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와 흘수저, 취업난과 스펙 쌓기, 청년 실업과 가난이 만들어낸 격차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현주소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다룬 독특한 소재와 재미있는 말장난같은 제목에 이끌려 주말 오후 공연을 관람하였습니다. 다소 무겁운 사회적 문제를 다룬 작품이라서 어렵고 복잡한 연극을 상상했지만, 혐대인이라는 신조어처럼 바늘 구멍과 같은 취업난 속에서 취직을 하여 사회인이 되어가는 과정이 점점 어려워 지는 오늘날의 모습을 연극적 유희와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뮤지컬적 요소등이 어우러져 날카로운 관찰을 통한 문제 제기와 대답하고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유쾌한 풍자극으로서 마지막까지 몰입하며 관람하였습니다.

순조로운 인생을 살아온 상진은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고시생이지만, 5번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암담하기만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을 낭비하며, 이룬것이 하나도 없다는 불안감에 휩싸이다가 애인의 친구의 속삭임에 넘어가 혜지가 운영하는 커피숍에 알바로 취직하게 되지요. 이 연극에서 그나마 가장 정상적인 캐릭터로서 주변 인물들의 기행과 혐오와 무관심 속에서 가까스로 유지되는 인간 관계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상진의 여자사람 친구인 혜지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커피숍을 운영하는 집단의 리더이지만, 정작 자신은 무얼 하고 싶은지 모른채 때때로 부하들에게 갑질을 일삼지요. 만년 아이돌 지망생 원혁은 자신이 다른 이들보다 우월하다고 여기지만, 꿈은 점점 멀어져 간다는 점에서 상진과 다른 사람들과 다를바없는 우울한 청춘입니다. 최고령 알바생 성대는 돈과 명예를 초월한 듯 보이지만, <죽을까?>라는 말을 입버릇 처럼 되뇌이는 패배자입니다. 천사이자 소악마인 세인은 서로 사랑할 것을 강조하며, 불행한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꿈과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멀어져 가는 이상적인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현실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은 과연 얼마나 주변 사람들을 혐오하고 차별하며 혼자 살기위해 발버둥 쳐왔는지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하고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살기위해 살기를 품고 경쟁하는 세상속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서로 사랑하려고 노력하라는 메시지는 가슴속 깊이 감동과 여운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취업을 못해 제대로 된 자립을 하지못하고, 부모에게 의지하는 니트와 같은 청년들의 모습은 비단 타인의 얘기가 아니기에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의자와 책상, 빗자루로 꾸며진 단촐한 무대위에서 정신없이 춤을추며 노래부르고, 소리지르며 고뇌하고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호연하신 배우님들의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커피콩을 받아먹게 하거나, 바닥에 어질러진 커피콩을 줍는 서바이벌 게임이 커피콩 특유의 향기와 함께 잊지못할 명장면으로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멋진 연극의 감동과 여운을 마음속에 담아갑니다. 짧은 공연 기간이 아쉬워웠지만, 앞으로 더 나은 작품으로 다시 만나게 되기를 응원합니다. 웃음을 잃지않고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에 비판하는 자세를 견지하여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삶의 위로와 희망을 전해주기를 부탁드립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고민을 위트있게 잘 풀어냈습니다.

"살기로운 생활" (부제:혐대인 편 작,연출:김연재 음향감독:전민배, 이문규 출연:김성대, 박세인, 이상진, 장원혁, 정혜지 제작:요지컴퍼니 극장:대학로 알과핵 소극장 별점:★★★☆☆) 제목부터 특이하다. ''슬기로운'' 이 아니라 ''살기로운'' 이다..포스터에 적힌 부제가 혐대인 인데 이건 ''혐오'' 와 ''현대인'' 의 합성어로서, 살아남기 위해서 서로를 혐오하는 현대인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주제가 잘 부각되지는 않는다. 내용은 간단하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상진과 애인이 되고 싶은 혜지가 사장으로 있는 카페에서 벌어지는 얘기이다. 극은 대사와 움직임이 반복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래서일까 후반부에는 약간 지루함을 준다. 드라마와 퍼포먼스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친 듯 하다. 그러나, 젊은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