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연계 ‘마이더스 손’ 박명성 “맘마미아, 시카고처럼 롱런하는 창작뮤지컬 만들 것”

작성일2019.01.22 조회수3606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RSS 구독
글자크기 본문 글자 크기 확대 본문 글자 크기 축소 스크랩 이전글 다음글 목록



“작품이 한국에서도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왔습니까?”라고 물었다. 공연계 ‘마이더스의 손’에게선 현답이 돌아왔다. “그건 저도 잘 몰라요.(웃음) 그걸 알면 실패를 하겠어요? 작품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죠. ‘최선을 다해 작품을 허투루 만들지 않으면 관객도 공감하고 재미와 감동을 느낄 거’라는 게 내 철칙이에요. ‘이거 한국 가서 하면 되겠다’? 저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예측은 틀릴 때가 더 많았어요.”

박명성은 뮤지컬 ‘렌트’, ‘시카고’, ‘맘마미아’, ‘아이다’, ‘빌리 엘리어트’ 등 유명 뮤지컬 작품을 제작한 베테랑 프로듀서다. 그래서 그에게 세상이 모르는 극적 비법을 기대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기본을 중시하는 정직하고 우직한 답변에 오히려 머리를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신시컴퍼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통 있는 연극·뮤지컬 제작사다. 이곳을 이끄는 박명성 프로듀서는 1982년 극단동인극장에 입단 후 평생 무대와 동고동락을 같이 해왔다. 1999년 신시컴퍼니 대표 자리에 올라 독창적인 제작 시스템을 구축해 나갔고, 국내에 정식으로 유명 뮤지컬 라이선스를 수입해 공연하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차범석의 연극 ‘산불’을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댄싱 섀도우’ 등 수많은 창작극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 뮤지컬의 상전벽해급 발전은 일정 지분 그에게 빚지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9년 1월 15일 치러진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는 그동안의 공적을 인정받아 ‘프로듀서상’을 수상했다.

박명성 프로듀서는 올해 초 <드림 프로듀서>(박명성/북하우스/2019년)를 출간했다. 신시컴퍼니 3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책에는 그가 연극과 뮤지컬 분야에 몸담으며 겪은 좌충우돌 도전의 기록과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늘 무대 전면만 바라본 공연 마니아들에겐 반가운 무대 뒷이야기일 것이며, 일반인들에게는 공연예술에 대한 애정과 소신으로 달려온 창작자의 이야기로 읽힌다. 서울 서초구 신시컴퍼니 사무실에서 박명성 프로듀서를 만났다.

 



“프로듀서는 모든 콘텐츠의 첫 꿈을 꾸는 사람”

Q 프로듀서란 어떤 사람입니까?
모든 콘텐츠의 첫 꿈을 꾸는 사람이죠. 이 시대 관객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 대한 꿈을 꾸고 그것을 연출가, 작곡가, 안무가, 음악감독과 공유해서 한 편의 작품으로 만들어냅니다. 처음으로 꿈을 꾸는 사람이지만, 쫑파티까지도 책임지는 사람입니다.(웃음)

Q 보통 책에는 성공담이 먼저 나오는데 이 책엔 실패담이 먼저 나오더군요.
연극에는 성공보다 실패가 많으니까요. 저는 완성된 프로듀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프로듀싱은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는 과정입니다. 관객들은 두 시간 남짓 한 편의 공연을 보지만 한 편의 작품을 내보이려면 수년 전부터 준비가 필요합니다. 책에도 그런 에피소드를 많이 담았습니다.

Q 원래 무용을 전공하셨는데요.
배우의 꿈을 안고 서울예술대학 무용과에 입학했어요. 당시에는 배우가 되려면 무용과에 가야 했습니다. 장구 치고, 북치고, 살풀이, 학춤, 발레, 현대무용을 다 해보면서 몸으로 말을 하는 법을 배웠어요. 배우로 무대에도 올랐지만 연기나 연출에는 ‘젬병이’란 소릴 듣고 진로를 기획으로 바꿨습니다. 

Q 프로듀서로서의 첫 번째 작품 ‘더 라이프’는 대성공이었지만 두 번째 ‘갬블러’가 앙코르 공연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은 시기도 있었는데요. 공교롭게도 이때 해외 연수를 떠나 외국 유명 작품들을 접하셨습니다.
그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하지만 힘든 시기에 간 연수라 공연예술의 가치를 훨씬 더 깊게 흡수를 할 수 있었어요.

Q 그때 본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요??
‘렌트’, ‘아이다’, ‘시카고’, ‘유린타운’, ‘더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 ‘배드 보이’…나중에 제가 다 라이선스해서 한국에서 공연한 작품들이 당시에 감동적으로 본 작품들이었습니다.
 



Q 2000년 초 라이선스 뮤지컬이 정식 수입되기 시작할 때 우리나라 상황은 어땠나요?
2000년 초반은 다양한 관객층이 개발되지 않았던 시기예요. 파격적 형식의 작품을 받아들이기엔 다소 빠른 부분이 있었어요. 저기(뉴욕, 런던)는 완전 백화점 스타일인데 한국은 완전 점방 수준밖에 안 되는 거예요. 그때가 신시가 전문화된 뮤지컬컴퍼니로 거듭나 선진 뮤지컬 제작 시스템으로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죠.

Q 신시컴퍼니는 스타 배우의 유명세에 의존하지 않고 그 자원으로 작품 질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뮤지컬은 서로가 작품에 미쳐서, 또 같이하는 사람들에게 미쳐서 서로 정서를 교환하고 영혼으로 소통하는 과정이에요. 이것을 좋아서 해야지 돈벌이 수단으로 해서는 절대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게 저의 지론입니다. 스타캐스팅으로 경쟁하고, 스타마케팅에만 의존하는 문화는 한국 뮤지컬 발전에 걸림돌이 됩니다. 정직한 스타시스템이라면 한국 뮤지컬이 대중화되고 활성화되는 데 도움이 될 테지만요.

Q 정직한 스타시스템이란 무엇인가요?
아무리 스타여도 한국 뮤지컬 규모나 환경에 맞게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한 명의 스타와 그 스타를 꿈꾸는 앙상블 사이에 너무나 많은 갭이 있어요. 신인 배우나 앙상블이 작품을 열심히 해서 좋은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정직한 꿈을 꿔야 하는데 현재 시스템은 스타가 되어서 뮤지컬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아야겠다는 꿈을 꾸게 하니까요. 훗날 현재 거품이 빠지고 뮤지컬 시장이 위축됐을 때 이걸 후회하고 다시 시장을 끌어올리긴 굉장히 어려울 일이 될 겁니다.

Q 신시컴퍼니에서는 배우를 어떻게 기용하나요?
신시만큼이라도 뮤지컬 전문 배우를 기용하려고 해요. 뮤지컬 전문 배우들은 작품에 미치고 함께 하는 팀들에게 미쳐서 거기에 열정과 자기 시간을 모두 투자하니까요. 그랬을 때 좋은 화합을 이뤄내고 궁극적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신시는 신인이나 조연, 앙상블 배우들이 메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제작사예요. 그래서 신시 작품에는 깜짝 놀랄 신인들이 주조연으로 등장해요. 이건 작품으로만 승부한다는 자부심이고 지난 30년간 이것이 쌓여 믿고 보는 브랜드화에 성공했다고 봅니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 극복...맷집 튼튼해졌죠”

Q 정말 공들여 만든 작품인데 관객들이 몰라줄 땐 어떤 심정이 드십니까?
우리는 하도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어봐서 작품 망한다고 해서 크게 실망하지 않아요. 맷집이 하도 튼튼해져가지고.(웃음)

Q 그래도 의기소침해지긴 하겠지요?
그런 건 있죠. 어떤 날은 출근하고 퇴근할 때 몰래 왔다가 몰래 간 적도 있어요. 모든 콘텐츠의 꿈을 최초로 꾸는 사람이 프로듀선데 내가 이 꿈을 잘못 꿨다는 생각 때문에. 이 시대의 관객이 원하는 이야기를 잘못 짚은 거니까 스태프들에게 너무 미안했죠.

Q 실패를 대비하기 위해선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요?
무조건 실패를 할 거란 가정을 하고 작업에 임했을 때 오히려 마음이 편해요. 작품이 잘 될 거란 기대치가 크면 그만큼 좌절감도 커지죠. 항상 작품을 할 때 결과가 기본 이하가 나왔을 때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요. 대한민국 프로듀서들이 뉴욕이나 런던에 가서 작품을 고를 때 ‘이건 대박 난 작품’과 같이 결과만을 보는데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게 중요해요. 프로듀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책을 만드는 게 기본이에요.

Q 우리 공연계가 발전하면서 연극이나 뮤지컬 업계에 꿈을 꾸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좋은 프로듀서가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문화 콘텐츠 곳간에 많은 양식을 저장해놓아야 해요. 특별한 형식의 영화나 무용, 공연을 보면서 저장을 해둘 필요가 있죠. 특별히 어디 가서 공부할 필요도 없고 삶의 현장에서 찾으면 돼요. 곳간이 쌓여 압력이 폭발할 때 좋은 창작물이 나오는 거죠. 저장도 안 돼 있고 압력도 없는데 폭발할 수는 없잖아요. 프로듀서는 권위를 찾기보다는 낮은 곳에서 가장 먼 꿈을 꾸는 사람이어야 해요.
 



Q 신시컴퍼니는 높은 근속연수를 자랑한다고 들었습니다.
근속이 15년 넘는 사람이 반이고 20년 넘는 사람도 숱하죠. 다른 데선 우리를 공수부대라고 해요. 한 사람이 열 사람 몫을 하니까요. 신시라는 회사와 박명성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서 일을 했을 때 성취감이나 일에 대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고 봐요.

Q 현재는 공식 대표직에서 물러나 계신데요.
초대 대표가 작고한 뒤 30대 중반에 대표를 맡아 20년을 열심히 끌어왔지요. 이제는 미래 세대가 앞으로의 10년, 20년을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후진들에게 모든 권한을 다 줬어요. 내가 대주주라고 해서 나 개인의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내가 관여하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운영이 잘 되고 있고요. 최근 신시컴퍼니에서 제작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나 뮤지컬 ‘마틸다’ 모두 후배들이 뉴욕, 런던 오가면서 작품 선정한 거예요.

Q ‘돈키호테는 미쳤고 미치지 않은 돈키호테는 아무 매력이 없다. 그래서 일 저질렀다는 말을 들어야 한다. 그 말을 듣는 동안에는 아직은 내가 쓸만한 프로듀서일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이 구절에 밑줄을 쳤습니다.
일을 저질렀다는 건 항상 새로운 일을 한다는 증거잖아요. 우리도 ‘맘마미아’, ‘시카고’, ‘아이다’처럼 잘 되는 작품만 하면 안전하게 회사 운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위험한 발상을 하고 무모한 도전을 한다는 건 그 컴퍼니가 살아있다는 증거잖아요. 프로듀서는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는 사람이기에 그런 이야기를 평생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맘마미아’, ‘시카고’, ‘아이다’처럼 롱런하는 창작 뮤지컬 만들 것”

Q 올해로 연극계에 입문한 지 36년째인데요. 어떤 감회가 드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까짓 연극쟁이 노릇 36년 가지고요. 박정자 선생은 57년째, 손숙 선생은 56년째인데… 나는 어른들을 가깝게 모시기 때문에 36년은 자랑할 게 못 돼요.

Q 요새도 원로 배우들과 자주 교류하세요?
1년에 한두 번씩은 박정자, 손숙, 손진책, 김성녀, 윤석화 선생 같은 분들 모시고 여행 다녀와요. 예전부터 어른들을 많이 모셔봤기 때문에 어른들 모시는 게 편하고 좋아요. 어른들을 모시면서 허투루 살지 않게 하는 공부가 돼요. 정도의 길이 뭔지 깨닫게 되죠.

Q 최근에는 신시컴퍼니에서 어린이 배우가 출연하는 뮤지컬 ‘마틸다’를 내놓았는데요. 이 과정은 어떠셨습니까?
배우들이 초등학교 3~4학년이니까 처음에는 자기들끼리 놀고 장난치기도 해요. 하지만 연습이 시작되면서 하루하루 자신의 목표치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도 반성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마틸다’나 ‘빌리 엘리어트’ 모두 마찬가진데 우리나라에는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작품이 그리 많지 않아요. 온 가족이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Q 대표님의 삶을 성공했다고 평가하십니까?
멋진 창작 뮤지컬을 세 작품은 만들어야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맘마미아’나 ‘시카고’, ‘아이다’처럼 롱런할 수 있는 창작 작품을 두세 작품은 만들어내야 할 것 같아요. 그 작품을 만들기까지는 계속 이 일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제야 이 업계에서 성공했고 이 업계를 떠나도 된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Q 신시컴퍼니가 40주년 때는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나요?
후배 세대들이 나처럼 고생하기보다는 안전하고 편하게 과학적인 시스템 속에서 작업할 수 있었으면 해요. 나는 그런 발판을 다지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Q 현재 신시컴퍼니에선 어떤 작품을 준비하고 있나요?
올해엔 연극 ‘레드’ 이후 바로 연극 ‘대학살의 신’을 공연해요. 7~8월에는 뮤지컬 ‘맘마미아’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6~7개월 정도 공연하고 20개 도시에서 지방 투어를 시작할 예정이에요. 중소도시에서도 서울처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글: 주혜진(kiwi@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 플레이DB www.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RSS 구독
글자크기 본문 글자 크기 확대 본문 글자 크기 축소 스크랩 이전글 다음글 목록

댓글쓰기

입력
플레이DB의 모든 공연DB는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 공연정보로 연동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