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이 원래 일본에서 초연된 작품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봤기 때문일까요? 어둡고 침침한, 연극의 줄거리를 짐작케 해주는 음산한, 아니 일본적인 배경에 저 또한 숨죽이고 집중하게 만드는 작품이였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의 지금의 일본 사회를 비화한 작품이라고 해석한다면 오버일 지는 모르겠지만 이래 저래 대지진과 무너진 일본 버블 경제. 거기서 남겨진 사람들과 현실을 떠나고픈 사람들의 움직임 하나 하나가 마치, 현재 겪고 있는 일본인의 심리 상태를 대변해 주는 형식이고, 발버둥이다며, 난해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극 무대가 만들어 내는 허구라는 현실 속에 공감하고 전이되어진 느낌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현실의, 현위치의 나는 편안할까 하고... 무언가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였습니다.

재미있어요

하나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한 편의 악몽을 꾼 것 같다. 일곱 명의 캐릭터가 모두 마을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다른 방식으로 내재화되어있다는 점을 빼놓으면 건조하고 개연성 없는 대화들만으로 구성된 극이다. 게다가 극 후반의 살인 사건 후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방식은 괴이하기 짝이 없다. 살해당한 "하나"가 빠진 호수 아래 배가 발견되어 일부는 마을을 떠나고, 떠난 사람들은 마을이 멸망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남아있는 사람들은 긴 홍수 후에 마을은 다시 평화로워졌다고 이야기한다.

미스테리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살해당한 "하나"에게 있다. 하나를 살해한 "스카프녀"(이름을 까먹었음-_-)는 극 초반에 마을이 멸망한다는 소문에 겁에 질린 "나호코"에게, "한 개인의 죽음 역시 한 세계의 멸망이다. 작은 세계의 멸망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는 이들이 (실제로 마을에서 존재감없던 "하나"가 죽고 "나호코" 역시 사라지지만, 그 누구도 그녀들의 죽음에 신경쓰지 않는다. 호수에 빠진 시체를 싸늘하게 응시할 뿐) 마을이라는 세계의 멸망 소문에 대해서는 호들갑을 떤다"고 말한다. "하나"라는 하나의 세계는 이미 멸망했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의 세계는 건재한다. 그렇다면 결말의 패러독스가 풀릴 법도 하다.

무대 한 켠 스크린은 극 초반 땅 위에서 본 구름과 달의 영상을 보여주다, 그러다가 우주에서 본 지구 모습을 보여주고("하나"가 살해된 순간 지구의 영상이 사라진다. 한 세계의 멸망), 목성인듯한 행성의 영상이 보이다가, 마지막엔 은하수가 보인다. 사실 이 가상의 마을은 우주를 떠도는 커다란 배 안이 아닐까?

내가 자주 꾸는 악몽은 깜깜한 우주 한 가운데 혼자가 되는 꿈이다. 소리를 질러도 누구도 들을 수 없는, 무한한 공간에서의 고립. 나의 세계가 사라지면 모든 것이 끝난다. 두려운 것은, 모두의 세계가 사라질 때 나의 세계만이 텅 빈 우주에 남아있는 것. 그렇다면 나는 커다랗고 길쭉한 모자를 쓰고, 철이를 만나 구백구십구번 은하철도를 타야지.

차분하고 조용하게 극이 진행되어 나간다. 대지진 이후 일본인의 심리가 드러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