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전공자들에게 ‘연주하기 어려운 작곡가의 곡이 무엇일까?’ 라고 물어보면 예상외로 라흐마니노프나 리스트가 아닌 바흐의 곡이 어렵다고 대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바흐의 곡은 라흐마니노프나 리스트에 비해서 기교적으로 화려하지 않지만 제대로 표현해내기가 상당히 어렵다. 바흐의 곡은 이성과 감성의 경계선상에 놓여 있으며, 음표 하나 하나가 각자의 의미를 가지고 살아 있다 (다른 작곡가들의 곡이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따라서 단순히 감정에 취해서 곡을 연주하다 보면 어느새 의도하는 바와는 다른 연주로 빠질 위험성이 있다.

떠오르는 신예 피아니스트들 중에서 바흐 연주로 명성을 얻은 사람은 드물다. 그들의 연주 레퍼토리 대부분이 낭만주의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이름을 알린 마르틴 슈타트펠트의 첫 내한 공연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사실 바흐의 음악이 나에게 쇼팽이나 라흐마니노프처럼 친숙하지는 않았다. 이전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이나 골드베르크 변주곡,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정도 들어본 경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평소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을 수준 있는 연주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바흐 실연을 경험할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 시작 20분 전 조금은 빠듯한 시간에 공연장소에 도착하여 예매했던 표를 찾고, 프로그램을 사서 자리를 찾아 앉았다. 곧 조명이 어두워지고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를 가진 청년이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중간 쉬는 시간까지 프랑스 풍의 서곡을 시작으로 코랄 전주곡 <자, 기뻐하라, 사랑스런 주의 성도들이여>까지 총 네 곡을 연주하였다. 사실, 이 네 곡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곡이라 부담 없는 마음으로 개개의 음과 선율에 집중하면서 감상하였다. 음과 음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고, 음색이 들떠 있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가라 앉아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중간 쉬는 시간이 끝나고, 이번 공연의 주 메뉴인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시작되었다. 첫 타건에서부터 연주자의 자신감이 느껴졌고, 곧이어 익숙한 듯한 손놀림으로 한 곡 한 곡을 거침 없이 연주해나갔다. 자신만의 색깔과 기준을 가지고 바흐라는 커다란 난제를 풀어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공연 전반부의 네 곡과는 사뭇 다르게 음색의 청량감과 세련됨이 돋보였다.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바흐 특유의 호흡을 놓치지 않는 수준 높은 연주였다. 앙코르 곡으로는 프로코피에프의 토카타와 바흐의 시칠리아노 두 곡을 연주하였는데, 바흐 이후 연주 레퍼토리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연주였다. 개인적으로 슈타트펠트가 연주하는 베토벤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주자와 계약을 맺은 회사의 마케팅 전략인지는 모르겠으나, 슈타트펠트와 글렌 굴드를 비교하는 글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바흐 연주에 있어서 독보적 행보를 걷고 있는 것과, 같은 나이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녹음한 것과, 심지어 연주 때 낮은 의자를 쓰는 것까지 거론하면서 제2의 글렌 굴드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음악이 그렇듯이 굴드와 슈타트펠트의 바흐가 동일할 수 없다. 슈타트펠트의 연주는 바흐와 그 시대를 바라보게 하는 또 다른 좋은 안내자인 것이다.

첫 내한공연이라 내심 기대반하고 갔는데 정말이지 전율이 올정도로 너무너무 좋았어요~
다음에 다른 프로그램으로 다시 내한공연을 한다면 정말 강추하고 당연히 또 찾을꺼에요~

앵콜공연도 두번이나 하고 멋진 무대 보여준 마르틴 슈타트펠트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어요~!!최고에요 최고!!

한시간 가량 되는 골든베르그 변주곡 전곡을 듣기는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마르틴 슈타트펠트 다음에 리싸이틀 한다면 또 가고 싶네요.

마르틴 슈타트 팰트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7월의 어느날 중앙일보에서였습니다.

글렌굴드가 죽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안타까워하던(뒤늦게) 저는,
그의 현신이라는 훈훈한 장신의 피아니스트를 보고는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죠.
그때부터 오매불망, 책상 앞에 기사를 스크랩 해놓고는 언제쯤이나
예매가 가능할까 기다리면서 두달이라는 시간을 보냈죠.

모두들 숨죽이고 있는 가운데 들려오는 선명한 피아노 소리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했답니다.

그리고 9월. 드디어 예매가 오픈이 되고,
저는 가장 비싼 자리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1층에 자리를 예매하고,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2주가량을 보내고는,
드디어 공연장으로 고고~!!

독일에서 유명한 피아니스트여서인지 한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도 많이 보였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고..
멀리서 한눈에 봐도 9등신은 되보이는 미남? 피아니스트 등장.
사실 얼굴은 잘 구분할 수 없었지만 프로그램북에 나와있는 얼굴로 나름 추정;;
단추가 줄줄이 달린 중세풍의 자켓을 입고 왔는데 너무도 잘 어울리더라는-
첫 곡을 치는데 저는 갑자기 노다메 칸타빌레에 나오는 그,
음표가 둥실둥실 떠다니면서 빛이 나는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너무나도 기대했던 탓일까요ㅋㅋㅋㅋ

어렸을 적 보았던 피아노 독주회에서 억지로 감흥을 만들기 위해
몸을 움직거리던;; 피아니스트들과 달리 정말,(마르틴은)
음악에 온 몸을 푹 잠그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음악에 몰입할 수 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첫곡을 치고는 들어갔다가 사람들이 박수를 계속 치자
다시 나와서 인사하고 들어가는 모습이~ 역쉬~! 매너남이군 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어요.
몇 곡을 연주하고는 마지막으로 그 유명한 골든배르크 변주곡이 시작되었어요.

전 그냥 즐기자는 마음에 몇번째 변주곡인지는 세보지 않고 계속들었는데
나중이 되니까 이게 몇번째 곡일까 궁금해지더라구요.
그래서 좀 더 공부하고 올 걸 하는 뒤늦은 후회를 했답니다.
영화는 가볍게 보아도 상관 없지만, 기타 다른 공연이나 음악회를 보러 갈 때는
공부를 좀 하고 가는게 돈 들인만큼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고
깨닫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프로그램상으로는 그 곡이 마지막이었는데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치니깐
두 곡이나 더 연주를 해 주었어요.
무대 매너가 킹왕짱이더군요. 역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는 괜히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뒤쪽 합창석에 계신 분들께도 계속 인사하고..정말 멋지더라구요.
제 이상형이 피아노 칠 줄 아는 남자거든요ㅠㅠ
가까이 앉아서 봤으면 코피 퐝 터졌을지도...
암튼, 전 나중에 공연있음 또 가고 싶은 피아니스트를 한 명 찾았답니다~!

젊은 나이에 훌륭한 연주실력을 보여준 멋진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