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니오 모리꼬네 “한국, 가장 먼저 찾아갑니다”
작성일2011.05.03 조회수12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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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5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입니다. 누군가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갈 뻔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 주고, 상기 시켜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1961년 ‘Il Federale(파시스트)’란 영화를 시작으로 영화음악 작곡을 시작했지만, 그때는 이렇게 오랫동안 이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정통 클래식과 재즈 음악 작업을 한 것은 더 오래 됐지만, 제 음악이 사람들과의 교류를 시작한 것은 영화음악 덕분입니다. 지금까지도 계속 일할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지금도 매 작품마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생각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함께 작업하는 것은 아주 멋지고, 흥분 되는 일입니다.
사실, 5월에 50주년 기념 공연을 유럽에서 시작하고 영국 BBC의 스페셜을 녹화하는 일정을 조율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두 번의 서울 공연 후, 서울에서 가장 대표적인 전문 극장에서 공연하는 것에 대한 의견이 있었는데 그 극장의 일정이 2011년에는 5월에만 대관이 가능하다고 해서 서울 공연을 먼저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로마에서 2시간 거리면 도달하는 유럽 지역에서는 다른 기회들이 많이 있겠지만, 서울은 제 나이에 쉽게 여행할 수 있는 거리는 아니니까요.
2007년 첫 서울 공연 이전에 큰 야외 공연장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현지 기획사와의 문제로 공연이 취소 됐어요. 아시아에서, 특히 일본과 한국에서 많은 팬들이 있다는 것을 이태리에서 음악 공부를 하는 많은 이들을 통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실망감이 컸죠. 두 번의 한국 공연은 제 자신이나, 우리 가족에게 (*모리꼬네는 투어시 부인과 음악 스태프인 아들과 함께 다닌다) 아주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상냥했으며, 음악에 대한 열정과 환호는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현대적이고 깨끗한 서울의 모습은 제가 로마에서 생각했던 것과는 아주 달라고, 음식 또한 매우 훌륭했어요.
제 곡들이 재즈나 다른 클래식 소품 또는 연주곡으로 리메이크되는 것에는 관대한 편이지만, 가사를 붙여 편곡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매우 까다로운 편이에요. 가사가 붙여지면 애초의 음악과는 다른 메시지와 이야기가 펼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미 ‘미션’이란 이야기와 영화를 통해서 그 노래가 가지고 있는 감성과 정체성을 위협할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이유로, 처음에 매니저를 통해서 그녀의 의사가 전달 되었을 때도 거절 했어요. 하지만 그녀의 계속되는 관심과 의지에 놀랐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음악적 진정성과 자세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줘서 승락 했던 게 기억나요. 이 노래가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는 걸 최근에 알았어요. 이 노래는 이미 오래전에 리메이크 됐던 노래잖아요. 이 편곡을 이번 프로그램에 포함시켜달라는 요청을 받기는 했지만, 가브리엘 오보에의 음악 외에 가사는 제가 쓴 것이 아니어서 저작권 내용을 확인 중 입니다. 제 음악 스태프들이 오케스트라 악보를 찾고 있는 중이에요. 이 곡을 편곡대로 서울에서 연주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원곡인 ‘가브리엘의 오보에’는 꼭 들려드리도록 할게요.
오래 전 제 선생님이셨던 이태리 출신 작곡가 고프레도 페트라씨(Goffredo Petrassi) 선생님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를 통해, 합창과 오케스트라 그리고 실험적인 각도에서 작곡을 한다는 것이 어떤 힘을 갖게 되는지 배웠습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아들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전문적인 음악적 교육을 받도록 어려운 시절 가운데서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주신 아버님이 있었기에 그 모든 것들이 가능했어요. 개인적으로는 클래식 음악 외에도 재즈음악을 좋아해요.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 음악에 담겨져 있는 감성적인 깊이를 사랑하고, 클래식 쪽에서는 요한 세바스찬 바하, 프레스코발디(Frescobaldi), 다 팔레스트리나(da Palestrina), 스트라빈스키(Stravinsky), 칼하인즈 스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 등을 좋아합니다.
영화 음악은 영화라는 소재를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한 부분과도 같고 그 목적이 다르다는 점이 클래식과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음악으로 사용되었지만, 제 작품 중 상당 수가 절대 음악이며 이것들이 실용적인 영화음악으로 쓰였기 때문에 가볍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영화 음악을 만들 때 이렇게 저렇게 해 달라고 요청하는 감독과는 일하지 않아요. 스크립트를 가지고 와서 제가 읽어보고 영화의 내용을 파악하기도 전에 ‘나는 쇼팽 같은 스타일을 원한다’라고 말한다면, 그 영화에 대한 저만의 영감을 방해하는 것이니까요.
브라이언 드 팔마, 쥐세페 토르나토레 같은 감독들은 음악과 작곡가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사람들이에요. 음악적으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음악에 대한 제 음악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아요. ‘언터쳐블’ 작업 시절, 주인공들을 위한 개선 행진곡을 쓰게 됐는데, 저는 그 곡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감독에게 “이 곡만큼은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는데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바로 그 곡을 메인 테마로 사용했어요. 결과적으로 영화와 정말 잘 맞는 곡이 됐어요. 제 음악적 판단이 이야기 안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는 다른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영화음악의 매력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들으면서 제 이름뿐만 아니라, 그 영화의 장면까지 떠올릴 수 있기를 원해요.
영화의 스크립트를 읽으면서 아이디어를 얻는 편입니다. 감독들도 “이렇게 작곡해달라”고 지시하지 않는 편이고 저 역시 저만의 아이디어를 종합해 감독들에게 이런 방향으로 음악을 만들겠다고 제안을 해요. 감독이 수락을 하면 그 때부터 작업에 착수합니다. 일단 영화의 스크립트를 보고 감독에게 음악적인 방향에 대해 조율을 거친 후 작곡에 착수하기 때문에 굳이 다른 작곡가들처럼 촬영이 되는 것을 보면서 음악을 만들어갈 필요는 없어요. 이것이 제가 영화 음악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영화음악은 영화를 완성시켜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가장 감동적인 장면에서 그 감동을 증폭시켜주는 배경 음악이 없다면, 그 영화는 그만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힘들 테니까요. .
한국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았지만, 유럽의 시상식이나, 다른 영화인들을 통해서 한국 영화의 최근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어요. 한국작품에 대한 의사표시와 관심으로 여러 차례 시도가 있었지만 한번도 성사된 적이 없어서 매우 아쉬워요. 같이 작업 할 수 있는 작품을 찾는데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곡들을 기획사를 통해서 전달 받았습니다. 그 곡들은 물론, 지난 두 번의 내한을 통해 소개하지 못했던 새로운 곡들을 준비 중 입니다. 한국에선 한번도 연주하지 않은 영화 ‘Malena’의 두 곡을, 쥐세페 감독과 최근에 작업한 영화 ‘Baaria’의 수록곡과 몇 곡의 TV 시리즈 주제곡도 포함할 예정입니다. 공연에 오기 전에 이 영화들을 모두 다 보고 오는 것이 좋지 않냐는 질문을 자주 받아요.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모르고 와서 음악을, 음악만을 즐기시라고 권유하고 싶어요. 작곡가의 욕심이기도 합니다(웃음).
한국에 다시 가게 되어서 무척 기쁘고, 아직도 지난 콘서트의 경기장을 가득 채웠던 함성과 열광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Grazie mille(감사합니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9엔터테인먼트, 세종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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