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씨 연기 너무 잘하고

내용도 완전 감동이예요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어요~

끊임없이 서로가 주고받는 대화로 채워진 연극.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상황들..


하지만 단 한순간도 대화자체를 나눌 수 없는 남녀 주인공.
그런 대화아닌 대화를 들으며 입에서 웃음이 쏟아져 나올수록 가슴은 멍해지고 결국엔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마는 ....

새해 처음으로 선택한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는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죽은 아내를 잊지못해 하루가 멀다하고 무덤가를 찾아와 미주알 고주알 관객들의 배꼽을 들락날락 정신없게 만들면서 사는 이야기, 살았던 이야기를 내뱉고 가는 남편.
그런 남편의 방문을 무덤에서조차 즐기며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 무덤속의 아내.

서로 다른 세상, 이승과 저승에서도 끝맺지 못하고 그렇게 끈을 이어가는 그 둘의 애틋한 사랑놀음에 부러워하고 가슴뛰며 기분좋은 시기와 질투를 가져야 하는 우리건만...우리 관객들은 차마 그러지 못하고 그 아름다운 사랑과는 어울리지않는 가슴아린 슬픔을 느끼며 결국엔 삼키지 못하는 울음을 그들앞에서 터트리고 만다.

왜냐면 .... 그들의 대화란게 애시당초 대화가 될 수 없는 대화이기 때문에...
아니 살아서 서로가 나눴어야 할 순간에 놓친 대화들이 때를 놓치고 서로의 가슴속에 묻혀있다 결국 뒤늦게 토해지는 각자의 독백이란 걸 알기에...

산 사람은 산 사람대로 그렇게 과거의 미안함과 아직도 캐내지못한 지나간 순간의 의심과 궁금증을 죽은 이에게 하소연하듯 질책하고, 죽은 이는 죽은 이대로 자신의 답답함과 진실과 속내를 죽고 난후에야 가슴속에서 꺼내놓게 된다.

서로의 눈을 보며 서로의 마음을 보듬으며 살아생전 그렇게 진작에 대화로 풀어냈다면 .... 어쩌면 무덤을 사이에 두고서도 서로 교감을 나누는 진짜로 애틋한 그런 부부가 되었을텐데....
하지만 애석하게도 상대의 마음에 전달이나 될런지 전혀 알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쏟아지는 마음속의 진실들은 그저 자신들 가슴속에서만의 외침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의 가치....현재란 시간의 의미....나와 함께 하고 있는 이들의 소중함.....그리고 내가 왜, 무엇을 위해 살고있는지에 대한 자각........
우리가 숨쉬고 있는 지금 이공간..이 시간속에서 나누고 풀어야 할 것들은 현재란 시간속에서 이루어질때 그 진정한 의미가 발휘된다는 거...

지금 현재 그저 '부부'란 허울만을 쓴채 남보다도 못한 남의 모습으로 살아가면서 죽어서도 한이 될 사연들을 그저 가슴속에 꾹꾹 눌러둔채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무대위의 부부를 보며 나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투영해본다.

그리고 그 느낌이... 가슴에만 머물지말고 입으로 전해져 말로 나와...진정한 대상에게'대화'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며 극장문을 나서본다.....



2008년 대학로에 간만에 기분좋은 바람을 일으킨 연극열전을 기획한...작지만 큰 배우 조재현이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한 <민들레 바람되어>.
언제나 그랬듯 공연을 통해 또 한번 나를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던 작품이다.

무엇보다... 무명시절부터 연극 무대에서 자주 뵈었었던 조재현이란 배우를 오랫만에 무대서 전과같은 열정이 그대로 묻어있는 배우로 만나뵐 수 있어서 너무나 기분이 좋았고...그리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두분의 쟁쟁하신 배우분들을 만나게 해준 면에서 너무도 고마웠던 작품.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나오신 김상규씨와 황영희씨.
어쩜 그렇게 손동작, 발동작 하나하나... 대사 한마디, 한마디, 내뱉는 호흡까지...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엉뚱하지만 사랑스런 노인들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해내신 두 분....나중에 극장밖 벽에 걸린 실제의 젊은 사진을 보고서 너무나 놀랜걸 보면...아니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그만 두분을 진짜로 백발이 성성한 노인분들로 착각하고 있었나보다. 그만큼 연기라고 하기엔 믿기지않을만큼 노인보다 더욱 노인같았던 두분의 훌륭한 연기. 진정한 배우의 모습으로 웃음과 재미와 감동을 주신 두분의 진가는.... 굳이 말로 쓸 필요도 없다. 연극을 보신 분들만 알 수 있는 두분의 맹활약...울다가 웃으면 어떤 끔찍한 일이 우리 몸에 벌어지는지를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웃음...바로 두분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싶다^^

............

마지막으로....이야기를 하고 싶다....대화를 하고 싶다. 내 가슴을 다 열어제끼고 진실을 보여주고 싶다. 민들레가 온전히 민들레의 모습으로 있을 때.... 그 모든 걸 하고 싶다. 민들레가 바람이 되어버린 순간은...너무 늦다.

어머니 생신이라서 할머니랑 보시라고 예매해드렸는데
너무 자리가 불편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기대하고 가셔서 별다른 얘기는 안하시더라고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기뻐하시더라고요

솔직히 연기하시는 분들 잘한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중간중간 웃기기도 했고요..

많이 감동적이고 눈물도 펑펑 흘려야지 하고 기대했는데..

조금 무덤덤하기는 하네요.

제가 맘이 차가워 졌나봐요.

아니면 아직 결혼을 안해서 공감을 못한건가?

역시~ 조재현이었습니다
꼭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