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에 비해 많이 늦은 후기이지만 올려봅니다.
지난 5월 13일 경기필하모닉 제121회 정기연주회와 6월 24일 제122회 정기연주회를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5월 공연은 구자범 지휘자가 새로 영입된 후 처음 열리는 정기연주회고 평소에 쉽게 들을 수 없는
말러의 곡을 연주한다기에 흥미가 있었지만, 경기필하모닉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연주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지휘자에 따라 교향악단의 소리와 화음이 얼마나 훌륭하게 변할 수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거든요.

''말러'' 하면 어렵다, 우울하다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교향곡 1번 <거인>은 비교적 초창기 작품이라
그런지 꽤 경쾌합니다.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콘트라베이스의 낮은 저음이 연속적으로 들릴 때는 그야말로 거인이 쿵쾅쿵쾅 걷는 듯합니다.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혼신의 힘을 다한 지휘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지휘하는 뒷모습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휘하는 내내 땀 범벅이었던 구자범 지휘자는 대작의 연주가 끝난 후 비틀거렸습니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6월 공연은 국내에선 거의 연주된 적이 없는 레스피기의 ''로마 3부작'' <로마의 축제>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
나름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던 저도 처음 듣는 곡이었습니다.
우선 악기 편성부터가 어마어마합니다. 합창석에까지 악기가 배치되는 공연은 생전 처음입니다.

그리고 레스피기가 19세기 말~20세기 초 작곡가인 만큼 불협화음 등의 현대음악적인 면이 많았습니다.
특이하게 각 곡의 악장마다 제목이 있는데(~의 분수, ~의 소나무 등)
실제 로마를 방문해 그곳을 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의 정기연주회를 계기로 앞으로 구자범 지휘자의 경기필 공연은 꼭 챙겨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지금은 비록 지휘자의 명성 때문에 많은 박수를 받았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단원들 때문에
더 많이 박수를 받는 교향악단으로 거듭나리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경기필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경기필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구자범의 공식 첫 무대
관객 단원 심지어 그 자신
모두에게 감동과 음악의 즐거움을
재확인시켜주었다
타이탄은 바로 그였으며
그 덕분에 행복한 삶의 한 조각을 발견하였다
훌륭하다고 밖에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할까...

모여듭니다
광주서 울산서 캐나다서...
서울은 명함도 내밀지 못합니다
서둘러 출발했건만 식사할 여유없습니다
오히려 다행입니다
성찬이 차려졌음을 모르는 것 뿐입니다
진수성찬입니다
귀로 머리로 마음으로 생각으로 채워갑니다
온몸이 찹니다
포식합니다
시간은 깊어집니다
지휘자의 등이 젖어갑니다
관객의 마음도 젖어듭니다
하나가 됩니다...
그의 손길을 따라 움직입니다
흘러갑니다
공연장에 떠도는 먼지마저도...
뿜어져나오는 카리스마
온몸으로 흡수합니다
숨죽여...
잠시 후 심호흡합니다
종착역이 다가옵니다
시간이 멈추기를 바랍니다
밤새도록 앉아있고 싶습니다
드디어 마침표가 찍힙니다
찰나의 정적
그리고 환호성
기립합니다
박수합니다
휘청거리는 지휘자의 몸을 너머
충만하고 빛나는 그의 영혼을 봅니다
박수는 이어집니다
브라보 합창합니다
모두에게
몸 깊이 숙여 답하는 그.
마에스트로 구자범입니다
단원들 얼굴에도 그를 향한 경외감이 피어오릅니다
퇴입장을 반복합니다
마.침.내.
악장의 손을 잡아끌며 앞장섭니다
퇴장합니다
박수는 이어집니다
지금도 이어집니다
환희의 밤입니다

김문수 지사도 보고 김포시장도 보고 재미잇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