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를 통해 누군가의 또 다른 꿈이 될 수 있도록…최선 다할 것 <맨 오브 라만차> 오만석

작성일2018.03.30 조회수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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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덟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캐스팅에 익숙하지만 낯선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 세르반테스와 극중극의 돈키호테 역으로 무대에 오르게 된 배우 오만석. 작품 연습과 영화 개봉, 오래전 약속된 예능 출연까지. 여러 가지 스케줄로 바쁜 와중에 그를 만났다. 1999년 연극 <파우스트>로 데뷔한 오만석은 이제 내년이면 20년 차 배우를 바라본다. 배우를 꿈꾸던 연극반 소년은 꿈에 그리던 작품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는 이제 새로운 라만차의 기사로 무대에 설 준비를 하고 있다. “나를 통해 누군가의 또 다른 꿈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오만석의 진심 어린 다짐이 공연에서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기대해본다.

 
- <맨 오브 라만차>는 어떤 배우에게는 배우를 꿈꾸게 하는 작품이고, 누군가는 꼭 돈키호테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꿈'의 작품입니다.
저에게도 이 작품은 꿈이었어요. 지금과 같은 정식 라이선스 작품은 아니었지만, 고등학교 때 롯데월드 예술 극장에서 공연을 봤어요. 공연을 보고 나서 ‘나중에 배우가 돼서 꼭 해보자’라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때 이후 시간이 흘러 배우가 되고 출연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솔직히 제가 겁을 냈어요. 나이도 젊었지만 ‘스스로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라는 판단이 들었거든요. 다시 세월이 지나고 이번에 참여할 수 있게 돼서 행복해요.
 
- 처음에 출연 제안이 왔을 때 거절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이번에 참여하게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속으로는 너무너무 참여하고 싶었어요. 다른 배우들이 하는 거 보면서 관객의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봤지만, 배우로서는 부러웠죠. 기회가 다시 올 수 있게끔 ‘내가 잘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도 하고 싶지만 두려워했던 이유가 ‘내가 나이가 들면 작품에 대해 더 느껴지는 게 있을 것 같다’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어요. 이제는 제가 생각했던 배우로서의 적정 기준의 나이가 된 것 같고, 잘하든 못하든 간에 지금은 도전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솔직히 ‘더 늦으면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고요. 작품의 메시지가 온전히 관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그동안 배우로서 쌓은 경험치를 이제는 조금 더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한참 연습하고 있을 텐데, 작품에 직접 참여해보니 어떤가요.
관객으로 볼 때도 좋았지만 직접 참여하니까 더 작품의 매력에 빠지게 됐어요.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 그것이 주는 메시지가 깊고 넓어요. 배우로서 이런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격적이에요.

제가 연출을 하든 연기를 하든 ‘작품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본질을 어떻게 해야 잘 표현할 수 있는가’를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해요. 그 본질에 대해 내가 원래부터 그쪽에 능력과 재능이 있으면 잘 표현이 되고, 아니면 시간이 좀 걸리는데, 연습은 그 본질을 잘 표현해내려는 과정이고요. 그래서 연습하는 내내 행복해요.
 



- 작가 세르반테스와 극중극 안에 돈키호테를 연기하게 됩니다.
극중극이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에요. 남들이 그냥 현실은 원래 이런 것이니까 인정하고 포기할 때, (그런 현실일지라도) '도전할 수 있다면 분명히 더 밝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굳은 믿음과 철학이 이 작품 전체를 꿰고 있어요. 모순되고 희망이 없는 세상에 그대로 종지부를 찍고 말 것이냐. 조금이라도 세상이 나은 쪽으로 발전하는데 있어서 움직이는 사람이 될 것이냐. 작가 세르반테스는 이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어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극이라는 방법을 선택해요. 현실의 세르반테스는 질문을 던지고, 극 중 돈키호테를 빌려서 답을 내려고 노력을 하는 거죠.

- 돈키호테는 꿈과 이상을 좇는 몽상가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돈키호테가 무모한 도전을 한다기보다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는 점이 중요한 거 같아요. 다른 사람의 눈에는 황당한 도전일 수 있지만, 돈키호테의 의지가 담긴 행동이기 때문에 남들이 뭐라고 할지라도 방향성은 확실히 가지고 있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 삶의 태도가 다른 것일 뿐이죠. 돈키호테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누군가 한 명쯤은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는 점이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 만약에 '나'라면 돈키호테 같은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전 힘들 것 같아요. 이게 되게 이율배반적이고, 창피한 이야기인데요. 오히려 뭣 모를 때, 젊을 때는 가능했어요. 나이가 들수록 타협하는 게 몸에 배고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전 돈키호테가 정말 멋있는 인물이고, 우리가 본받을 수 있는 인물인 것 같아요. 사실 나이가 들면 (어른이 되면) 잘 안 하려고 해요. 뭔가를 계획해서 하기보다는 일을 수습하고 마무리하고 안주하려고 하죠. 그런데 돈키호테는 나이를 먹어서 더 움직이니까요. 솔직하게 전 돈키호테처럼 못할 것 같아요.

(플디: 나이가 들면 왜 그럴까요?) 변화가 두려운 거죠. 나이가 들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쩔 수 없이 기성세대가 되잖아요. 처음부터 그렇게 되려고 마음먹은 게 아닌데...젊을 때는 잘 모르니까 이렇게 저렇게 직접 부딪쳐가며 경험을 하잖아요.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저런 경험들이 쌓여 가고 어떻게 하면 나를 지킬 수 있는지 알게 되니까, 상처 안 받기 위해서 미리 방지하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저도 자유롭지 못하죠.

- 산초와의 케미도 공연의 중요한 재미 요소입니다.
산초 역으로 나오는 훈진이와 호영이는 이미 이 공연을 했던 사람들이라 너무 잘해요. 둘 다 매력 있어요. 호영이는 호영이대로 재미있게 잘 이끌어가고 훈진이는 무게감 있는 재미를 선사해요. 오히려 제가 산초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두 배우 모두 절 잘 배려해주고 잘 끌고 다녀줘요(웃음).
 



- 지금은 배우들이 매체 구분 없이 활동하지만. 예전에는 구분이 명확했습니다. 하지만 만석씨는 배우 생활 초창기부터 드라마, 영화, 예능을 두루 경험했습니다.
이제는 배우에게 그런 매체 구분이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활동을 시작한 초창기만 하더라도 드라마도 하고 영화도 하고, 연극도 하는 게 흔한 게 아니었죠. 각각의 매체가 주는 장점이 있는데 공연의 매력은 현장성이에요. 무대 위에서 바로 관객들과 교감할 수 있다는 건 다른 데서 찾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가슴에 구멍이 뚫려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무대 위에서 관객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성, 눈물을 보면 그것이 메워지고요. 그렇지만 공연이 끝나면 구멍이 다시 뚫리고요. 마음이 헛헛해지죠. 공연의 장점이자 단점이 마음이 헛헛해진다는 거예요. 이런 이유에서 저는 할 수 있으면 한 가지를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싶어요. 한편으로는 매일 같은 공연을 하다 보면 타성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요.

- 여러 활동을 하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건 없었나요?
매 작품 할 때마다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지만 ‘잘 못하면 어떡하지’, ‘욕 먹으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솔직히 들어요. 배우 생활을 하면 할수록 그런 게 없어질 것 같은데, 책임감과 부담감도 생기는 만큼 불안한 마음도 어쩔 수 없이 생기더라고요. 그렇지만 일을 해내야 해잖아요.
 
그렇게 불안하고 답답할 때, 생각대로 잘 안 풀려서 스트레스 받을 때 그것만 바라보고 있으면 답이 안 나와요. 저는 그럴 때 다른 생각을 하거나 취미 생활을 즐겨요. 저한테는 그게 축구죠(웃음). 나가서 공을 차고 제 생활로 돌아오면 필요한 아이디어도 생각나고, 삶의 활력도 얻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한테 본인이 직업으로 삼는 일 이외에 가장 재미있어 하고 즐거워하는 취미 생활을 가지라고 이야기해줘요.
 
- 최근에 대학로에 우동 가게를 차렸는데, CEO는 배우, 연출, MC와는 또 다른 포지션입니다.
사실 제가 면 마니아에요(웃음). 그리고 친한 형이 우동 관련 프랜차이즈를 하고 있어서 기회가 닿아서 가게를 열었어요. 어느 날 대학로에서 연습하는데 연습실 근처에 어느 가게가 비었더라고요. 계속 지켜봤는데 두 달 정도 비어 있길래, ‘거기에 우동집을 내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직접 가게 주인을 찾아가서 계약하고, 오픈 준비를 했죠. 대학로에서 공연을 좋아하는 분들의 사랑방이 되고 싶어요. 또 잠깐 쉬는 배우들이 있으면 저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면 좋을 것 같고요.

음식 장사는 처음 하는 일이지만 재미있어요. 그게 돈을 벌어서 재미있다는 건 아니고요. 누군가 배고픈 사람이 들어와서 제가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고 속이 든든해져서 나가는 모습을 보면, 가게 주인으로서 너무 뿌듯하고 만족감을 느껴요. 이거 하면서 자영업 하시는 분들의 수고로움도 알게 됐고요.

- 4월에는 독특한 공연 형식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연극 <낫심>에도 출연합니다.
작품 기획안을 받아보고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작가가 전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를 스스로 체험하고 싶기도 했고요. 마음을 비우고 가면 될 것 같아요. 보통 배우들은 준비되지 않으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걸 꺼리게 되는데 어떻게 보면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 가장 솔직한 모습이잖아요. 솔직한 내가 어떤 무엇인가를 만났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대해서 알고 싶어요. 제 장·단점이 모두 보일 것 같아요. 관객들도 이런 날 것의 느낌을 궁금해하는 것 같고요. 대학교 이후에 이런 즉흥 공연은 처음이라 기대가 많이 돼요.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 (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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