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상업극이나 지원을 받아 볼거리를 제공하는 다른 공연에 비해 오로지 대본과 배우들의 연기에 의존한 공연이었다.

사실 공연이 너무 어려워 후기 작성을 한참을 미루다가 쓰는 거라 잘 기억도 안 난다.

예술이나 연극, 그리고 각종 사회 문제들을 다뤘던 걸로 기억하는데 쉽게 풀어내진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극 중반까지 이어지는 한 배우의 독백, 다음으로 등장하는 배우의 이어지는 독백, 그리고 둘이서만 주고받는 장면. 물론 대사를 맛깔나게 소화해 내는 걸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이해하기 어렵고 너무 장황하다 보니 중간 중간 집중을 자주 놓았다.

조금 더 쉽게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다.

극단도 그렇고 작품 스타일도 그렇고 과거에 얽매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세상은 변하기 마련인데 그 변화를 거부하고 옛것을 붙들고 놓지 않는 그런 느낌. 이 극단의 공연을 처음 보는 거라 단정 짓긴 어렵지만 이렇게까지 어렵고 심오하게 풀어낸다면 다음 공연은 안 볼 것 같다.

연극의 역할이 무엇인지, 공연 관람을 통해 관객에게 무엇을 주고자 하는지는 분명하게 느꼈지만 그걸 느끼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어렵다.

한편으로는 내 지적 수준에 놀라고 창피하기도 했다. 나만 그런 건 아닐 터.

지나치게 짧게 나오는 염색한 남자 배우?는 왜 등장을 시킨 걸까. 의문이다. 장면도 딱히 이유를 모르겠고, 캐릭터의 존재도 이유를 모르겠다.
그리고 배역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배우 역할로 나온 남자 배우의 연기력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첫째 딸의 연기는 일관되고 딱딱하게 보여 아쉬웠다.
이 외 둘째 딸과 다른 두 남자 배우의 연기력은 박수를 보내기 아깝지 않았다. 내공이 보이는 연기력에 감탄할 따름이었다.

리어왕의 원작에선 막내딸이 정직하고 효심이 깊은 딸로 나오는데, 이 작품에선 다른 딸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예상을 빗겨간 전개에 잠시 혼란이 오기도 했다. 왜 그런 걸까? 하며.

그리고 런 타임이 공연 정보와 많이 달라 다음 일정에 차질이 생겨 큰 일 날 뻔 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난 건지.

결론은 공부하기엔 좋은 작품이다. 다만 정말 공부가 목적이어야 볼 용기가 생길 것 같다.
분명 좋은 작품이고, 연기도 좋았으나 분명하게 말하지만 정말 어렵다.

40년 경력 노배우의 인생사 이야기가 마치 극단 76단의 지난 세월처럼 느껴진다 힘든 연극계에서 꿋꿋이 버텨온 76단의 뚝심이 느껴지는 공연이다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에 굴복하지 않는 자세가 드러난다 이 모든 것을 완성하는 것은 배우분들의 노련함이다 완숙한 기량이 놀랍다

처음 시작은 어느 노인이 자신의 공간인 극장지하와 자신의 과거를 늘어놓는 모노로그로 한참 동안 진행된다. 극장은 리어왕이 공연되는 곳이었고 노인은 한때 그 역할을 하였다. 자신의 셋째딸은 지금도 리어왕의 셋째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리어왕의 정통극이라기 보다 현대극이다. 아니 어쩌면 리어왕의 재해석일지 모르지만 엄격하게는 리어왕정통극은 아니다. 치매에 걸린 노인은 잠시 제정신일 때 극장매각과 분배를 한다. 현대인의 심한 고독이 이 극을 통해 잘 나타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