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극장 정미소에서 보는 두번째 연극.

웃기지만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는 연극을

주로 하기에 흥행여부를 떠나 처음부터

연극 괜찮겠다, 싶었다.

더 라인.

한 집에 분단선이 생기면서 일어나는

그런 에피소드를 그린 연극이다.

다른 연극과 달리 배우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 보인 건 사실이다.

그래서 연기력은 괜찮겠거니, 싶었고

정말 흥미진진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이야기 세계로 빠져드는 환상 부분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사람이기에 정이 드는 부분.

그리고 빠르게 적응해가는 부분들은

정말 그럴 수도 있을 법 해서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마지막까지 웃음과 긴장을 주었던 더 라인.

솔직히 처음 도입부분은 좀 난해해서 같이 데려간 친구의 눈치가 살짝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코믹한 요소와 마지막의 감동까지!!
빗속을 뚫고 갔던 보람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하는 「더 라인」을 보기위해 헐레벌떡 뛰었다. 정미소가 위치한 블록이 아니라 다른 블록에서 한참을 헤맸던 것이다. 내가 헤매던 바로 옆 블록에 정미소가 있었는데 나는 왜 멋대로 블록의 경계를 정해놓고 혼자서 그것을 넘지 못해 고생했던 것일까.

연극 「더 라인」은 제목에서부터 느낌이 물씬 나듯이 경계에 대한 이야기다. 감자로 술을 만들어 파는 한적한 시골집. 그 평화로운 집에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서쪽나라의 외교관과 동쪽나라의 외교관은 집을 반으로 나눠 국경선을 그어버린다. 양 나라의 외교관들은 멋대로 남의 집에 국경선을 그었으면서도 집을 철거시키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한다고 오히려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인다. 국경선이 생겨남으로써 가족들의 국적도 달라졌다. 엄마와 딸은 서쪽나라 749번지 국민, 아빠와 삼촌은 동쪽나라 521번지 국민. 어느 사이에 집 안에는 서쪽나라의 경비대원과 동쪽나라의 수비대원이 들어와 서로를 감시한다. 여기서부터 정말 코미디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저녁거리인 감자의 귀순의사를 확인하라!

「더 라인」은 웃기다. 집안에 그어진 국경선을 두고 벌어지는, 정말로 코미디 같은 상황들에 서지혜 연출가의 독특한 유머들이 더해져 웃음을 자아낸다. 그런데 막상 극이 끝나면 그렇게 즐겁지 않다. 입은 웃으면서 속으로는 씁쓸함을 느낀다. 미국과 소련에 의해 그어진 38선, 전쟁으로 그어진 휴전선과 남과 북의 치열한 대립이 겹쳐 떠오른다. 북한을 가로지르면 금방갈 수 있는 곳을 배와 비행기를 타고 빙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 금강산 관광의 금지, 갈수록 경색되어가는 남북한의 관계까지······. 실컷 웃었던 연극 속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실컷 웃고 가만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김민정 작가의 바람처럼 「더 라인」은 한바탕 즐기면서도 생각할 거리도 남길 수 있는 연극이 아닌가 싶다. 하나의 연극에서 두 마리 토끼를 원한다면 일단 한번 보시라, 한 지붕 두 나라의 「더 라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