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재미있는데 교훈적이기까지 한 동화같은 이야기. ^^

''아주 아주 옛날에 한 어느 사막에 한 소녀가 살았어요~~''
한 편의 동화처럼 사막 한가운데 이제는 더 이상 흐르지 않고 말라버린 강에서 한 소녀가 눈을 뜨면서 극은 시작한다.사막에 홀로 있는 소녀를 발견한 이들은 광대들.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부모님을 어디에 있는 지 알지 못하는 소녀에서 오늘 만났으니 서로의 인연을 잊지말자며 ''오늘''이라는 이름을 소녀에게 지어준다. 그리고 ''원천강''에 가면 원하는 것을 모두 알 수 있다는 옛부터 전해져오던 이야기를 전한다.
''오늘''이는 자신의 기원을 알기위해 자신이 눈을 뜬 사막의 모래를 주머니에 담고 길을 떠난다.

어딘인지도 모를 머난 먼 길이지만 부모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오늘''이는 중간 중간 멈추며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다. 열매가 열리지 않는 땅의 농부, 기차가 다니지 않는 역의 역무원, 젊은이들은 모두 떠난 마을을 지키는 노부부, 관객들을 즐겁게 할 자신감을 잃은 광대들, 발명할 이유를 잃어버린 과학자, 말라버린 강을 지키는 사공,
무언가를 기다리거나 희망을 잃은 이들은 모두 지나간 과거에 얽매어 차마 오늘을 버릴 용기를 내지 못하던 사람들.
이들은 어린 ''오늘''이를 만나 비로서 떠날 용기를 낸다.
그래! 우리도 원청강에 물어보자. 왜 오늘 우리가 이렇게 되었는지!

그러나 오랜 여정 끝에 도착한 원천강은 더 이상 흐르지 않는 죽은 강이 되어 있었다.
말라버린 강을 보먀 잠시 실망도 하지만 ''오늘''이는 자신이 떠나온 사막의 모래를 강에 뿌리고 다시 길을 떠나고자 한다.
그러나 그 순간 자신이 강의 기원임을 기억해 내고, 강은 되살아난다.

''오늘''의 또다른 이름은 ''희망''
''내 이름은 강''은 ''오늘''이가 자신의 기원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며,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담겨져 있다.
오늘 행복한 사람이 내일도 행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고, 지나온 과거에 얽매인다.
그러나 극중 대사의 한 구절처럼 ''과거는 지나갔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허비할 수는 없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도 중요하지만 오늘이 있어야 내일이 오듯 오늘, 하루의 소중함과 과학과 현대 문명에 대한 맹신, 그로 인한 무분별한 자연의 파괴, 경제발전의 미명아래 한낱 부속품과 같은 존재로 전락해버린 현대인들의 모습... 등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사회문제들을 우화적으로 담아낸다.

그리고 그 많은 것들이 참 잘 담겨져 있다.
애둘러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메세지를 전달하는 김광보 연출은 언제나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다.
그 명확성이 극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기 위해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 떠나는 도로시를 연상시키지만 담고 있는 의미는 훨씬 현실적이고 깊이감이 있다.
나무가 심겨진 원형의 무대가 회전하며 오늘이와 사람들의 만남이 이어지고, 한바퀴를 회전하자 극이 마무리 되는데,
마치 한편의 동화를 읽는 것처럼 모든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고 아기자기하다.
같은 듯 다른 의상을 입은 배우들,
어색한 듯 자연스러운 연기,
판소리와 북과 장구, 가야금이 더해져 한바탕 마당극처럼 신명나는 선율을 선사하며
두명의 해설자가 등장 인물들과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이어가는 극은 쉽게 유쾌하고 아기자기하다.
다소 갑작스러운 결말조차 자연스러운 것은 정말 이 이야기가 동화처럼 느껴지기 때문인듯.


이제 이야기 끝~~~~!!!
정말 극도 그렇게 끝난다. ^^
귀여운 작품.

부모를 찾아, 근원을 찾아, 이름을 찾아 떠난 한 아이의 여정이
한 편의 동화처럼 잔잔히 펼쳐진다.
젊은 배우들의 풋풋한 연기와
광목에 색실만으로 포인트를 준 단아한 의상들,
공연의 느낌을 그대로 담아낸 무대디자인이 참 좋았다.
특히 이야기꾼 역의 배우가 인상에 남는다.
발전을 위해 점점 훼손되어 가는 환경에 대해
새삼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선한 공연.
다만 공연 말미에 "강이 없이는 살 수 없으니 강을 지켜야 한다"는 요지의
다분히 계몽적인 직설화법이 옥의 티라면 티였달까.

내 이름은 강 (江)

지루한 일상 속에 오아시스와 같은 빗줄기를 줄 수 있는, 일상에 지쳐 더욱 힘겨운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달랠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우울했던 저에게 모처럼 큰 의미와 함께 힘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공연 이었어요~ 요즘들어 부쩍 삶에 지치고, 버거운 사람들에게 잠시 동안 안락한 휴식과 위안을 줄 수 있을 것만 같은 공연이라는 생각이드네요. 좋은 사람과 함께 보시면, 영원히 기억에 남을 좋은 추억과 휴식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좋은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강''을 소재로 한 자연의 위대함을 역설적으로 풀어내준
고맙고 친절한 연극이었습니다.
원천강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현대문명의 오만함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연에 대한 소중함까지 알게 해줘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