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젊은 극단의 행보 ②] '더욱 높은 밀도로 언제나 깨어 있기를' 양손프로젝트

작성일2018.01.31 조회수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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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극단의 행보 두 번째로 만난 이들은 양손프로젝트다. 배우 손상규, 양종욱, 양조아와 연출가 박지혜의 구성으로 이뤄진 이 팀은 빈 무대 위에 새롭게 직조한 극을 강렬한 힘과 숨막히는 밀도로 전개시켜 관극하는 이들의 호흡까지 사로잡는 마력을 발휘해 왔다. 때론 진지하게, 때론 깔깔거리며 ‘엄청난 수다’와 ‘무정형적 시도들’, 그리고 ‘만족을 모르는 이상’이 자신들의 특징이 아닐까, 말하던 이들은 지난 7년과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앞으로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했다. 분명 그 무엇과도 다르게 탄생할 ‘그들만의 연극적인 언어’가 어떠한 모습일지 기대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양손프로젝트
구성인: 손상규(배우), 양종욱(배우), 양조아(배우), 박지혜(연출)
창단: 2011년
주요작품: <다자이 오사무 단편선> <죽음과 소녀> <여직공> <폭스파인드> 등

- 새해가 된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지난해 활동에 대한 리뷰를 해보자면.
양종욱: 2011년도부터 매년 두 편 정도 신작을 했는데 작년엔 재공연 두 편을 했다. 7년째 되다 보니 창작함에 있어 좀 다른 변화 같은 것을 스스로 요구하게 되더라.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는데 있어 어떤 의미에서는 좀 서두르지 말고 접근하고 싶은 생각이 든 시기가 됐고 그래서 재공연을 했다. 영국 투어 공연 다녀온 것도 우리에게는 재미있는, 기억할 만한 이슈였다.
 
- 해외 초청 공연은 한 곳에서 1, 2회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지난해 양손프로젝트 영국 공연은 장기 투어였다. (서울아트마켓 쇼케이스 소개를 계기로 <여직공>이 9월 28일~10월 13일까지 영국 6개 극장에서 각 1, 2회 씩 공연했다.)
양종욱: 공연장을 여섯 군데 다니다 보니 지역마다, 극장마다 관객들도 다 다르고. 그런 점에서 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공간에 적응하고 그 공간과 공연이 반응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양조아: 난 오퍼(조명, 음악 등을 담당하는 오퍼레이터)로 간 거라 너무 재미있었다. 항상 양손의 작품을 보고 싶었고, 외국 관객들의 반응을 볼 수 있어서도 좋았다. 생각보다 그들이 너무 잘 보고 집중도 잘 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 언더스탠드 에비뉴에서 진행한 ‘오픈 스튜디오’도 그간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였다.
양종욱: 기존에는 텍스트에서 출발해서 드라마를 구축하는데 집중했다면, 이젠 배우들이 갖고 있는 재료들이 무엇인지 탐구해 보려 했다. 이런 저런 시도들의 씨앗을 뿌려보자는 생각에서 진행했던 것이다.
 
양조아: 관객이 어떻게 볼 지를 우리도 계속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몰라도 나에게는 아무래도 돈을 내고 보러 오시는 거니까 그분들을 만족시켜야 된다는 부담감이 있다. 워크숍에서는 관객들을 많이 배제하려고 애를 썼고, 노래 공포증이 있는데 그걸 극복해 보자는 목표를 실천해 볼 수 있었다. 그게 너무 좋았다.
 



▲ 2017년 양손프로젝트 활동들(위) / 2015년 작 <폭스파인더> 공연장면(아래)

양종욱: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에너지를 조금 내려놓으려는 시도였고, 조아가 배우로서 직면하게 되는 현상들, 예를 들면 노래가 조아에게 어떤 의미인지, 관객들에게 노래를 불렀을 때 조아라는 배우에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그런 것들에 대한 시도를 통해 우리에 대해 들여다보려고 했던 시간이었다.
 
박지혜: 어쨌든 이 소규모 팀으로 7년간 작업을 해왔는데 공연 기회가 끊임없이 주어지는 행운이 있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연을 만들면서 굉장히 아웃 풋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약간 개인 탐구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어떤 작품을 웰메이드 하는데 목적을 두는 게 아니라 각자 탐구하고 싶은 부분이라든가,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을 일정기간 열심히 해서 내실을 다져보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 보자, 했고 이런 것들이 앞으로 할 작업들의 씨앗이 될 거라고 본다.
 
- 올해로 양손프로젝트 이름으로 활동한 지 7년이다.
손상규: 2002년 대학 연극반에 들어갔는데 종욱이가 있었다. 서로 이야기를 하다 우리 둘이 해보자, 팀 만들자, 그랬다. 그때는 정말 연극 얘기만 했던 것 같다. 이런 거 어때? 이런 게 좋지 않냐? 그러면서. 그러다가 난 다른 극단에도 갔다 오고 종욱은 발레도 좀 하고. 다시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해서도 계속 같이 이야기하고 그러다 작품도 같이 만들고. 둘이니까 인원이 필요해서 그때마다 누군가를 섭외했는데 (박지혜와) <개는 맹수다> 같이 해서 좋았고, 그러니까 또 계속 같이 하게 되고. 그렇게 됐다. 넷의 시작은 2011년이다.
 
박지혜: (손상규, 양종욱) 둘이 양손 프로젝트 1기고 우리(박지혜, 양조아)가 2기다. (웃음) 이 팀이랑 했을 때 너무 재미있었다. 종욱이 같이 하자고 제안을 했었다.

양종욱: 고정된 멤버가 지속적으로 공동의 언어를 가지고 소통해야만 어떤 것에 도달할 수 있다고 깊이 믿고 있다. 이 둘(박지혜, 양조아)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을 했고, 같이 하게 됐을 때 맞는다는 느낌이 훨씬 강했으니까 그 다음 작업을 같이 안 할 이유가 없었다.

- 리더는 누구인가?
손상규, 양조아, 박지혜 : 양종욱 대표님이다. (웃음)

손상규: 우리는 연기하고 연출하고 종욱은 모든 걸 다 한다.

박지혜: 예산 관리, 지원서 사업, 기획, 무대 감독, 조연출, 각종 문의에 대한 응대, 극장과의 소통 등 (웃음).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양종욱 대표님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양종욱: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혹시라도 자기들한테 일이 올까 봐.(웃음)

손상규: 잘 하기도 하지만 (양종욱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못 맡긴다. 다른 사람이 어떤 공연 제안을 나에게 했는데, “왜 그 이야기를 형한테 해?” 라며 놀라더라. (웃음)

양종욱: 대빵은 대빵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나는 거의 동네 북 같고 본인들이 아쉬울 때만 대표님이다.
 



▲ 배우 양종욱(왼쪽), 손상규(오른쪽). 두 사람의 성을 따 '양손프로젝트' 이름이 지어졌다.

- 단체 운영에 있어서 예산은 언제나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양종욱: 다른 팀들과 거의 비슷할 것 같은데, 매년 신청할 수 있는 지원금은 정해져 있고, 지원해서 하거나 그게 아니면 어느 정도 빚을 낸다. 생존에 있어서는 사실 길들이 많지 않다.
 
- 외부에서 보기에 양손프로젝트는 두산아트랩을 포함해 제법 많은 지원을 받은 단체로 보인다.
양종욱: 제작 극장이 함께 했을 때는 거기에 맞춰서 개런티 등도 잘 받는 편이다. 그 전에는 매진을 기록해도 마이너스가 되었다. 우리 팀은 비어있는 무대를 하는 편이라 여러모로 제작비 자체도 적은 편인데 제작비 지원을 받지 않으면 이렇구나, 느낀다.
 
- 그러한 상황이 양손프로젝트 작업에 영향을 미치는가?
손상규: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이번 작품에서 회전이동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면, 그거 안 한다고 안달이 나진 않는다. 그러면 회전이동무대 대신 뭘 할까? 무대에서 빈 몸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까? 거기에 맞춰서 하는 것이다. 배우도 직업이라 연극으로 돈을 벌고 생계를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시작할 때부터 그런 생각이 없었다.
 
양종욱: 페이를 적게 받는다 해도 지금 같이 하고 있는 게 우리에게 좋은 의미가 있고, 잘 되는 길로 가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현재 작업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보는 게 인식이 된 것 같다.
 
양조아: 난 되게 풍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금전적으로 좀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 같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생활이 안되서 다른 일을 하긴 하지만.

박지혜: 상대적인 거다. 이것만으로 모든 생활비를 댈 수 없다는 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으니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 부분이 우리가 작업을 하는걸 힘들게 하진 않는 것 같다.
 
-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 많다.
양종욱: 애초에 소설을 가지고 작업할 기회들이 생겼다. 단편소설극장전이 있었고, 이후에 산울림고전극장에 들어가서 1년에 한 번씩 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걸 반복하다 보니 소설 안에서 연극성을 발견하는 일이 재미있었다. 작업 기회가 우리들의 욕구를 불러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 대사로 이뤄진 희곡과 달리 소설은 줄글이다. 이를 말글로 바꾸는 작업은 어떠했나.
손상규: 소설을 희곡화하지 않고 소설이 갖고 있는 그대로를 무대화하는 것이 작업의 시작이었다.

양종욱: 소설을 희곡으로 만들면 소설의 이야기나 플롯을 따가지고 오는 것 밖에 안되니까. 소설의 특성, 장점, 매력이 될 수 있는 건 그 문장을 발화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입말이 아닌 글말로 작업해보고자 했고 흥미로운 점들을 많이 발견했던 것 같다. 그것이 또 다른 것을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이 되었다.
 



▲ 배우 양조아(왼쪽)와 연출가 박지혜(오른쪽)

- 모든 작품이 공동창작인데, 구체적인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양종욱: 굉장히 많은 시간을 브레인스토밍한다. 일단 이야기를 진짜 많이 한다. 어떤 시도들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해보고 그것들을 다 시도해 본 뒤에 그 시도해봤던 것들을 가지고 작업을 한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면 연출과 배우가 나뉘게 되는 거다.
 
양조아: 막 이야기하다 갑자기 상규 오빠가 조명 이야기를 하고, 이걸 2분으로 요약해 보기도 하고, 각자 장면을 만들어 10분 후에 발표해보자, 하기도 하고. 연출도 연기적인 면들에 굉장히 깊이 들어와서 해석도 같이 한다. 경계가 없다고 보면 된다.
 
박지혜: 네 명이 이야기든 아이디어든 막 쏟아붓는데, 그러면서 뭔가 걸러진다. 어떤 핵심이 나오고 여기 섞였다 저기 갔다 하면서 각자 상상하는 것 너머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재미가 있다.

- 텅 비어 있거나 의자 하나, 테이블 하나만 있는 등 무대가 미니멀하다. 사실주의 세트는 없었던 것 같다.
손상규: 기본적으로 소설이든 희곡이든 이걸 가장 정확하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게 목적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사실주의보다 미니멀이 더 낫다, 어렵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그게 더 효과적인 것 같다.
 
양종욱: 어떤 연극성이 발생하고 내가 감각하기에 그게 더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배우가 배우의 신체를 출발지점으로 해서 어떤 것을 만나는 것, 감각적으로 직관적으로 우리 팀이 그걸 더 재미있어 한다고 생각한다. 또 더 적극적인 관극을 관객들에게 요청하는 것 같다. 그 점이 흥미롭다.
 
- 양손프로젝트의 작품을 볼 때면 언제나 배우들의 에너지에 감탄하곤 한다. 그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나?
박지혜: 우리가 다 그런 취향이 있는 것 같은데, 밀도가 높은 걸 좋아한다. 어떤 상황이 있을 때 그걸 더 강렬하게 느끼기 위해서 오만짓을 다 하는 것 같다. 만약 이게 빨간색이라고 한다면, 더 빨갛게, 더 빨갛게, 왜 이건 안 빨갛지? 그 밀도를 찾으려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왠지 다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공연 일주일 전, 3일 전에도 고치고. 연극하는 안에서 매번 어떤 것을 살 떨리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같다.
 
양종욱: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도 갈등이 크고 인간들이 치열하게 부딪히는 것들이다 보니 그런 것이고, 그러다 보니 배우들의 성질이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이제까지는 그런 힘들어하는 인간들, 갈등의 선택 앞에서 부들부들 떠는 인간들에 끌린 것 같다.
 
손상규: 연기할 때 재현이 아닌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다 보면 무대 위 볼 것들이나 기타의 것들이 다 제거되고 원론적인 것만 남는다. 그렇게 해서 남아있는 건 좀 더 본질에 가까운 걸 하려는 것이다. 느긋한 장면이라도 쉬는 부분은 없는 것 같다. <목가>가 우리가 한 작품 중 가장 느긋한 작품 같은데, 그 나른함도 더 정확하고 적확하게 나른하게. 어떤 의미에서는 비어서 상상하게 만들지만 극이 흘러가는 내내 편안하게 만들지는 않는 것 같다.
 



- 지금 양손프로젝트의 목표는 무엇인가.
박지혜: 우리 넷 모두가 삶의 가치관도, 연극을 하는 이유도 다 다르다. 비슷하다고 느끼는 건 자기 만족이 없고 굉장히 자기 비판적이라는 것, 욕심이 많다는 것이다. 뭔가 끝까지 도달하고 싶다는 것이 각자 자기 안에 다 있는 것 같다. 우리도 우리 공연을 보고 만족을 못한다. 내가 보고 순수하고 솔직하게 내가 감동 받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
 
양조아: 난 연극의 어떤 지점까지 도달하고 싶단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단지 이 팀에서 계속하는 건 재미있어서. 난 즐겁게 사는 게 제일 중요하다. 즐길거리가 많아야 하고 많이 웃어야 하고 해소해야 하는 욕망이 되게 큰데 이 안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나 자신이 정말 많이 성장해 있더라. 나의 단점도 볼 수 있고. 양손에서 가장 많이 바뀐 사람이 나 같다. 물론 나 역시 스스로 연기적으로 평가할 때 되게 까탈스럽고 인간적으로도 못난 구석이 너무 많은데, 좀 괜찮은 인간이 되고 싶고 그렇게 만들어주는 게 이 팀, 연극 작업인 것 같다.
 
손상규: 가족이라 해도 아들이 유학 갔다 오기도 하고, 분가하기도 하고, 명절 때 모이기도 하고 매일 같이 있기도 하지 않나. 개인적으로 어디에 묶여있는 걸 너무 싫어하는데, 여기 묶여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진 않다.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데에 두려움이 없길 바라고 많은 것에 익숙해지지 않길 바라고 우리 팀 역시 그러길 바란다. 매너리즘에 빠지는 걸 계속 경계하고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걸 찾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

양종욱: 우리 모두가 지금까지의 작업들을 볼 때 어떤 답답함을 느끼는 것 같다. 뭔가 탁 트이는 곳으로 가고 싶은데 그러려면 각오도, 용기도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 더욱 솔직하게 나를 들여다 봐야 할 것이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디로인가는 가고 있는 상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 [젊은 극단의 행보 ①] '연극이 아니어도 좋아'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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