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하이 스쿨 뮤지컬>(High School Musical)이 미국 전역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힘입어 또 한 편의 젊은 뮤지컬이 브로드웨이 무대에 막을 올렸다. 바로 틴 에이지 뮤지컬 <13>. 13명의 10대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열연중인 이 작품은 시종일관 그들만의 언어로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브로드웨이의 가장 젊은 뮤지컬 <13>

브로드웨이 2008-2009시즌 작품 중 가장 젊은 뮤지컬 <13>은 <퍼레이드>(Parade), <라스트 화이브 이어즈>(The Last Five Years), <어반 카우보이>(Urban Cowboy) 등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Jason Robert Brown)의 작품이다. 지난해 1월 캘리포니아 LA의 마크 테이퍼 포럼 (Mark Taper Forum)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캐스트는 물론 밴드까지도 모두 10대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후 굿스피드 뮤지컬즈(Goodspeed Musicals)에 의해 코네티컷주(州)에서 공연된 후, 지난 10월 5일 브로드웨이의 버나드 제이콥스 극장(Bernard B. Jacobs Theatre)에서 막을 올렸다.

<13>은 매우 미국적인 작품이다. 2008년 현재를 살고 있는 미국 청소년들의 생활이 작품 곳곳에서 묻어난다. 뉴욕에 살던 13살의 이반(Evan)은 부모의 이혼과 동시에 인디애나의 작은 시골 마을로 전학을 가게된다. 그곳에서 그와 처음 친구가 된 패트리스(Patrice)가 알고 보니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다는 걸 알게된 이반은 그녀가 아닌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렛(Brett)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친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던 이반은 오히려 본의 아니게 그들 사이의 불화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해가는 과정 속에서 진짜 친구란 무엇인지, 그에게 진짜 친구는 누구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누구나 청소년기에 한 두번쯤은 겪어봤을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이다.




작품의 내용은 어쩌면 단순하고 뻔한 성장 스토리이지만 뮤지컬 <13>은 자칫 우울하고 진지하기만 할 이 이야기를 시종일관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바로 그 점이 10대 관객들이 이 작품에 환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그들과 같은 또래의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풀여내는 <13>은 어린 관객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10대 배우가 직접 연기하는 10대들의 이야기

뮤지컬 <13>이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13-17세 사이로 구성된 13명의 배우들 때문이다. 디즈니 작품을 보기에는 이미 많이 자랐지만, 그렇다고 <스프링 어웨이크닝>(Spring Awakening)을 보기에는 어린 10대들. 바로 그들을 위한 뮤지컬이 <13>이다. <찰리 브라운>( Charlie Brown) 이나 <스펠링 비>(The 25th Annual Putnam County Spelling Bee)처럼 성인 배우가 어린 아이를 연기한 것이 아니라 어린 배우들이 직접 자신들의 언어로 전달하는 성장 드라마이기에 보다 공감이 되는 것이다.

다만, 대부분이 뮤지컬 <13>이 브로드웨이 데뷔작이거나 혹은 그리 많은 무대 경험이 없는 배우들인데다, 단 한명의 성인 배우 없이 그들만으로 전체 공연을 이끌어가자니 다소 산만해지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연기는 물론, 춤과 노래도 수준급인 어린 배우들의 기량은 전반적으로 꽤 훌륭한 수준이다.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의 노래들은 10대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충분히 경쾌하고 신선하다. 특히 오프닝 넘버 “13”는 그 나이의 청소년들의 생각과 고민들을 다양하게 풀어내며 관객들의 흥미를 북돋운다. 또한 극중 패트리스가 부르는 부드러운 발라드 곡 “친구가 된다는 것(What it means to be a friend)”은 꼭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사로 감동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몇몇 곡을 제외하고는 그리 기억될만한 노래가 없는데다, 다소 무분별한 장르적 혼합은 산만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브로드웨이는 분명 달라지고 있다. 몇 년전이었다면 파격적이었을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2007년 토니 어워드(Tony Award)에서 작품상을 수상했고, 올해에는 고작 4명의 배우가 오리지널 뮤지컬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뮤지컬 <타이틀 오브 쇼>(title of show)가 공연되었다. 뮤지컬 <13>도 분명 이러한 브로드웨이 변화의 한 단면일 것이다. 비록 계속되는 경기 악화와 속속 개막하는 대작들에 밀려 그리 만족스러운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어린이?가족 공연과 성인 공연 사이에서 소외된 청소년 관객들을 위하여 뮤지컬 <13>은 꼭 한번쯤 필요했던 시도였다고 생각된다. 보다 많은 청소년들의 발길을 공연장으로 이끌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청소년 공연들이 브로드웨이에 올려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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