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배우들의 풋풋한 에너지 너무나 간만에 제대로 봅니다
군더더기 없는 각색에 재치있는 연출까지
슬로우모션 장면에서 감탄했어요 :)

방관자들, 그리고 부작위

용기에서 용기는 박용기 인가, 아니면 가해 친구들의 용기인가.
학교 폭력은 가해자 뿐만 아니라 방관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최근 검찰이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인 이은해(31)·조현수(30)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은해는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께 내연남인 조현수 등과 함께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구조요원이 없는 틈을 타 남편 A씨를 살해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A씨에게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수심의 계곡물로 스스로 뛰어들게 유도한 뒤 구조하지 않아 죽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명의로 든 사망보험금 8억원을 노려 당시 구조를 할 수 있었는데도 일부러 하지 않은 부작위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상 ''부작위''는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범죄인 직접적인 의도를 가지고 특정 행위를 하는 ''작위''와는 다르기 때문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은 일단 이들에게 마땅히 구조를 해야 할 의무가 인정돼야 하는 것이 성립 요건 중 하나이다. 이를 형법에서는 ''보증인 의무''라고도 한다.

박용기는 학교 앞 편의점에 다녀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됐다. 용기가 편의점에 가게 된 건 ''빵셔틀'' 때문이었다. 용기를 빵셔틀로 내몬 것은 누구였을까. 선생님 말에 따르면 범인은 세 명이었다. 두 명은 확실한데 한 명은 아리송한 상황이었다. 용기가 입원을 하고 교실을 비운 사이, 아이들은 나머지 ''제3의 아이''를 찾으려고 한다.
제3의 아이는 누구일까. 제3의 아이는 두 명의 아닌 나머지 아이들, 그들이 아닐까. 용기를 폭력에서 구해줘야 함에도 방관한 그들, 바로 부작위를 의미한다. 같은 반 동료 친구를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는 것.
용기의 부재는 아이들 스스로 거울을 들여다 보게 만든다. 자신이 용기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떻게 행동했는지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연극은 용기가 없는 일주일 동안 아이들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내면과 속내를 펼쳐보인다. 그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외면, 두려움, 비겁함일 것이다.
최근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영화를 보았다. 학교 폭력은 단순히 학생들간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관심이 필요하다. 피해 학생들의 극단적인 선택은 막아야 한다. 용기는 교통사고를 당한걸까. 아니면 차로 뛰어든걸까. 원인은 가해학생, 나머지 아이들, 아니면 교사, 부모 등 모두의 책임이다.

<용기 없는 일주일> 은 청소년 필독서 선정 소설인 정은숙 작가의 동명소설 용기 없는 일주일을 각색한 작품이다. 정은숙 작가는 제4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수상, 제1회 ‘올해의 작가상’에 빛나는 경력을 소유한 작가이며, 작가의 소설은 청소년 필독서에도 선정되는 등 청소년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스토리 구성은 대외적으로 학교 폭력이 금지되어 있는 평화중학교에서 반 아이들에게 은밀한 따돌림을 받아온 박용기가 빵을 사오다 사고가 나게 되고, 박용기가 입원한 일주일 동안 뒤늦게 박용기를 괴롭힌 세 명의 아이를 찾는 2학년 4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박용기는 공연에서 보이지 않는다. 박용기가 없는 일주일 동안 그들의 행동과 심리, 감정을 보여준다.
공범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서로를 믿지 않는 다는 것이다. 서로 박용기의 가해학생이 주동자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이 보인다. 친구의 우정이란 단어는 사라진지 오래이다.
이름 답게 평화로운 학교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더이상 아이들이 다치지 않는 학교, 그것을 만들어가자.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다. 초반 힙합 음악과 랩을 통하여 공연의 전반적인 내용과 흐름에 대해서 임팩트하게 전달한다는 점, 제3의 인물을 찾기 위한 과정과 연출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인다.

공연 너무너무 좋았어요 :)

미숙한 대처에 실망만 하고 갑니다

연극 <용기 없는 일주일>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대두되는 학교폭력과 왕따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작품 속 피해학생은 박용기라는 남고생으로 가해학생들로부터 빵을 사올 것을 강요당해 점심시간이 끝날 쯤 무리하게 다녀오다 그만 학교 앞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다행히 목숨은 유지했으나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피해학생의 담임선생님은 같은 반 학생들에게 일주일의 자수시간을 주고,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3명의 학생이 스스로 자수할 기회를 줍니다. 두 명은 분명해 보입니다. 나머지 한 명의 정체가 확실치 않습니다. 피해학생 박용기를 둘러싼 같은 반 학생들 모두가 제3의 인물로 지목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입니다. 반 내 눈치게임이 스타트 합니다. 학교 내에서 자체적으로 무마되지 못하고 일이 더 커질 수도 있는 사태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경찰에서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고, 언론에서 이 사건을 대외적으로 보도하면 단순하게 일단락 되는 교내폭력으로 끝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더욱 노심초사 합니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박용기 학생과 얽혀있는 그들이기에, 제3의 가해자로 본인이 지목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것이죠. 만에 하나 자기는 장난으로 여겼던 언행이 혹여 박용기 학생에게는 큰 상처가 되어서 이 사건과 연루될까봐 학생들은 서로를 의심합니다. 발 빼기도 하죠. 누가 빵을 사오라고 했네 마네, 난 시키지 않았네 어쩠네, 사온 빵을 누가 먹었네 저쨌네 등등. 피해학생은 병원에 입원한 설정이라 무대는 가해학생과 가해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만 등장합니다. 연극은 일주일 동안 진짜 가해자를 찾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팩트는 쉽게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법입니다. 또 의외의 대목에서 갑자기 찾아온 반전의 실마리는 그 역시 하나의 속임수일 수도 있습니다. 양심선언은 기대하기 어렵나 봅니다. 자신의 과오는 당연하다는 듯 일반화하고 경량화하고, 남의 과오는 확대해석하고 가중화하는 속성이 뿌리 깊게 내재해 있나, 그저 장난이었다 라는 말로 얼버무리는 학생들의 내로남불 자세는 이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분명히 알려줍니다. 사실 가해자는 단 3명에 그치는 것 아닌 그 이상의 무엇이라고 말입니다. 직접적인 괴롭힘이나 폭력뿐 아니라 간접적인 외면, 방관, 무시도 학폭의 지분이 분명 있는 것 입니다. 하지만 이를 보고도 묵인하는 건 자기에게까지 피해가 올까봐, 왕따와 괴롭힘과 폭력의 화살표가 자신에게로 향할까봐 눈을 감고, 귀를 막는 것입니다. ''용기의 부재''가 일련의 비극을 완성하고 일조하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같은 인간으로서 이해가 갑니다. 정의로운 용사처럼 당면한 현실의 문제를 용기 있게 맞서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죠. 결국 연극에서처럼 피해자만 불쌍할뿐 입니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이 그저 장난이었다고 주장하는 누군가의 언행에 아무 죄없는 누군가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트라우마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합니다. 연극을 본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왜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고, 애써 감추려고만 드는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이왕이면 공부 잘하는 모범생 반장과 함께 자수하면 여러모로 득 볼 수 있다고 말한 가해학생이 그러하듯 마땅히 죄를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상황에서도 셈을 하는 우리들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일단 아니라고 잡아떼고 발뺌부터 하고 보는 부정부패를 저지른 정치인의 모습도 스쳤습니다. 죄 자체 보다 죄를 왜곡하고 은폐하는 행위가 더 눈꼴십니다! 아무튼 이 작품을 통해 단순히 학교 내 왕따와 괴롭힘, 폭력 문제 외 정의를 둘러싼 더 큰 범주의 광범위한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물론 죄 자체를 짓지 않는 것이 첫째로 중요하지만 설령 범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죄를 떳떳이 밝히는 용기도 분명 인정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용서라는 미덕도 그 가치를 밝힐 명분이 생기겠지요. 연극 <용서 없는 일주일>은 우리의 용기 없음을 들처줍니다. 따갑게 질책하지 않습니다. 학폭을 소재로 한다고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을 전면에 배치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전혀 예상치 못한 랩을 선보여 무대에 흥을 돋우고, 연극적 상상력을 동원해 흡사 소림축구같은 느낌의 축구장면을 연출해 웃음을 이끌어냅니다. 함께 뛰놀 때는 그저 평범한 학생들의 천진난만함이 잔뜩 묻어납니다. 그러나 잘못 앞에서는 순수하지 않습니다. 때가 묻어있습니다. 잃어버린 용기로 그 때를 깨끗히 지워야겠지요. 그러면 어른들은 응당 용서로 화답해야겠습니다.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기회를 준 것처럼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겠지요.
제3의 인물이 궁금하시다면, 학생들의 숨겨진 이야기와 반전이 궁금하시다면 여행자극장으로 가보십시오. 누가 진짜 가해자인지 확인해 보십시오.

생각보다 무겁게 풀어낸 작품이 아닙니다. 교복 입은 풋풋한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이제는 기억도 가물한 학창시절도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패기 넘치는 젊은 배우분들의 선한 영향력이 전해지는 연극 재밌게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