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쥐가 된 사나이는 작가의 미발표작이라고 한다. 윤영선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접했는데 작가에 관해 찾아보니 부조리극을 주로 쓴 듯하다. 이 작품 역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비현실적인 이야기였다. 산속 오두막은 다른 차원의 세상이거나 사후의 세계처럼 느껴지고 등장인물 중 누가 인간이고 누가 쥐인지 또한 명확하지가 않다.

개인적으론 오두막의 두 모녀를 보면서 한국, 중국, 일본 등 한자문화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요괴 전설을 떠올렸다.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선비가 불빛을 따라서 가 보았더니 아름다운 과부 또는 모녀만이 살고 있는 초가집이었고 융숭한 대접을 받았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여인의 정체가 여우였다거나 구렁이였다거나 하는 전설 말이다. 왕조현 주연의 천녀유혼이나 일본 설화의 설녀(雪女) 역시 비슷한 이야기라고 하겠다.

다시 오두막으로 돌아온 청년이 이제는 말을 할 줄 알게 된 여자와 정을 통하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 독특했다. 무대 위 평지가 아니라 하수에 수직으로 세워진 사다리 위에 올라가서 남녀 배우가 포개지기 때문이다. 무대의 배경에서도 나무가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고 메주 대신 돌멩이가 매달려 있어서 비현실감을 강조했다.

부조리극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작이 미완성작이라 그런지 조금 어려운 느낌이었습니다.
현실과 비현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자아를 보는 듯했습니다.
잘 알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어쩌면 허상일 수도 있으며, 스스로가 알고싶은 것만 알려고 하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하는 현실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긴 여행에서 육신의 나는 돌아왔지만 영혼은 아직도 여행지를 거닐고 있는 오늘의 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공연이었습니다.

연극 보고 나오면서 정말 좋았습니다.

''연극다운! 정말 정통 연극을 보았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요즘 연극들을 보고 오면 살짝 아리송 할때가 있습니다.

물론 완성도도 좋은 연극들이 많았으나 뭔가 허전한 부분들이 조금은 있었습니다.

이런 허전함을 쥐가된 사나이가 꽉 채워줬네요~

원작이 궁금해졌고 연출자가 궁굼해졌습니다. 연극을 전공하시는 분이라면 꼭 보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야기는 오랫동안 공무원 시험준비를 해오던 남자가 깊은 산골에서 길을 헤메고
어느 오두막집에 들어갑니다.

남자는 비도 오고 오랜시간 헤멨으니....또한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잠시 쉬러,
아니면 여기가 어디인지 물어보러 등등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오두막집을 들어갑니다.
하지만 오두막집에 사는 사람들은 무언가 이상합니다.
죽은 아버지가 찾아와 먹을 것 없는곳에 감자를 주고, 말 못하는 딸에게 어떤 계시를 주고,
또한 쌀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이런 상황에서 남자는 이상하지만 그곳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오두막집 사람들이 남자를 예전에 집 나간 아들이라 하다가 쥐 라고 하다가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사람이 아니라 쥐가 어때서? 라고...
그리고는 진짜 쥐가 나타나 그 쥐를 잡기위해 한바탕 난리가 납니다.
또한 그동안 이 오두막집을 거쳐온 많은 쥐가 된 남자들이 스쳐지나갑니다.

이 쥐가된 사나이는 장면 장면이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몰입을 유도합니다.
보고 나서 그 쥐라는 의미를 생각하며 제 자신을 비춰보기도 했습니다.

약간의 스릴도 느낄 수 있고 코믹함도 볼 수 있으며 무언가 추리를 해야하는 듯 하다가도
다시 제자리로 오다가 오두막집이 상상 같기도 하다가 남자가 상상을 하는것 같기도 하다가 .... 등등등 보고 나면 묘한 느낌이 듭니다.

이런 감정들을 무엇으로 표현해야할지 .... 잘 모르겠습니다.

암튼 정말 연극다운! 연극을 보고 왔다는 생각에 뿌둣하고
연극의 이야기가 하루가 지난 지금도 계속 머물고 있습니다.

그냥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저 나름의 추리를 한다고 해야할까요?
자꾸 왜? 라는 질문을 하면서 답을 찾고 있습니다.

서울연극제 수상작이라는 정보만 가지고 만난 극, 보는동안 묘하게 빠져드는 극이었고, 극장을 나오면서 생각이 많아진 극, 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한 경계에서 돌아보는 삶에 대한 물음들이 늘어나는 매력적인 극이었어요.

부조리극이라는 것을 알고 갔지만, 역시나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묘한 매력이 있네요..
특히 송치훈 배우는 처음 봤는데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약간 유준상씨 같은 느낌도 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