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치철학 강의를 묶은 <정의란 무엇인가>가 인문학 서적으로 드물게도 100만부가 넘게 팔렸다. 구체적 사례를 통한 생생한 강의, 하버드대학 교수라는 명성, 1등에만 쏠리는 한국 독서문화 등 이 책이 많이 팔린 이유를 여러 가지 들 수 있다. 그중 나는 2010년과 2011년, 한국사회가 정의롭지 못한 데에 대한 갈등이자 반증을 가장 큰 이유로 본다.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는 지금은 분명 며칠 전 31년 기념일을 맞은 광주민주화항쟁 당시에 비해 민주화된 사회이나 상대적 박탈감은 어떤지 점점 심해지는 듯하다. 증명할 길이 없지만 4.27 보궐선거의 결과도 어느 정도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감각의 제국>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1968년 작 <교사형>을 연극으로 다시 무대에 올리는 작업은 그럼 어떤가. 영화는 1958년 8월 일본인 여학생 둘을 살해한 후, 언론사에 전화로 알린 재일교포 이진우의 사형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일본과 한국 사이 민족주의 감정을 건들리는 요소가 많지만 오시마 나기사 감독은 국가 체제가 가진 폭력성에 (당연한 얘기지만) 주목을 했다.

감독의 의도가 그러하고, 지금 연극이 동시대 호흡이고 보면, <교사형>이 의도하는 바는 반일 감정이나 해묵은 감정을 끌어내려는 의도가 아닌 건 분명하다. 혹은 일제강점기 당시 위안부 문제조차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은 지금 이 사건이 일본을 보는 시각에 영향을 주기란 쉽지 않다. 한국인 차별 문제를 비중 있게 묘사하긴 하지만, 제3계급을 차별하는 상황은 늘 부당하게도 역사에서 늘 존재했다. 당장 이주노동자, 해외 동포 등 우리 사회 시민의식 수준에서 남 얘기하듯 꺼낼 얘기는 아니다. 이진우라는 실명 혹은 가명 대신 카프카 소설에서 종종 등장하는 식으로 불특정다수를 의미하는 ‘R'이라 부르고, 그를 사회적 살인으로 내모는 이들에게 이름 대신 교육부장, 의무관, 신부 등 사회적 지위로 대신하는 데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재일동포 이진우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건을 두고 연극이 다루는 방식은 프란츠 카프카가 소설 <소송>이 제기하는 부분과 비슷하다. 프란츠 카프카는 오스트리아 치하의 프라하에서 지배자인 독일인도, 피지배자인 체코인도 아닌 어중간한 제 3자인 유태인이었고, 법학박사로 노동자재해보험공사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면서 법의 속성을 확실하게 꿰뚫었다. 소설에서 “죄가 없는데도 재판을 받을 뿐 아니라 무지하기 때문에 재판을 받는다는 것이 이 재판제도의 특징”이라는 고백은 죽음이라는 심판이 기다리는 불안이나 소외에 대한 은유나 상징이라는 후대 해석보다는 그가 몸소 체험한 현실을 지배하는 구조적 권력구조를 겨냥한 구절로 봐야 한다.

연극의 부제 ‘국가, 괴물을 만들다’는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리게 한다. 한순간 무능력한 인물로 사회나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하는 현실은 스스로를 부정하면서 전혀 다른 이질적인 존재로의 변태로 이어진다. 교사형을 받았으나 다시 살아난 이진영 역시 산 것도 아니요, 죽은 것도 아니며, 과거를 잊었으니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조센진’의 차별적 지위마저 박탈당한 벌레 혹은 괴물로 전락하고 만 존재이다.

현실과 과거를 오가는 구성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이지만 그가 처음 교사형을 당할 당시에 죽기 전 상상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사형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검사가 객석에 앉아 있다는 등장하는 방식이나 마지막 구호에 따라 통일된 행동을 하는 교육, 의료, 종교, 보안, 검찰 관련 인사들의 행동은 의미하는 바가 있지만 다소 그 의미를 직설적으로 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소극장 여건에 따른 제약일 수 있지만 틀만 세운 교도소 감방이 형태를 다 갖추지 못한 채로 집으로 변했다가 다시 사형대로 바뀌는 형태가 인상 깊다.

사회로부터 기인한 권력의 폭력으로부터 마지막 마지노선이 되어야할 가정이 이미 원폭을 맞은 듯 허물어진 형태에 그 안에 모인 가족들이 벌이는 행태가 감옥에서 벌어지는 아귀다툼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가정이란 게 얼마나 얄팍한 막으로 싸인 구조인가를 되묻는다. 그 구조로부터 탈출하는 방법으로 연극은 조선인 여인을 등장시켜 R의 조선인으로 존재 가치를 일깨운다.

하지만 민족의식, 혹은 여성성이 과연 그 해답이 될 것인가,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카프카가 세계적인 권력에 철저히 저항한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혁명을 부르짖은 게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철저히 반권력적으로 뒤바꾸고자 했다. 나를 뒤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로지 내 안의 성찰로써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극단 풍경의 2008년 <마라, 사드>의 폭발력을 기대했던 바에 비하면 아쉽지만 두루 생각할 여지를 던진 작품이다.*

첫장면과 마지막장면의 임팩트가 굉장히 강하네요. 공연 잘 봤습니다.
인터넷 기사 같은 곳에서 연출님의 의도는 국가와 개인간의 문제를 더 깊이 있게
다룬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재일의 문제이기도 하고, 예전의 일이고 그렇다보니
국가와 개인뿐 아니라 국가와 국가(일본과 우리나라)의 문제로도 비춰진다는 점이 어려웠어요.
극이고 연출임을 아는데도 중간중간 일본인에게 비춰진 한국인의 모습들에 씁쓸하기도 하고..
작은 공연장에서 쉴 틈 없이 연기해주신 배우님들도 고생하셨습니다.
오랜만에 생각할 수 있는 공연을 만난 것 같아 뜻 깊었습니다.

몰입도 장난 아니고 무대 활용도 정말 잘하시고.

극 내용도 정말 재미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일본인에 의해 쓰여진 재일 교포의 얘기라 더욱 내용이 궁금했는데..
사회적차별을 받던 일본의 상황만을 빚댄것이 아니라 사형제도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수있는 화두를 던져주는 공연이었다...
그리길지 않은 공연시간이 끝이나고 일행과 얘기하는 자리에서 작품에 대한
뒷얘기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온것을 보면 작품의 여운이 상당히 오래갈듯하다...

교수형이 아닌........ 교사형이 제목이다
일본사회의 차별과 국가의 역할이 만든 올가미 ....교사형
사형제도의 문제점을 생각해 볼수 있어서 좋았다
사람을 죽인 자를 죽일권리가 과연 정부에게는 있는가?하는 문제를 고민하게
해준 연극이다
어렵고 무거운 소재를 쉽게 접근하는 방식이 좋았다
그리고 실화를 다룬 연극이라는점과 일본에거주하는 재일교포들이 일본속에서 얼마나
인권없이 살았는지
한면을 엿볼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