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보기전에 굉장히 끌리던 공연이었다. 막연하게...공연 보기전 공연내용에 대한 설명/해석
등을 자세히 읽지 않았다. 그냥 그 느낌을 갖고 싶어서이다.

공연장에 들어서서 시작전까지 시간이 조금 남는다. 그 시간에 나는 무대를 찬찬히 훓어봤다.
화려하지도 않고, 꽉차지도 않은 무대. 군더더기 없어 보이는 그 무대가 맘에 들었다.
각각 제 역할만을 소화할 무대소품들. 공연이 시작되고, 정말 위협적이지 않은 두 기사가 등장
하기전까지 여러명의 인물들이 대화를 한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공연은 정말 반어법적인면이 많은 공연이다. 무섭지 않은 두 기사는 살인을 한다.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죽어나간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살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흉악한 살인이
아니다. 세상의 사람들은 이기적이다. 욕심도 많다. 아마 이 작품에서 사람들은 이기적인 마음,
욕심 등 세상을 살아가며 더불어 살수 없는 세상. 그런것들을 나타내는것이 아닐까...
여기서 두기사는 그런 마음들을 차차 죽인다 (없앤다) .
여기서 두기사가 살인을 하는 이유는 죽이지 않으면 죽게되니까~ 가장 단순하면서 가장 무서운
말이다.
두기사는 죽기를 원한다. 그러나, 스스로 죽지는 않는다. 누군가 두기사를 죽이러 나타날때가지
기다린다. 두기사는 또 서로 죽이지를 원하지 않는다.
이것은 죽음에 대한 어떤 목적을 얘기하는것이 아닐까....

좀 미흡한 생각이긴 하지만 공연은 무대와 배우 공연장의 관객과의 호흡. 이날 본 공연은 아주
좋았다. 항상 지나고 나면 남는 아쉬움이지만...이런 공연은 여러번 반복해서 볼때마다 다른
면을 발견할수 있는 공연이다. 마지막 공연을 하루 앞두고 관람을 한것에 대해 참 아쉬움이
크다. 좀더 깊이있게 생각해보면 인생의 단면을 다시한번 느낄수 있는 공연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다시한번 기회가 된다면 접하고 싶은 공연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듯하다..

그 옛날 정의를 외치던 돈키호테를 비웃는 듯한 두 기사..
당하기 전에 먼저 죽여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늘고 지쳐..
그들은 누군가 자기를 죽여 줬으면.. 그리고 죽으려고 노력하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후회라도 하는듯이..

어렸을 때 '문고판'으로 읽었던 [돈키호테(Don Quixote)]는 상당히 재미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시골 노인이 '기사도' 이야기에 너무 깊게 빠져든 나머지 정신이 약간 이상해지고, 자신을 '기사'라 생각하여 스스로 세상의 부정과 비리를 없애고 불쌍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세상을 떠돌아다니지만, 현실세계는 그가 생각하는 세상과는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어 가는 곳마다 충돌하게 되고 패배를 겪게 되지만 끝까지 이상(理想)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은 웃기면서도 서글픈 느낌이 드는 묘한 감동을 저에게 안겨 주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연극 [세상을 편력하는 두 기사 이야기]는 [돈키호테]를 소재로 하여 만들었지만, 그 내용과 이야기의 전개, 그리고 등장인물의 성격은 [돈키호테]와는 사뭇 다릅니다.

우선 <돈키호테>라는 노기사(老騎士)가 - 사실 이 극의 어디에서도 그의 이름이 <돈키호테>라고 말해주지는 않지만, 공연 '팜플렛'에 의하면 이 연극은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모티프(motif)로 하여 만든 작품이라고 하니, 이 두 노인이 <돈키호테>라는 것은 아마 확실한 것 같습니다... ^^ - 두 명 등장합니다.

또한 이들은 원작의 다소 어리버리해 보이는 <돈키호테>와는 달리 상당히 치밀하고 영리한 '살인행각'을 마구잡이로 벌이며 세상을 '청소'해 버립니다.

이들에게는 '선'과 '악'의 개념도 없을 뿐더러, "내가 죽이지 않으면 죽게 된다"는 생각만으로 세상 모든 사람의 운명을 마치 '심판'하고 '통제'하듯 죽여 버리지만, 정작 자신들의 죽음은 통제하지 못하는 묘한 '아이러니(irony)'를 보여줍니다.

또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의사'와 '목사'는 자신이 '치료'해주고 '기도'해주기 위해 다른 사람이 아프거나 죽기를 바라는, 그야말로 '부조리(不條理)'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와 신(神)의 대변인이라는 성직자가 보여주는 타락한 모습은, 보는 이에 따라서는 현대 사회의 비윤리적인 직업의식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살기위해 남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인을 일삼는 두 기사의 모습은, 어쩌면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며, 마지막에 보여주는 죽음에 대한 '기다림'은 자기 운명을 통제하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배우들 한명 한명 만으로도 그 무게감이 상당히 느껴지는 <전무송>, <이호재>, <정동환>, <정규수>, <박영재>등은 다소 어렵고도 난해한 이 작품을 너무나 뛰어난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몰입하게 하여 주었으며, 특히 곳곳에서 보여주는 이들의 유머는 공연의 초반부에 관객들이 '박장대소' 하도록 만들어버려 극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특히 한번도 고함이나 큰 액션을 취하지도 않고, 어떤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서도 관객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다가도 순식간에 섬뜩함을 느끼게 만들어 버리는 <전무송>과 <이호재>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 이었습니다.

극에서 잠깐 언급 되지만, 모험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며, 불의를 바로잡고, 정의를 확립시키는 기사를 '편력기사(Knight-errant)'라 불렀다고 합니다.

다소 엉뚱한 생각이지만, 정의가 모호해지고, 온갖 비리와 부정이 가득한 요즘 세상에 이런 '편력기사' 몇 명쯤은 나타나도 상당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편력이란 단어에 대한 단상...

사실 좋아하는 배우 이름만으로 앞뒤 가리지 않고 선택했던 연극!
만일 그게 이 연극 마케팅 전략이었다면 백퍼센트 성공한 셈 ㅡㅡ"

세상 모든 그림을 보고 이해가 간다면 거짓말일테고, 그 많은 음악들을 듣고 역시 이해를 할 수 있다면 거짓말일테니 세상 연극을 다 이해할 수도 없을 노릇일 것이다. 하지만 음악과 미술과는 달리 연극은 좀더 이해가 가야 하지 않을까?

정말이지 연극이 끝난 후 난 관객들 전부 모아놓고, 출연진과 연출, 원작자까지 다 불러다 놓고 허심탄회하게 연극에 대해 토론을 해보고 싶었음... 쩝... 정말 나만 이해를 못한건지, 남들도 다 모르면서 아는척 하구 있는건지..

물론 배우들의 대사 치는 솜씨랑 연기 솜씨는 정말 예술입니다. 어쩜 그리 조용조용말할 때도, 엄청 빠른 소리로 이야기를 할때도 그렇게 또박또박 잘하는지...

이 연극을 보고 싶다면 충분한 사전 공부가 되야 할 듯! 그렇지 않다면 보고 나서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는 불쌍사가 생길지도..(나만 그런가? ㅡㅡ")

보고 난 느낌은 그리 오래 세월이 흘러도 결국 고도는 오지 않는 모양이군... 이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