대 시절을 보낸 배우라, 한국어, 영어, 일어 3개 국어에 능통하구요.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 앤 아이>에서 비중 있는 역할이었던 애쉴리도 한국어를 곧잘 하고, 마커스도 한국계라서, 미국에서 한 공연임에도 리허설 중 자주 한국어로 소통하기도 했어요.
 
강: 우리나라에서 한 트라이아웃 공연과 이번 리딩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요?
 
휴: 프로듀서들, 에이전트들, 예술 감독, 작가와 작곡가들... 첫 리딩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뉴욕 공연계 분들이 꽤 오셨어요. 그래서 결코 쉬운 리딩은 아니었고, 저한테는 더욱 긴장 됐던 게, 한국에서 리딩을 하면 친구는 아니더라도 좀 익숙한 분들이 오시잖아요? 근데 여기서는 ‘한국인인 내 감수성이 많이 담긴 이 공연이 미국인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그들에게도 이해가 될까?’하고 걱정한 게 한국 리딩이랑 가장 큰 차이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과정에 대해서 얘기하면, 이게 (리허설과 공연을 총 29시간 내에 끝내야하는) ‘29시간 리딩’이었는데, 작년에 한국 리딩을 할 때도 절대 여유 있는 시간은 아니었어요. 바쁜 배우들이 시간이 촉박한 상태에서 한 거라. 그런데 여기서는 미국배우조합법에 따라 약 일주일 동안 시간을 쪼개서 정확히 29시간 내에 진행이 돼야하니까, 스테이지 매니저가 계속 타이머를 들고 정확하게 시간을 쟀어요. 리허설 중 갑자기 "그만, 자 이제 5분 쉽시다. 자, 이제 20분 휴식할 시간입니다." 그랬던 게 가장 큰 차이점이었고 신기했어요. 근데 제가 예측하기에 우리나라도 언젠간 배우와 스텝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이런 법적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을까 싶어요.
 



< What I Learned from People > 리딩 공연의 주역들 (휴&윌 제공)
 
강: 이번 리딩 관객 반응은 어땠나요?
 
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가 제일 앞줄에 앉아있었는데요. 너무 긴장돼서 뒤의 관객 반응은 전혀 몰랐구요. 다 끝난 다음에 축하 전화를 많이 받아서 리딩이 잘 끝난 줄 알았어요.
 
휴: 가장 기뻤던 건 운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 거예요. 우리나라 공연 때도 눈물 흘리신 분들이 많았지만, 이게 영어버전인데! 뉴욕 사람들도! 저희가 쓴 공연을 보고 공감하고 눈물을 흘렸다는 건 상당히 저로선 고무적인 일이었어요.
 
윌: <어쩌면 해피엔딩>이 한국 사람과 미국 사람 모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유는 이게 로봇이 주인공이지만 실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서 그래요. 게다가 로봇이 한국로봇이니까 뭔가 괴상한,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인줄 알고 보러왔는데, 의외로 따뜻한 휴먼 스토리라 더 공감이 됐대요.
 
깎인 연필과 가습기

강: <번지점프를 하다> 이후 두 사람이 같이 쓰는 두 번째 작품인데요. 박천휴씨, 같이 작업해보니까 윌은 한 마디, 아니 사물로 표현하면 어떤 작곡가이고 파트너인가요?
 
휴: 음... (잠시 생각한 후) 윌은 잘 깎인 연필 같아요. 워낙에 샤프하고. 잘 깎인 연필이 언제나 늘 뭔가를 쓸 준비가 돼 있듯, 누구랑 작업을 하든 굉장히 샤프하게 제 역할을 잘 하는 사람이거든요. (윌에게 영어로) 지금 내가 대답한 질문은 좀 크레이티브한 거였어. 윌, 너를 사물로 표현하면 어떤 파트너냐고 물어서 내가 넌 잘 깎인 연필 같다고 대답했어.
 
윌: (신나서 단번에) 오호, 휴, 너는 가습기 같아. 근데 수증기 대신 기발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뿜어내는 아이디어 가습기.
 
휴: (웃음) 생각도 안 하고 어떻게 그렇게 빨리 대답해?
 
윌: 사실이니까 (웃음)
 
일일일일... 하지만 휴일처럼 즐거운 &

강: 이제 리딩도 끝나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온 두 분, 뮤지컬 작업 안 할 때는 보통 뭐하세요?
 
윌: 일, 일, 일, 일, 사람만나서, 커피 마시면서 인생배우기, 또 다시 일, 일, 일, 일. 그러다 가끔 YMCA에 가서 한국어 팟캐스트 들으면서 조깅도 해요.
 
휴: 약간 슬픈데 저도 일밖에 안 해요. 어제 리딩 끝나고도 집에 가자마자. 제가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거든요. 또 새벽 1시까지.그동안 리딩하느라 일을 못했으니까 밀린 일했어요. 아, 그리고 전 요새 희곡을 많이 읽어요. 유명한 희곡들부터 안 유명한 희곡들까지. 체홉부터 시작해서 최근 토니상 받은 공연도 자주 보러 다녀요. 최근에 읽은 가장 인상 깊었던 희곡은 스티븐 카람의 <더 휴먼스>에요.
 
윌: 진짜 우리 같이 공연도 많이 보러 다녀요.
 
올 늦가을 뉴욕을 감성으로 적실 <어쩌면 해피엔딩>의 두 번째 뉴욕 리딩

강: 12월 20일부터 서울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예정인데요.
 
휴: 네. 그래서 11월에 한국에 가는데 엄청 기대돼요. 윌은 다시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윌: 못 믿겠어요. 한국말 아직도 잘 못해서 날 못 믿겠어요. 근데 공부 중이에요.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강: 미국 공연은 향후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요?
 
휴: 우란문화재단의 지원으로, 10월 초에 두 번째 무언가를 할 것 같아요. 정확히 리딩일지 워크숍일지 어떤 형태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저희 에이전트들이 다음 리딩에는 굉장히 많은 프로듀서들을 초대하겠대요. 이런 독특한 뮤지컬이 완성됐다는 걸 널리 알려야 한다고. (우리가 이제 쇼를 썼으니까) 이제 이 쇼가 자기 운명대로 자기 길을 가겠죠? 어쩌면...
 
윌: 어쩌면... 해피엔딩?
 
휴: 근데 중요한 건 우리가 이 과정을 즐기냐 아니냔데, 지금까지는 어쨌든 힘들기보다는 좋았던 순간이 더 많았고, 그래서 앞으로도 더 계속 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주위에서 '뉴욕에서 공연하니까 어때?' 묻는데, 그냥 하던 일의 연장인 것 같은 느낌이에요.
 
윌: 저도 항상 저 스스로한테 ''긴장하지 말고 즐기자', 하는데 자꾸 긴장이 돼요.
 
강: 절대 긴장하는 성격 아닌 것 같은데요?
 
휴: 맞아. 윌은 절대 절대 긴장 안 하잖아?
 
윌: 내가 긴장을 안 한다고? (한국어로) 정신 차려.(일동 웃음)
 
글: 강경애
뉴욕에서 뮤지컬극작 전공 후,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 <비 라이크 조> 등을 쓴 작가. 뉴욕에 살며 오늘도 뮤지컬 할인 티켓 구할 방법과 재미있는 작품 쓸 방법을 궁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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