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메리 포핀스>(Marry Poppins)와 블록버스터 뮤지컬 <영 프랑켄슈타인>(Young Frankenstein)의 커다란 사인이 걸려있는 뉴욕 맨하탄 42번가. 화려한 네온사인 한 가운데 오랜 전통을 자랑하며 운영중인 가족?어린이 극장 뉴 빅토리 시어터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을 맞는다.

1900년부터 이어 온 뉴 빅토리 극장

뉴 빅토리 극장(New Victory Theatre)은 1900년 미국 뮤지컬계의 전설인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의 아버지이자 공연제작자였던 오스카 헤머스타인 1세에 의해 리퍼블릭 극장(Republic Theater)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였다. 하지만 이후 뉴욕 공연계의 굴곡과 함께 벌레스크(burlesque) 공연장으로, 영화관으로 변질되며 수난을 겪는다. 현재의 모습으로라면 믿 을 수 없는 사실이지만 한때 42번가는 온갖 음란물과 마약거래가 성행하던, 뉴욕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로 전락하기도 했었다.

뉴욕주와 뉴욕시가 주관한 42번가 재건사업의 일환으로 당시 빅토리 극장(Victory Theatre)으로 불리던 이 극장은 1990년 뉴욕주?시의 소유로 바뀌면서 장기간에 걸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1995년 12월 드디어 뉴 빅토리 극장라는 이름의 비영리 공연장으로 새롭게 탈바꿈하게 된다.

이후 뉴 빅토리 극장은 음악, 무용, 연극, 서커스, 인형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 프로그램들은 물론,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들을 제공하면서 뉴욕에서 가장 큰 가족?어린이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매년 200여 편 심사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프로젝트로 인기

엄마와 아빠가 아이들 손을 잡고 들어가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관람하는 일. 지나치게 어렵지도, 유치하지도 않게 다양한 관객층이 각자 자신들의 눈높이만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공연하는 일. 참으로 이상적인 그림이다. 하지만, 뉴 빅토리 극장의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패밀리 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하는 극장의 취지에 걸맞게 뉴 빅토리 극장은 미국 내?외를 넘나들며 여러 지역에서 초청된 다양한 장르의 공연 프로그램들을 1년 내내 제공한다.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언어나 문화를 뛰어넘어 뉴 빅토리 극장의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오프-브로드웨이 장기공연에 앞서 지난 2003년, 우리나라 공연 <쿠킹>(Cookin’)이 뉴욕에 첫 선을 보인 곳도 바로 뉴 빅토리 극장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른과 아이의 눈높이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공연을 찾아내기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예술적인 가치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두루 갖춘 양질의 작품들을 찾아내기 위해서 실제로 뉴 빅토리 극장의 프로그램 기획팀(programming department)에서는 다양한 지역을 돌며, 매년 200여편이 넘는 작품들을 심사한다. 국내 및 전세계 공연 페스티발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예술가들과의 관계를 쌓고 유지하면서 보다 수준 높은 작품을 관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매년 약 14편의 작품이 선정되며, 보통 2-4주간 공연된다.

2008-2009 시즌의 작품으로는 현재 인형극 <꼽추>(Hunchback)이 11월 9일까지 공연 중이며. 캐나다 밴쿠버에서 초연된 힙합 공연 <크랭크드>(Cranked), 스위스에서 건너온 서커스 <라 파미글리아 디미트리>(La Famiglia Dimitri)를 비롯해 스코트랜드, 일본, 호주 등지에서 초청된 작품들이 공연을 준비중이다.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
‘공연세계로 초대합니다’

양질의 가족/어린이 공연을 제공하는 것과 함께 뉴 빅토리 극장의 설립 취지 중 또다른 하나는 바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공연을 교육의 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학생들의 예술적인 경험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미국만이 아닌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공연 작품들을 통해 어린 학생들이 그들의 상상력과 감수성을 높히고, 그들이 미처 경험하지 못한 넓은 세계를 공연을 통해 접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뉴 빅토리 극장은 독자적으로 예술교사를 운영하며, “뉴 빅 인 더 클래스룸(New Vic in the Classroom)” 프로그램 등 학교와 공연장간의 지속적인 연계를 통해 교사와 학생들이 공연을 공연장만이 아니라 그들의 학교와 교실에서도 수업의 자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고등학생과 대학생 중 공연장 운영에 관심있는 학생들의 진로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여름방학 동안 인턴쉽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기도 하다.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워크샵 프로그램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무용, 서커스 기술, 아크로바틱스, 연기 등 실제 공연에 대한 경험을 쌓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그리고 그 안의 크고, 작은 경험으로부터 많은 아이들이 감성과 지식을 쌓아가는 것은 물론, 공연예술에 대한 애정과 관람예절 등을 함께 배워나간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성숙한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객석을 지키고, 그들의 아이들과 함께 다시 극장을 찾는다. 바로 이것이 진정한 관객계발이자 공연예술의 대중화가 아닐까. 이러한 꾸준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들이 있기에 계속되는 경기불황에도 뉴욕의 공연계와 브로드웨이가 단단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