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같은 장소에서 2006년 봄에 폰 오터의 공연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상당히 좋은 인상을 받았었다. 무리 없고 아주 자연스러운 발성으로 극히 부담 없고 아름다운 톤을 뽑아내는 것이 인상적이었었고 무대 매너도 무척 좋은 가수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상당한 기대를 갖고 공연장을 찾았다.

사실 정통 성악가들이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른 음반은 꽤 존재하고 우리 집에도 바바라 헨드릭스가 세계 각국의 크리스마스 노래를 부른 음반이 있어서 제법 자주 듣고 있기 때문에, 이 콘서트도 대체로 그런 성격을 가진 것이 아닐까 생각을 했었는데, 사실 그러한 예상은 상당히 빗나갔다. 폰 오터가 소규모 악단을 대동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 악단에는 바이얼린이나 플룻과 같은 정통적인 악기 뿐 아니라, 손으로 뜯는 콘트라베이스나 드럼과 같이 재즈 내지는 경음악에서 볼 수 있는 악기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실제 콘서트의 대부분은 이러한 경음악적 방식의 연주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걸맞게 폰 오터는 대부분의 곡을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사실 지난 번에 들은 것과 같은 폰 오터의 (영국 사람들이 즐겨 쓰는 표현으로) "creamy tone"을 들을 기회는 적었다. 대신 대중 가수 못지 않은 쇼맨쉽과 음악에 대한 친화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그 외에 자기들끼리 이미 상당히 오래 동안 호흡을 맞춰 온 듯한 스웨덴 악단 연주자들의 열띤, 그러면서도 즐거움과 흥겨움에 넘친 합주를 듣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일이었다. 피아졸라의 "Libertango"를 들려 준 어코디언 연주자나 다른 모든 연주자들이 뒤에서 박자에 맞추어 발을 구르고 소리를 질러 주는 가운데 첼로 독주로 스웨덴 민속음악(곡 이름은 기억을 못 하겠다)을 들려준 첼로 연주자(이 연주자는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를 모두 경이로운 수준으로 연주했다)의 명인기도 놀라왔다. 유럽인들의 자신들만의 호기와 재미를 그대로 엿볼 수 있는 무대였달까?

그러나 역시 나로서는 이 날의 하일라이트는 후반부 전반에 폰 오터가 스웨덴 전통의 크리스마스 축하방식대로 촛불을 하나 들고 조명이 꺼진 무대에 서서 산타루치아를 불러 주던 순간이 아닐까 싶다. 유일하게 이 날 공연에서 마이크를 쓰지 않고 노래를 부른 이 순서에서 폰 오터는 2년 전 나를 감탄하게 했던 특유의 메자 보체(mezza voce)로 너무나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 주었다. 메조 소프라노의 소리로서는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의 말러 4번 연주의 마지막 부분을 들었을 때 이후 아마 가장 감동적인 소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종합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크리스마스다운 흥겨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던 좋은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안네 소피 폰 오터의 크리스마스 콘서트내내 행복했습니다. 북유럽의 크리스마스를 경험할 수 있는 아름다운시간이었습니다. 미국의 미네소타에서 몇 년간 살았었는데 그곳에서 많은 노르웨이인들과 스위디시들과 친하게 지냈답니다. 크리스마스때마다 초청되어 함께 북유럽의 전통에 따라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곤 했었는데 그때의 생각이 많이 떠 올라 더욱 좋았습니다. 함께 한 친구들도 사랑스런 안네의 모습에 푹 빠졌답니다. 장소가 낯설어 찾아가는 동안의 어려웠던 기억을 말끔이 지울 수 있었다네요.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기억을 가지고 연말을 장식할 수 있게 해 주셔서

다음엔 정통 공연을 보고 싶어요

명불허전이란 말이 딱 맞는 공연이었습니다,,,

오터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레퍼토의 선정과 기획이 아쉬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볼만한 반주팀의 실력은 대단하다고 평할수 있겠지만.이마저도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는 오티와의 조화에서는 묻혀버린 목소리와 앰프를
통해서 나오는 건조해져 버린 음색 때문에 감동을 느끼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대중적 호응과 반응을 얻기위한 크로스오버 중심의 곡 선정도 일방적으로
오티에게만 편한 소품들로만 구성되어 기대에 못 미치며 실망이 컸습니다.
마지막으로 오티의 무대 의상에 관한 것입니다. 오티는 3벌의 의상을 착용하였는데
3번째 옷은-특히 하의-는 도저히 관객들 앞에서 연주하는 무대의상이라고 볼 수없는
너무나 평범한 의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연주자가 관객들을 무시하고 하찮게 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였습니다.
오터의 연주를 실제로 본 것만으로 감사하기는 하나 전체적으로는 관람료가 아까운
생각이 많이 드는 연주회였습니다.
(좋은 말로만 쓰지 못해서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