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블로그에 작성한 후기를 옮겨 왔습니다.

11월 8일 월요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린 「악령」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80여편의 공연들을 보아온 나는 나름의 이유로 <초연, 첫공>을 기피한다.
그럼에도 2010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일환으로 단 3일 공연된 「악령」을 보고 온 것은 단순히 초대되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악령」은 다들 알고 있듯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소설 「악령」을 읽어 보았다면,

그 긴- 호흡으로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노름꾼 .. 등 도스토예프스키의 다른 작품들에 비하여 다소 '어렵다' 라고 느낀 분들이 많을거라 생각한다.

연극 「악령」역시 호흡이 참 긴- 공연이었다.

(7시 30분을 시작으로 공연이 끝난 것은 11시가 거의 다 된 시간이었으니. 단순히 시간상으로도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사의 흐름을 한 번 놓치면 .. 다시 펼쳐진 상황으로 돌아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초연>에 <첫공>이라는 요인은 역시나 우려했던 바와 같이 관객의 몰입을 방해한다.
특히 아직 입과 몸이 덜 풀린 배우들이기에 .. 어쩔 수 없는 것이었을 '대사의 흐트러짐과 발성 부족' 등이 안타깝다.
이러한 안타까움은 무대 안 장면을 함께 하며 숨차게 극의 흐름을 따라가던 관객들을 무대 밖으로 내몰았다.
특히나 .. 무대장치 중 windows media player 화면이 노출된 것은 ..
'하하. 그래 난 연극을 보고 있는거지.' 하며 극으로 부터 한발자국 물러서게 만들었다.

그것도 엔딩을 향하는 과정에서 ..

결론적으로 작품 자체는 탄탄한 이야기와 거침없는 호흡의 원작을 기반으로 했기에 꽉찬 느낌을 안겨주지만!
- 소설과 같이 인물들의 파괴적인 행동과 극적인 사건들을 끊임없이 전개하며 인간의 본성을 노출시키고 있다.

초연과 첫공이라는 벽에 부딪쳐 그 많은 이야기와 신념들을 관객에게 명확히 전달해 주기엔 다소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었다.
- 단1) 무대 장치, 특히 조명은 이 극의 이해를 도와주기에 충분할 만큼 훌륭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 단2) 배우들의 연기, 집단적인 움직임도 역동적이다.


하지만 나는
도스토예프스키의「악령」과 같은 작품들이 무대에 많이 올려지기 바란다.
발랄함과 상큼함, 애잔함 등등의 감성으로 가득한 요즈음 공연도 물론 사랑스럽지만,
이렇듯 다른 감성을 두드리는 작품들은 또 다른 울림으로 ...


마지막으로 매번 공연을 관람할 때 마다 관람객 매너를 운운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번 공연은 특히나! 심각했다.

여기저기 졸다가 프로그램을 떨구는 사람들.
잊을만하면 봉투에서 음식을 꺼내먹는 사람들.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
심지어 신랑 옆에 있던 한 여성분은 전화를 받아 통화까지 하셨다.
더불어! 공연이 이미 시작되었음에도 관람객을 입장시키는 .. 예술의 전당 스태프! 문제 있습니다요!

부디- 이런 분들은 (적어도 내가 공연을 보는) 한 무대에서 만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 상세 공연 정보는 http://www.spaf.or.kr/2010/program/prgm_view.php?art_no=19

추천<>기대합니다<>

배우들은 최고~
근데 이해하기좀 어렵긴한데...

재미있었어요

매우 흥미진진했습니다. 지난달부터 고민케했던 작품이었으나... 이 정도면 수작. ^^
도스토옙스키의 원작을 어떻게 살려낼것인가, 차라리 보지 않는게 나을까...
하지만 보고난 후에는 어느정도 만족감이 느껴졌습니다.
다양한 무대 변화와 다채로운 표현양식으로 비극과 희극 사이를 오갔네요.
깊이 있는 내용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면 인터미션 포함, 세 시간이 넘는 시간이 무척이나 괴로웠을터.
특히나 지현준씨의 열연이 돋보였습니다.
의상에 더 신경쓰고 조연들의 캐릭터와 연기를 보완해서 다시 올렸으면 좋겠어요.
모던하고 과감한 무대는 좋았느나, 무대전환을 위해 자주 극이 끊기는 아쉬움이 남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