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러번 보고싶었는데
왜 이렇게 짧게 해서
사람 애간장을 녹이는지....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칭찬하고 싶은 게 너무도 많은 연극.
제작진 그대들은 센스쟁이~

매일 술에 취해 길바닥을 뒹귀는 인간쓰레기..
길거리음식을 주워먹고 다니는 거지소녀.
그거지소녀를 강간하는 또 다른 인간쓰레기..
팔리지도않는 물건을 파시는 시장할머니.
남편잃고 술에 찌들어사는 식당아줌마..
실적때문에 이유없이 동네사람을 잡아야하는 경찰관..
그 시대가 그렇게 다들보냈다고는 하지만 보는이는 슬프다.
찌들어가는 하루하루속에서 걱정없이 하루라도 사람답게
살고싶어하는 사람들..이왕이면 아름다운 그림처럼,부드러운 시처럼 살고픈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모처럼 월요일 연극 관람이었습니다(2월 20일관람). 날씨가 풀렸다고는 하나 여전히 쌀쌀하더군요.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티켓팅하고 커피한잔 마시는 여유를 누렸습니다.

월요일 공연임에도 많이 오셔서 소극장이 꽉찬 느낌이었네요.


이 연극은 2011년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젊은 연출가전에 참여했던 작품으로 희곡상과

남여 연기상을 수상한 지방극단 미지씨어터의 작품입니다. 풍경극이란 형태를 띄고 있는 연극이구요.



풍경극이라는 형태는 사건이나 이야기 중심이 아니라 그 당시 어느 한 시점, 한 장소를

보여주고 그 당시 일어나는 혹은 일어났던 장면을 그대로 가감없이 보여주는 그런

형식이었나 봅니다. 따라서 당시 시대상을 반영이라도 하듯 음악이나 의상, 소품 혹은

무대 디자인 등이 아기자기하고도 디테일 하게 보여집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골목 길 끝 시장을 배경으로 옥이네 밥집과 노점상, 공중변소,

대중목욕탕, 미장원, 연탄배달, 달동네 집 등이 나오고 두발 단속이나 통행금지 등이

시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의 커다란 틀이 되는 식이죠.

공중변소 담벼락에 씌여진 낙서 " 전두환도 포기한 동네 - 전포동" !!!


이야기의 주인공은 딱히 없습니다. 당시를 살아가던 다양한 소시민들이 겪었던 한 시절을

보여주니깐요. 하지만 연극 [장석조네 사람들]처럼 정감어린 어린시절의 회상은 아닙니다.

1980년 계엄령 시절. 남을 죽여야 내가 살아 남을 수 있던 시절. 살기위해서는

무엇을 하던지 정당화되던 그 때. 연극 [짬뽕]이 광주의 그날 그자리에 있던 선량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보여준 소극이었다면, 같은 시절을 광주가 아닌 그와 멀리 떨어진 서울에서

북괴의 지령을 받은 폭도의 난으로 바라보고 살았던 사람들의 드러나지 않았던 치열한 생존기였습니다.


그럼에도 이야기의 핵심은 맨날 얻어터지고 술주정 떠는 꼴통과 땅에 떨어진 것만

주워 먹으며 시장을 배회하고 다니는 거지 다정의 사랑이야기 아니었을까 싶네요.

결국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체이고 천한 취급을 받던 거지가 다름아닌

그들이 그토록 치떨리게 살아남아 찾고 싶어했던 "삶의 희망"이었다는 사실이 각인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욕설이 난무하지만 결코 추해보이지 않았던 연극

아름다운 싯구와 몽환적인 퍼포먼스가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교모히 허물었던 연극

[살고 싶다, 그림처럼, 시처럼] 이었습니다.

사람의 중심을 떠나 주위배경을 잘 묘사하고 연관시킨 ''풍경극''을 보여준다.

지하철안에서 한여자가 살인을 당하면서 과거의 달동네 모습으로 시대는 바뀐다.
살인을 낭만과 감성적으로 표현한다.
그녀는 다시 태어난듯 과거로 돌아가 지난날을 회상하듯 새로운 곳에 나타난다.

배경은 허름하고 가난한 끝마을. 지하철이 한순간에 시장으로 바뀌는 모습도 새로웠다.

광주사태. 계엄령과 통근시간이 있던시절.
캐니로져스의 Lady, 앨튼존음악이 라디오에 흐르면서 197-80년대를 얘기한다.

거지와 술주정뱅이가 대화하는 모습은 언발란스 해보이지만 오고가는 말속에 인생의
역경이 묻어나온다.

바람을 먹고 사는 거지의 모습. 꿈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맛있다고 표현하는 모습.
시음율을 읋으며 미래를 생각하고 어지러운 나라를 걱정하는 모습은 민중의 심정을
나타낸다.

모든것이 시로표현하고, 이모든것은 그림같다.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닌 지금의 상황, 지나가는 사람들 이모든것이 그들에겐
자연스런 예술의 모습으로 보여지게 된것이다.
살고싶다,그림처럼, 시처럼..

젊은배우들이 실감난 연기 너무 잘 보았다.
사투리, 복고풍, 아줌마의 욕지꺼리(?)..
정말 리얼하게 때리고 맞는 모습. 진짜 식칼을 휘둘려서 섬찟했다.
이런 분위기속에 배경음악은 멜로가 흐른다.
그들은 춤을 추는듯 슬로우 장면으로 움직이듯 밝게 마주한다.

먹고살기 좋아진 현대의 모습. 그렇지만 범죄와 사람과의 온정은 없어진듯 모든것이
어렵고 부족했지만 사람과는 행복했던 옛시절.
그때는 꿈이 있었고 희망이 있는 삶을 그림을 그리듯 표현을 했던 것같다.

과거는 아프지만 추억이되고 삶을 힘들게 느껴질땐 돌아가고 싶은것이다.

여러모습으로 많은 것을 보여준 열정이 대단하였다.

존재의 이유가,
살아간다는 의미가 이렇게 행복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요.

더욱 치열하게 내 삶을 견뎌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다 울다 웃다 울다.. 그말이 생각나더군요
인간에게 주어진 슬픔과 기쁨의 양은 같다던.

주변의 사소한 모든 것들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그런 풍경극이였습니다.

차마 고귀하다 여기지 못했던 비루한 삶마져
그 얼마나 아름다운지..


제목만큼 아름답고 따뜻한 연극이였습니다.
배우 한분 한분 몰입도가 너무 좋으셨고,
관객들을 흡입할 줄 아는 정말 멋진 연극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구마구 추천하고 있는데,
이번주가 막공이네요ㅠ

다음시즌도 너무 기대하고 있을께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