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게

"호모 로보타쿠스" (원작:R.U.R. by 카렐 차펙 연출:장한새 영상,사진:서윤수 출연:심보람, 차승욱, 오태광, 김슬기, 이원진, 이혜리, 김희준, 김현, 안준모 제작:큰새 프로젝트 극장: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별점:★★★★☆) 원작은 ''로봇'' 이라는 말의 원조가 되기도 한 1920년에 체코슬로바키아의 작가가 발표한 희곡이다. 2013년도에 "알.유.알" 이라는 제목으로 공연된 것을 본 기억이 난다. 티켓 대신 목걸이형 명찰을 나눠주는 것 부터 인상적이다. 무대는 사방에 영상이 비춰지면서 객석이 무대를 둘러싸는 구조로 되어 있다. 전의 감상평애도 썼듯이 영화 "아이,로봇" 을 생각나게 하는 내용이다. 철학적인 대사들이 많아서 지루할 수 있었으나 힘이 들어가지 않은 자연스런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하면서 봤다. 담백한 연기가 좋아서 별점 1개 추가한다. 과연 로봇이 인간과 대등해지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1920년에 쓰여진 카렐 차펠의 <R.U.R>이라는 작품에 관심과 흥미가 생겨, 원작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현대적으로 해석한 연극 <호모 로보타쿠스>를 관람하기 위해 4월 30일 일요일 4시에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를 찾았습니다. 근미래의 이스트반 대륙 외곽의 에린섬에 설립된 R.H.C 공장을 배경으로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켜줄 획기적인 발명품 <호모 로보타쿠스>를 둘러싸고 창조주인 인간들은 로봇(혹은 인조인간)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견해를 자신만의 논리로 대립하거나, 협력하면서 토론과 논쟁을 벌이게 됩니다. 로봇에게는 감정과 고통을 느끼는 회로가 없지만, 인간의 모순된 이상과 신념을 서서히 배워나가 인격을 갖추게 되어 결국에는 스스로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결론에 이르러 인간에게 반기를 들게되지요.

로봇을 생산하는 R.H.C 공장의 출입증을 연상시키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티켓을 시작으로 영상과 조명을 활용한 근미래의 공장을 연상시키는 연출과 관객들이 각자 자유롭게 무대 주변에 앉을 수 있도록 구성한 센터 스테이지 형식의 무대는 더욱 깊이 연극에 몰입하게 만들어주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였습니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계급적 대립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로봇이 일상을 대신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존재 의의와 다양한 이상과 신념을 가진 여러 인간 군상의 모순과 혼돈이 불러오는 파국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생각해보는 소중하고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여러 철학적인 질문들과 원작 희곡 자체의 난해함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기성 연극들과는 사뭇 다른 연극실험실이라는 소극장 제목에 걸맞은 젊은 연극인들의 열정과 패기가 느껴지는 자유로운 발상과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한편으로는 로봇(시민)을 자신만의 논리와 정의로 다스리는 지배 계급을 바라보는 것 같아서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때이른 더위와 주말 오후의 나른함에도 불구하고 땀흘리며 최고의 무대를 위해서 노력하신 배우님들과 친절하게 맞이해주신 극단 관계자 여러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멋진 연극의 감동과 여운을 마음속에 담아 오래도록 추억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학로 연극의 오묘한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예술 연극으로서 강추합니다. 연극 <호모 로보타쿠스>가 관객들의 호평과 사랑속에 좋은 결과 있으시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