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작가 김지훈 작가의 3부작 공연 중 마지막 작품, 연극 "판 엎고 퉤"는 상당히 어려운 연극입니다. 김지훈 작가의 작품이 어느 것 하나 쉽질 않았습니다마는 이번 작품은 특히나 어렵습니다. 연극에 대한 연극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이 연극에는 엎어진 쌀 한 바가지를 보며 쌀 한 톨에 집착하는 여배우,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며 대화를 시도하는 연출가, 그리고 이들이 진 빚을 받으러 왔다가 밥까지 해먹고 돌아가는 사채업자까지 독특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장장 80분 동안 일어난 일이라곤 엉망이 된 극장에서 밥 지어 먹은 일밖에 없어 연출 의도를 이해하기에는 저로서는 상당히 역부족이었습니다. 분명히 그 밥에 상당한 의미가 깃든 연극입니다. 쌀에서 밥, 그리고 먹는 행위와 뒤처리까지 연극의 상당 부분이 거기에 집중되어 있으니까요.
엎어진 극장에서 패배주의에 다소 물든 두 배우가 연기를 펼치다 보니 극의 초중반 부가 상당히 느리게 전개됩니다. 별다른 대사 없이 진행되다 보니 가뜩이나 지루하게 느껴져 관객에게 이야기의 맥락을 잘 전달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좀 더 효과적인 연출법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 그대로 연극판을 엎고 퉤 하고 침을 뱉으며 "연극은 돈이 안 돼!"라고 절규하는 연극, 그게 바로 "판 엎고 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