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극제.

좋은 작품이 많이 공연되죠.

이번에 보게 된 중첩은 SH아트홀에서 공연되었어요.

자유석에 티켓팅은 한 시간 전부터.

열연이 두시간 동안!

특히 주연배우분은 정말 대단하시더라구요.

짝짝짝.

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도망자,기회주의자,이기적인 놈,겁쟁이등의 수식을 달고 살았습니다.

그런 상황들을 보여주는데 뭐,다 그럴 수 있지 않나 싶었어요.

그런데 그가 자살을 하는 순간 눈 앞에 자신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펼쳐지고,연극은 꿈인지 환상인지 실재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그의 마음과 기억을 보게 됩니다.

무의식과 의식도 혼재된다고 하는데,원시인까지 출연하게 되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모든 의식과 존재의 원류는 원시인이라고 할 수 있죠.

알 듯 모를 듯한 지혜를 가진 할멈의 말은 모든 결과는 원인이 있고,그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입니다.

현대 배경에선 공감도 가고 정말 흥미롭게 봤는데 원시시대로 넘어가면서, 당연히 원시인 언어를 알아 들을 수 없어서 지루했...

잤....

ㅎㅎㅎㅎ.

자다가 막바지에 다시 깼네요.

왜 원시부족 이야기가 그렇게 길었는지 연출 마음이겠지만,고생하셨어요.

격동적인 움직임이 많고 강렬한 이야기가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궁금했어요.

잘 봤습니다.

중첩의 연출이 알고보니 궤짝을 연출하신 분이네요.

궤짝도 난해했었거든요,저는.

지난 주말에 대학로 SH아트홀에서 연극 <중첩>을 관람했다.
제40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10개의 작품 중 하나이고
극단 대학로극장 제작, 이우천 작/연출이고 공연시간은 105분이다.

막이 오르면 주인공 남자가 화장터에서 아들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다.
남자와 전화통화를 마친 남자의 아내도 아이를 뒤따라서 스스로 목을 매고 만다.
두 사람의 장례를 치르고 초췌해진 몰골로 서울의 회사로 올라오는 남자는 교통체증에 시달린다.
옴짝달싹 못 하는 차 안에서 가뜩이나 갑갑한 남자에게 광고전화부터 회사의 업무전화까지
숱한 전화가 걸려오니 남자는 미쳐버리기 일보직전의 상황까지 내몰리게 되고 만다.
더 이상 현실을 견딜 수 없게 된 남자는 서울의 반대방향으로 핸들을 돌린다.
숨통을 조여오는 것만 같았던 현실에서 벗어나 산길을 달리며 해방감을 맛본 남자는 핸들을 놓는다.
추락하는 차 안에서 남자의 과거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그의 뇌리에 떠올랐다.

작자는 연극의 제목인 중첩에 관하여 시간과 공간의 중첩,
의식과 무의식의 중첩, 현실과 비현실의 중첩을 언급하며 예로 제시했다.
연극은 죽음을 앞둔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혼란스럽게 일어나는 다양한 중첩을 무대 위에 그려간다.
안타깝게도 주인공의 과거는 좋은 기억보다는 후회스러운 것으로 가득했다.
대학생 때에는 독재타도를 외치며 데모를 하다가 잡혀간 곳에서 동지들의 행적을 불어서 변절자가 되었고
해병대 복무 때에는 북괴 함선과 교전이 일어나자 전우들을 버리고 혼자 살겠다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교제했던 두 살 연상 누나와의 첫사랑은 누나의 자살로 비극으로 끝을 맺었고
아내와의 결혼생활은 무미건조하여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기도 했다.

극단 대학로극장의 젊은 배우들이 주가 되어 총 18명의 배우가 출연하므로 무대가 꽉 차는 느낌이었다.
젊은 배우들이 많은 무대에 베테랑 선배가 가세하면 극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한편
젊은 배우들의 귀감이 되어주기도 할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할멈 역으로 출연하는 김화영 배우가 그랬다.

연극의 후반부에는 주인공이 말도 통하지 않는 원시인 부락에 떨어진다.
산길을 달리던 차가 추락하며 시공간을 뛰어넘었다는 설정이다.
뜬금없이 웬 원시인의 등장인가 싶기도 하였으나
네 개의 엔딩이 있지만 그 중 감독판 엔딩이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던
영화 <나비효과(The Butterfly Effect. 2004)>를 떠올려보면 맥락이 얼추 일치했다.
영화 나비효과에서 주인공은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기 위해서 시간여행을 한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가 하나의 잘못을 바로잡으면 또 다른 잘못이 새롭게 발생하여
결과적으로 주인공의 타임슬립은 매번 실패적이었다.
감독판 엔딩에서는 주인공이 태아 때로 돌아가 탯줄에 스스로 목을 감음으로써 생을 마감하고 만다.

연극 중첩에서 태고의 원시인이 등장한 것은
과거의 잘못들을 바로잡고 싶다는 주인공의 갈망이 이끌어낸 시간여행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었나 싶다.
너무나도 먼 과거로 가 버려서 주인공 본인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지만.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김화영 배우가 연기하는 할멈은 인육을 먹는 원시인들조차 두려워하는 경외의 대상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신과 동격의 존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할멈과의 만남에서 가르침을 얻는다.
남자가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그는 아들과 아내와 단란한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그의 시간여행은 성공적인 결과를 낳은 것 같다.
남자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들린 총을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권총의 총구를 머리에 대고 있는 모습의 포스터를 보며, 시대 상황이 개인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한국 현대사를 통해 담아낸 영화 <박하사탕>이 떠올랐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찰나처럼 지나치는 과거의 순간들은 남자의 비겁함과 책임감 없는 행동을 보여주며, 자신의 욕망만 채우고 무책임하게 회피하고 도망쳤던 죄의식의 순간들과 마주친다. 학창시절, 운동권 시절, 군대, 가족에 대한 서사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고, 시공간의 초월을 남자가 달리는 장면으로 연출한 부분이 좋았다. 하지만, 두 세계가 만나는 공간, 두 세계의 중첩 부분에 대해 원시부족의 노파가 친절하게 설명해 줌에도 불구하고 시공간을 초월한 원시시대의 모습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18명의 배우들이 무대에서 내뿜은 에너지를 맨 앞자리에서 고스란히 느꼈던 시간이었다.

포스터가 강렬해서 먼저 관심이 갔던 작품인데 내용도 맘에 들어서 더욱 보고싶던 나에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이라는 사실에 무조건 보러 갔습니다.18명의 배우님들이 나오시는 작품으로 무대는 화려하진 않지만 스토리에 필요한 소품들은 각자 챙겨서 나오시고 조명도 필요한 순간에 적절하게 사용하여 임팩트를 준것이 좋았습니다.긴시간동안 스토리를 이끌어가신 주인공을 비롯해서 모든 배우님들이 훌륭하고 열정적인 연기로 보러온 관객분들을 행복하게 해주셨습니다.중첩이라는 연극 제목처럼 많은 생각을 하게해준 좋은작품이었습니다.마냥 웃고 즐거운 작품도 좋지만 공연이 끝나고 난뒤에 많은 생각을 하게해주는 작품들도 늘어났으면 좋겜습니다.모든 배우님들 건강하시고 수상에도 성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연극을 볼 때, 경험이 쌓인다는 의미는 작품 주제, 내용, 제목, 극장, 배우 보다 극단, 극단의 경력, 연출, 연출의 경력, 배우(특정), 선별 과정, 권위 있는 기획 제작을 좀 더 보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만족도가 높은가, 라는 자문을 해보면 적어도 51대 49 정도로 신인 연출, 낯선 극단, 자발적 기획 보다는 나았다.


스스로 자문하면 그러한데 [중첩]은 여러모로 딱 기준에 맞는 작품이다. 2014년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을 수상한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수상이 결정되기 전, 관객 입장에서 독특하면서도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다.


[중첩]은 극단 대학로극장의 30주년작이자 서울연극제 본선작으로 참가했다. 공연 마지막 날, 소극장 치고 작지 않은 극장이 만석 가까이 찼다. 여기저기 노배우를 비롯하여, 연극배우들이 눈에 들어왔다. 완벽한 시작이다. 군더더기를 뺀 무대, 연기, 대사……. 연출 방향이 거침이 없다. 자신감이 넘치는데, 그 자신감이 극작과 연출을 동시에 했던 이유일까, 결국 과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 극의 전제는 한 남자의 기억을 더듬는 과정이고, 그 과정은 ''도망''을 키워드로 트라우마가 발생하는 강렬한 순간을 되살리며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관자노리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겼을 때 사망까지 단 몇 초가 되지 않는 전경이 110분 공연으로 풀렸다.


그 짧은 사이, 죽음 앞에서 도망치지 못하는 주인공은 과거의 인물들과 화해를 시도하지만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극중 누나, 애인, 친구, 동지, 아내, 아들, 상사, 후배 누구와도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못하고 미끄러진다. 그는 내내 도망치기만 했을까. 유독 두드러지는 여자 편력을 보면 고등학생 때 이웃집 누나와 섹스 후 죽음을 목도한 뒤로 가정이 있으면서도 애인과 천연덕스럽게 불륜을 저지르고, 또 애인을 다독이는 과정까지 남자는 여성과 제대로 된 관계 형성을 하지 못하는 듯하다. 비겁하고 비인간적인 태도를 일관하다가 원시시대로 배경이 바뀌고, 이후 일련의 일화들이 변하는 과정을 설명하지만, 후반부는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 편이다.


애초 중3 이웃집 누나가 중1 꼬마에게 호감을 갖고 벌어지는 상황부터 설득력을 갖는 건 아니다. 그녀의 갑작스런 자살도 이해하려면 이해할 수 있으나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원시인 부족 설정은 총 18명이 등장하는 극단 기념작이라는 점에서 납득가능하지, 극중 상황과 잘 맞는다고 보기는 힘들다. 해서 과하는 인상을 떨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본은 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한덕호의 연기는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