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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 다르게 특정 기업에 한정된 내용은 아니었다

모든 배우들이 맨발로 연기를 한다
마치 신성한 공간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멋진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1인 14역(?)을 하신 분께 특히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

극단 <날>의 다음 공연이 기대된다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한 근로자가 백혈병으로 사망한다.
이러한 사례는 현재도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발생하고 있고,
사망하지 않았더라도, 증세로 병을 앓고 있는 종사자들은 몇배 많은 실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회사측에서는 그 업무와 근로자의 병의 상관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그를 증빙해야 하는 주체는 안타깝게도 근로자 일인이다.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 사람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하고, 또 이기기란 모래밭에서 바늘찾기만큼 어려운 일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반도체 소녀" 에 등장하는 반도체 소녀와 자동차 아저씨는
현대산업과 핵심 중 하나인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며 직업병을 얻어 죽음에 달하고,
현대문명의 꽃인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며, 낮은 임금으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과로사 한다.
그러나 회사는 그리고 사회는 그들의 업무와 죽음을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으며,
연관짓고 싶어하지 않으며, 연관지어져 얘기되는 것을 거부한다.

왜냐하면 그것을 인정하면 귀찮은 일들이 속속 발생할 것이니까.

왜냐하면 반도체 산업과 자동차 산업은 이 사회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일이고,
사람은 한명 죽으면 또 다른 사람이 그 일을 대신 하면 되니까.

왜냐하면 일단 그 죽은 사람이 나는 아니니까.
그리고 내 가족도 아니니까.
나랑은 한다리 아니, 여러 다리 건넌 남의 일이니까.

그렇지만 나는 매일 자동차로 출퇴근도 하고, 컴퓨터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연관지어 생각해봤자 머리만 아프고, 귀찮아 지기만 하니까...


그들의 죽음은..
단지 그들의 몫이었고, 남은 가족들이 안고 살아가야 할 짐일 뿐이다.

연극 "반도체 소녀"는 이러한 내용을 굳이 꺼내어 이야기 한다.
그 작은 공연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낄 순 없겠지만,
그 사람들이 보았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실"이고, "현실"이고 또 "우리"의 일이기에,
그들은 이를 조심스럽게 그리고 용감하게, 그 귀찮은 일을 이야기 한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를 바탕으로 전개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극 전체적인 흐름이 심각하고 무겁기만 하지는 않다.

누나 부부의 닭살 행각은 나도 모르게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고,
중간 중간 등장하는 1인 14역(? 정말 14역이 맞는지? 연극속에서 그가 자신의 입으로 그렇게 말하니 일단 믿어본다.)님의
감초 연기는 순간순간 웃음을 터트리게 하여, 어느새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대기업 밤성을 꿈꾸는 젊은이의 고뇌는 지금 내 동생,오빠,누나, 형들이 겪고 있는..
아니, 당장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기에 남일 같지 않다.
현실과 타협해야 하나, 얼마나 힘들것인지 알지만 부딪쳐야 하나..
굳이 취업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매 순간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서 있지 않나..?..

연극 "반도체 소녀"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매일을 사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렇게 너무 무겁지 않는 마음으로 보고,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웃고, 울다 보면
어느새 1시간 30분이란 시간은 지나고,
나오는 가슴 안엔... 각자 나름의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