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창간 7주년 기념으로 열린 <차이코프스키 위너스 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서 일요일 오후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찾았습니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수상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와 러시아 출신의 게스트 지휘자가 차이코프스키를 연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흥분되는 조합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관객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일요일 늦은 오후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객석과 로비를 가득메운 엄청난 인파를 보면서 본공연의 열기가 어떤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마에스트로 유리 트카첸코와 코리아 쿱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시작된 <로미오와 줄리엣 판타지 서곡>은 세계적인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동명의 작품을 오페라의 전주곡이었는데, 단순히 오페라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이라기 보다는 광활하고 황량한 시베리아의 벌판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스케일과 러시아 민족의 힘찬 기상이 느껴지는 유려하고 웅장한 곡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원수 가문 출신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험난하고 애절한 사랑을 암시하는 듯한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곡이었지만, 마에스트로의 무용을 연상시키는 특유의 아름다운 지휘와 오케스트라의 완벽한 호흡이 돋보였습니다.

이어서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옵치니코프를 맞이하여 연주된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익히 알려진 화려하고 웅장한 1악장에서부터 몰입하기 시작하여 3악장까지 깊은 탄식을 내뱉을만큼 공연장안의 모든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완벽한 연주였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며, 유럽 연주자 특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작곡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여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옵치니코프씨의 협주곡 연주는 오래도록 마음속에 깊은 감동과 여운으로 남아 잊지못할 것입니다. 연주후에 앵콜곡으로 연주하신 곡도 감동적인 콘체르토의 분위기를 이어주며, 연주자의 기량을 마음껏 드러내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2층에서는 연주전 곡명을 말씀하시는 것이 들리지않아 정확히 어떤 곡이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아시는분 계시면 알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러시아인 피아니스트 미로슬라브 꿀띠쉐프씨를 맞이하여 연주된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처음 들어보는 곡이었는데, 1번만큼의 다이나믹함은 없지만 마치 화려하고 아름다운 귀족적인 문화가 절정에 달했던 제정러시아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유려하고 마음을 흔들리게 만드는 어쩌면 1번보다도 깊이있는 곡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에스트로와 솔로이스트의 주고 받는 호흡이 돋보이며, 젊은 연주자의 열정과 박력이 넘치는 특유의 주법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앵콜곡으로 선보인 쇼팽 초절기교연습곡과 호두까기 인형은 곧 펼쳐질 리사이틀의 예고편적 성격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익숙한 곡을 자신만의 색깔로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피아니스트의 대조적인 주법을 비교하면서 피아노 협주곡을 2곡이나 프로그램에 포함시킨 것은 최근의 유럽의 공연 경향이 한국에서도 마침내 유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러시아 음악이 가진 깊은 감동과 여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5월의 푸른 하늘 아래서 가족들과 정말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신 관계자 여러분과 최고의 무대를 선보여 주신 러시아 연주자들과 오케스트라 여러분께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대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보다 더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하며, 앞으로도 다양한 연주회가 국내에서 선보여지며 한국과 러시아 양국의 문화 교류가 지속되기를 응원합니다. 본 공연과 연계된 <미로슬라브 꿀띠쉐프 피아노 리사이틀>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렸다가 꼭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