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묵향(墨香)''

일요일 아침 근무를 마치고, 졸린 눈 비비며 허둥지둥 국립극장에 도착. 커피향을 맡으며 ''묵향''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하는 동안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뻗을 듯 뻗지 않고, 내달릴 듯 달리지 않는다. 멈췄다 싶으면 다시 움직이고 움직인다 싶으면 다시 멈춘다. 병풍 같은 하이얀 천만 드리운 무대. 춤꾼들이 가득하다 싶으면 비어 있고 비어 있다 싶으면 가득했다. 그렇게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왔다. 매난국죽, 사군자가 피었다 지고 다시 피었다. 어디선가 정말 ''묵향''이 풍겨오는 것 같기도 했다. 아, 우리춤이란 이런 것이었구나!

지난 10월 ''춤, 춘향''의 주역들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포악했던 그러나 어사 앞에선 한껏 쫄았던(!) 이중인격 변사또 송설, 오늘은 참으로 기품 있었다. 손가락 하나하나 허투루 움직이지 않고, 팔 하나 함부로 내뻗지 않았다. 그의 춤사위를 보고 있자니 어느 순간, 내 몸뚱아리를 둘러싸고 있는 대자연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 했다. 난초 장면에선 춘향 장윤나도 다시 만났다. 이몽룡과의 첫날밤, 그 수줍음과 설렘이 지금도 느껴지는데, 오늘 난초는 너무도 고혹적이었다. 닿을 듯 닿지 않고, 돌아서며 던지는 그 미소와 손짓!

사군자, 매난국죽을 통해 사계절 군자의 멋을 나타내려고 했다는 ''묵향''. 출연한 무용수 어느 한 분, 멋스럽지 않은 분이 없었으나, 오늘 특히 눈에 띈 분은 오죽 역의 최진욱. 그 옛날 선비는 바로 저랬을 것 같다는 느낌. 꼬옥 다문 입술인데도 온화한 미소가 전해져 오고, 참으로 부드러운 몸짓인데도 강인함이 느껴졌다. 달리 뭐라 할까, 그저 멋졌다.

1시간이라니, 너무 아쉬웠다. 그러나 멈출 줄 아는 멋, 그것이 우리춤이려니... 다음을 기약하자. 텅빈 밤하늘에 덩그러니 달이, 떴다.

깔끔한 무대와 춤도 예뻤고 음악이 너무 좋았습니다.
가야금, 거문고, 해금등의 소리가 이렇게 멋진 음악인줄 몰랐습니다.
1시간 공연이 너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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