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기대가 큰 공연이었기에 서둘러 과천시민회관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였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여서 티켓팅을 하고 나서 가벼운 저녁을 먹고 다시 공연장으로 돌아왔어요.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의 스펙입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컸고 웅장한 발레 무대를 공연하기에 손색이 없었습니다. 좌석도 3시간 가까이 공연을 보는데 아무 지장이 없을 만큼 편안했습니다. 이 옆에는 소극장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공연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프로그램 북을 구입하여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안무는 마리우스 프티파/레프 이바노프/올레그 비노그라도프, 연출은 나탈리아 스피치나, 무대는 갈리나 솔로비에바가 맡았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고 음악이 흐르면서 막이 올라가기까지 설레는 마음을 진정하기가 어려웠죠. 서서히 막이 오르고 눈앞에 펼쳐지는 멋진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화려한 무대의상, 웅장한 무대배경, 그것에 더한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순식간에 공연에 압도되고 말았습니다. 최고의 발레 입문작이라는 세간의 평대로 발레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부담 없이 그 매력에 푹 빠져버릴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특히 초등학생들이 많이 와서 160분 동안 집중할 수 있을까 염려했는데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공연 내내 어른보다 더 많은 박수를 치며 공연 자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전의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2막으로 이루어졌다고 알고있었는데 이날은 3막 4장으로 구성되었어요. 워낙 유명한 레퍼토리라 자세한 시놉시스는 생략하고 출연진에게서 받은 느낌과 기억에 남는 장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오데뜨역을 맡은 발레리나 황혜민님은 특유의 섬세한 표현이 돋보였습니다. 백조 오데트와 흑조 오딜을 번갈아가며 1인 2역이라는 어려운 역할에도 불구하고 백조의 아름다움과 우아함, 흑조의 팜므파탈적인 매혹을 모두 잘 소화해주었습니다. 지그프리드역의 발레리노 엄재용님은 사랑에 빠진 왕자의 역을 멋지게 표현하였는데 특히 온화한 미소와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남성미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였습니다. 황혜민님과의 캐미는 매우 훌륭하였습니다. 어릿광대역의 조주환님은 각별하게 관객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익살스런 표정과 몸동작은 우아한 연기가 주류를 이루는 발레 무대에서 톡톡히 감초역활을 해주었습니다. 로트바르트역의 동 지아디님은 악마의 모습을 절제 있는 동작으로 묘사하였고, 여왕역의 이상은님은 ‘포스’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웠습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많지만 궁중 무도회에서 보여주는 각 나라의 민속춤은 화려한 의상과 함께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하였고, 흑조인 오딜의 32회전 푸에테 또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습니다. 자칫 테크닉에만 치우칠 푸에테를 모든 춤사위 속에 조화롭게 담아내었습니다. 그리고 백조의 호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군무도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백조와 함께 흑조들의 군무가 어우러진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백조는 부드럽고 우아했고 흑조는 날카롭고 관능적인 매력을 발산하였습니다. 손동작 발동작 모두 한사람이 춤을 추듯 한 호흡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객석 여기저시서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군무가 나타낼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을 보여주었습니다. 4명의 백조가 손을 엇갈리게 잡고 춤을 추는 장면도 재미있었어요. 흑조 오딜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왕자를 조롱하면서 꽃다발을 던져 검은색으로 변해버리는 장면도 기억에 남아요. 한 가지 아쉬운 장면이라면 지그프리드와 로트바르트의 대결 장면이 조금 더 박진감이 있었으면 하는 여운이 있었어요.

15분의 인터미션을 두 번이나 주었는데 아마도 무대 변화에 많은 신경을 써서 그것을 교체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무대 배경이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연기를 돋보이게 잘 받쳐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열광적이었습니다. 1막에서 3막까지 공연 내내 박수가 끊이지 않았고 ‘브라보’ 소리도 많이 들렸어요.

지금도 눈을 감으면 새털처럼 가벼운 발레리나의 모습과 역동적인 발레리노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고 귀에는 토슈즈의 경쾌한 ‘또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그리고 ‘새드앤딩’이 아닌 ‘해피앤딩’ 버전도 있다고 알고 있는데 다음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감동의 물결이 이어져 한동안은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사인회가 있기를 기대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다음 공연에서 다시한번 기대할까 합니다. 누가 유니버설발레단의 공연이 어떠냐구 묻는다면 자신있게 말할수 있어요.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라고.......

‘무용의 이해’ 과제로 유니버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를 보러가게 되었다. 7살에 발레를 시작하여 발레리나의 꿈을 키웠지만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빠의 반대로 발레를 그만두게 되었었다. 그 후로 항상 발레에 대한 로망과 동경이 있었지만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 중 하나인 ‘백조의 호수’는 이름만 들어도 언제나 가슴이 뛰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비싼 관람료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설득해 보러갔다. 시작하기 전, 문훈숙 유니버설 발레단 단장님이 나오셔서 ‘백조의 호수’의 감상 포인트들을 설명해주셨다. 같은 팔을 펴는 동작이라도 손끝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서는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을, ‘지젤’에서는 슬픈 소녀의 모습을, ‘백조의 호수’에서는 날개를 활짝 펴는 동작이라는 것이 참 신기했다. ‘백조의 호수’를 보러간 날은 마침 ‘무용의 이해’ 수업 시간에 고전발레에 대해 배우고 키로프발레단의 백조들 영상을 감상한 직후였기 때문에 알아듣기가 쉬웠다. 게다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공연을 감상하면서 ‘아, 이것이 디베르티스망이구나.’ 알 수 있어서 재밌었다. 임혜경님이 오데트와 오딜역을, 이현준님이 지크프리트역을 맡으신 공연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공연이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처음 장면은 지크프리트의 마을에서의 생일잔치 장면이었다. ‘백조의 호수’는 총 2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막의 백조의 군무나 흑조의 32회 푸에테 등 유명한 장면들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첫 부분의 마을에서의 지크프리트의 생일잔치 장면이 굉장히 좋았다. 밝고 경쾌한 음악에 어울리는 즐거운 잔치 분위기가 내 마음을 들뜨게 했다. 특히 광대의 점프와 춤은 정말 유쾌하고 완벽했다. 잔치가 끝난 후 왕자가 왕비에게 선물로 받은 활을 가지고 호수에 갔다가 오데트를 만나 사랑의 맹세를 하는 장면이 참 아름다웠는데 둘만의 사랑을 속삭이는 부분이 짧아 조금 아쉬웠다. 이 부분에서 1막이 끝났다. 몸도 풀 겸 공연장 로비로 나왔는데 발레복을 입은 어린아이들과 머리를 올백으로 올린 선화예중, 예고 학생들이 많았다.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도 하고 나는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 한 편이 아려왔던 것 같다. 2막이 시작되면서 백조의 군무가 나왔다. 파랗고 신비로운 조명 아래 춤을 추는 24명의 백조들의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특히 ‘무용의 이해’ 수업시간에 배운 4명의 작은 백조들과 4명의 큰 백조들의 춤은 전체 군무와 균형을 보여주며 정말 한 무리의 백조와 같은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이어지는 지크프리트의 성인식 장면에서 임혜경님을 보면서 오데트보다 오딜로서의 모습이 더 어울리신다고 생각했다. 32회 푸에테는 굉장했고, 그 분의 강한 인상과 카리스마가 매혹적인 오딜의 이미지와 잘 부합했다. 후에 지크프리트 왕자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호수로 오데트를 찾아가지만 로트바르트와 싸우다 죽고 만다. 지금까지 유니버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키로프 발레단의 버전을 본 따 로트바르트와 싸우다가 지크프리트는 목숨을 잃고 오데트가 혼자 남아 탄식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다가 2000년 공연에서 처음으로 그동안 죽 지크프리드 뒤에서 싸움을 지켜보기만 하던 오데트가 백조들을 지휘하며 함께 싸우는 능동적인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로트바르트에게 목숨을 잃은 지크프리드를 대신해 오데트가 그와 싸워 결국 이기게 되는데 엔딩 장면이 너무 짧은 것이 아쉬웠다.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기대를 너무 많이 하고 갔던 탓인지 오데트의 역할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오던 오데트는 무척 연약하고 가냘프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였는데 임혜경님이 표현한 오데트는 그 분의 키와 카리스마 때문인지 오딜의 이미지가 자꾸 보였다. 이현준님도 감정표현과 오데트의 상대역으로서의 역할은 참 좋았지만 점프와 착지가 살짝 불안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첫 발레공연으로서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옆에 앉아 쉬지않고 떠드는 개념없는 관객 덕에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공연은 만족스러웠습니다.

공연 전 단장님의 설명도 좋았습니다.

다음 공연, [라 바야데르]도 기대하고 있답니다.^^

처음 유니버셜의 지젤을 보고,
백조의 호수는 꼭 유니버셜 발레단의 공연으로 보고싶었어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공연~너무 잘 봤답니다
그런데 입장 후 객석 분위기 관리 좀 해주셨다면 정말 좋았겠지만요

20100327_ 백조의 호수

멋진 무대 구성과 의상 그리고 군무.

잘 보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