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바ㅗㅆ어요

가해와 피해, 삶과 죽음을 다면적으로 바라볼 수 있던 공연이었습니다. 배우들 연기 하나하나 흠 잡을 데 없었고, 1장은 보는 내내 “고급지다“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적당한 유머들 사이에서 순간순간 터져나오는 현실의 쓰라림들이 극의 흐름을 확 바꾸며 100분을 60분 같이 쫀쫀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상상력을 넘어서는 실재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한가 이 작품을 본 저의 생각은 가능하다였습니다. 원작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서사보다는 무엇을 표현할지,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서 궁금증이 더 컸습니다. 한편으로는 소설을 읽을 때 우리는 상상력을 동원해서 읽는데, 상상력을 넘어서는 실재를 구성해내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소설을 읽을 때는 막힘없이 읽어나갔던 부분들도 배우분들의 목소리가 되고 몸짓이 되니 몰입감이 달랐습니다. 중간에는 너무 몰입이 되어서 누가 이 대화를 들을까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그리고 무대와 소리가 합쳐지면서 어떤 부분은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한 원작소설에는 없던 내용이 나오면서는 마음 속에 불편한 연민이 일면서도, 이 작품에 대한 관객의 생각을 특정한 곳으로 묶어두려고 하지 않은 것 같아 인상적이었습니다. 연극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훌륭한 원작이 있는 상태에서 무엇인가를 더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부담감을 줬을지는 어렴풋이 짐작이 갑니다. 작품을 위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고민이 느껴졌습니다.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떤 진심은 아무리 기를 쓰고 틀어막아도 새어나가고 만다." 맙소사!! 역시나 찐으로 팠구나!! 가해와 피해, 책임과 회피, 그 모호한 관계와 경계 속에 놓여진 인물들 석현, 미정, 상정, 소윤, 동주, 승규 그들 하나 하나의 피부와 근막을 찢고, 혈관과 근육을 헤집어 뼛속 골수까지 파내려가 닿으려 했던 수많은 착오와 실패와 도전들, 노력과 진심들이 빈 무대 위 순간과 장면들, 배우들의 말과 침묵, 몸짓과 떨림 속에 고스란히 베나오고야 말았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 길, 나는 "어떤 진심도 가닿을 수 없는 사라진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 입체적인 텍스트, 감각적인 연출 무엇하나 빠짐 없이 좋았습니다! 한 번 더 보고싶은 작품이네요. 원작 소설도 읽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