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봤습니다. 너무 좋은 공연이었어요!

현실적인 두 커플 이야기를 재밌게 봤습니다. 맨디와 리처드가 아이를 낳고 잘 사는 걸 보여준 것도 좋았고, 세라가 자신이 좋아하는 현장으로 사진을 찍으러 떠나는 마지막도 좋았어요. 그치만 제임스가 그렇게 빨리 새로운 연인을 찾다니, 제가 다 서운했어요. ㅠㅠ

이번에 본 연극 <그 순간 시간이 멈춘다>의 관람 후기를 요약한다면 이렇게 표현이 가능할 것 같다. 연극 <그 순간 시간이 멈춘다>는 너무 늦게 공연을 보게 되어 오히려 많이 아쉬웠다.

리뷰에 앞서 ''연우소극장''에는 좋은 공연들이 많이 올라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우소극장에서는 좋은 연극들이 많이 선보인 공간이라는 생각을 많이한다. 그렇기에 이번에 본 연극 <그 순간 시간이 멈춘다>라는 좋은 공연을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연극 <그 순간 시간이 멈춘다>는 4명의 인물의 서로 다른 삶의 가치와 정체성 그리고 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고찰을 다루는 작품이라는 감상을 느꼈다. 이전에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인지심리학 교수인 김경일 교수는 방송에서 이러한 말을 한적이 있다.

"인간이 지닌 본질 또는 특질은 변할 수 없다."

나는 이 말을 전적으로 동의한다.
단지 환경과 관계속에서 개인의 선택으로 마주한 상황에서 맞추는 과정에서 ''변화''가 발생되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연극에서도 4명의 인물은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직면하며 살아간다.

전쟁과 테러를 알리는 것으로 세상이 변화할 것이라 믿는 세라.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세계의 뒷모습을 폭로하는 제임스, 그들과 함께 업계의 성공을 꿈꾸는 리처드 그리고 그의 연인이자 일상의 안락함을 찾는 맨디. 이 4명의 인물은 서로 상충하는 부분이 없기에 서로 만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한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연극에서는 사진이다. 사진은 시간과 장소를 포착하여 기록하는 물품이다.

그렇기에 주요 인물인 세라와 제임스는 어느 시점에서 사진과 같이 멈춰진 인물을 상징하기에 극중 세라의 대사가 인상 깊었다.

"내 할 일은 사진을 찍는 거예요."

이 연극의 치명적인 매력은 배우들의 적막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이다. 이질감, 두려움, 분노, 사랑, 공포등이 장황한 대사보다 적막속에서 보여주는 시선, 자세, 행동으로 형성되는 극의 긴장감과 분위기는 보는 관객들에게 큰 설명이 없어도 장면의 이해를 충분히 전달한다.


과거 연기를 배우던 시절 대구시립극단 이동학 선생님께서 이야기한 말씀이 계속 내 머리를 되뇌었다.
"배우는 대사의 말이 전부가 아니다. 말이 없어도 관객들에게 대사를 전할 수 있다."
당시에는 머리로 이해는 하였지만 어떤 의미인지는 가슴 깊이 와닿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의 연극에서 이 말의 의미에 대하여 많이 가깝게 다가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극단 기일게의 추후 작품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정리하면서, 개인적으로 이 연극의 가장 백미는 마지막 5분이라고 생각한다.
대사 없이 극을 정리하며 마지막 사진을 찍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단 5분동안 보는 작성자 역시 그 순간 시간이 멈추었기 때문에...

P.S. 연기가 아주 일품이었다. 이날 2시간 수면으로 매우 피곤했으나. 공연 130분을 전혀 피로감 없이 공연을 보았다. 극을 보고나서 정신이 맑아지는 경험은 오랜만인 것 같다.

누구나 각자의 굴레, 그 알속에 살고 있다.. 때론 일련의 사건이 삶의 궤도를 이탈케 할지 몰라도, 결국 어느 순간에 그 굴레를 벗어나게 힘들다. 4명의 남여가 펼치는 사랑과 집착 그리고 세계관으로 뒤범벅된 이 드라마는 잘 짜여진 희곡과 안정된 연기 덕분에... 인터미션의 존재까지 잊을 정도로 흡입력이 강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모두가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서 안도한 듯 보이자만.. 모두가 자신의 모순된 굴레속으로 가는 모습을 보면서... 씁씁하고, 처연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박수와 함성을 보냈습니다... 좋은 시간, 사유의 시간, 흥미진지한 삶의 모습들을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공연이 왜 아직도 좌석이 남아있는지 의문입니다.

거창한 사건 없이도 캐릭터의 힘으로, 네분 명배우들의 연기력으로, 디테일한 연출로, 칼 같은 감정선으로 12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모든 장면이 쫄깃해서 넋 빠지게 보다가 인물들의 선택에 내 모습이 보여 순간 순간 깊이 공감하게 되더라구요. 특히 몇 안 되는 극적인 장면에서의 담담한 연출이 큰 감동을 주어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또 올려주시면 또 보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