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 음악 선생님께서 음악실에서 틀어주신 영화 "아마데우스"를 통해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처음 만났다. 죽어가는 모차르트의 모습과 그 때 흘러나오던 콘퓨타티스, 라크리모사가 어찌나 슬프고 처연하던지…

2010년, 유럽여행을 떠났다. 여행 막바지, 체코 프라하를 구경하던 중, 한 성당에서 프라하 교향악단의 모차르트 레퀴엠 공연이 있다는 벽보를 보았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되겠다 싶어서 곧장 현장에서 티켓을 사서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성당의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코앞에서 지휘자의 지휘를 보며 음악을 감상했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전율, 눈물이 왈칵 나는 감격이 찾아왔다.

그 이후로 핸드폰에 mp3 파일을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틈틈이 레퀴엠을 듣고, 연주게임으로 레퀴엠을 연주도 하면서 생활했다. 레퀴엠 전곡을 거의 다 흥얼거릴 수 있을만큼 멜로디가 귀에 익었다. 그러던 차에 12월 6일 서울시향의 레퀴엠 공연 소식을 들었다. 너무나 흥분되었다. 클래식 공연의 특성 상 자리가 중요하지 않아서인지, 비싼 자리만 남아있고 제일 싼 C석만 매진되어 있었다. 잠시 고민했지만 일단 C석 예매대기를 걸어놓고 끝까지 예매를 못하면 비싼 자리를 고려해보기로 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공연을 몇 일 앞두고 티켓을 구할 수 있었고, 여자친구와 함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로 향했다.

정명훈 씨는 입장 후 한 번의 인사만 하고는 바로 지휘를 시작했다. 주피터 교향곡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여자친구와 번갈아 졸면서 들었다(웃음). 얼마쯤 졸았을까, 드디어 레퀴엠이 시작되었다.

서곡의 첫 선율을 들음과 동시에 식은땀이 흘렀다. 쥐고 있던 여자친구의 손을 꽉 잡았다. 너무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곡들이 마찬가지겠지만 레퀴엠 역시 지휘자에 따라 음악이 풍기는 분위기가 너무나 달라지는 곡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약간은 빠른 템포를 선호하는데 정명훈 씨는 이런 필자의 기호를 알고 있는듯, 격정적인 지휘를 계속하셨다. 키리에 엘레이손과 콘퓨타티스는 정말 황홀했다.

곡 순서를 거의 다 외우고 있기 때문에 연주가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너무 아쉬웠다. 이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 정도였으니… 필자는 평소 mp3를 들을 때, 라크리모사까지만 듣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에 그 뒷부분은 잘 몰랐는데, 공연 리플렛을 보니 드디어 마지막 곡의 차례가 왔다. 그런데 마지막 곡의 멜로디가 서곡의 멜로디와 똑같았다. 그리고 나서는 키리에 엘레이손의 멜로디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마치 나를 위한 선물인 것 같았다. 모차르트 레퀴엠은 이처럼 마지막까지 내게 벅찬 희열을 선사했다.

누군가 내게 네 인생 최고의 클래식 음악을 묻는다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모차르트의 레퀴엠이다!


<곡 순서>
I. Introitus: Requiem aeternam (choir and soprano solo)
II. Kyrie eleison (choir)
III. Sequentia (text based on sections of the Dies Irae):
Dies irae (choir)
Tuba mirum (soprano, contralto, tenor and bass solo)
Rex tremendae majestatis (choir)
Recordare, Jesu pie (soprano, contralto, tenor and bass solo)
Confutatis maledictis (choir) <==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곡
Lacrimosa dies illa (choir)
IV. Offertorium:
Domine Jesu Christe (choir with solo quartet)
Versus: Hostias et preces (choir)
V. Sanctus:
Sanctus Dominus Deus Sabaoth (choir)
Benedictus (solo quartet, then choir)
VI. Agnus Dei (choir)
VII. Communio:
Lux aeterna (soprano solo and choir)

말로만 듣던 모짜르트의 레퀴엠이 참 감동이더군요..
비록 과제물의 한 방편으로 음악회를 다녀왔지만 고전음악의
웅장함과 그 세밀한 터치는 말로 다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연말에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대만족입니다

50분이라는 긴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던 레퀴엠!
주피터도 너무너무 좋았구요

사실 클래식은 항상 구매한 파일 혹은 CD로만 듣던차에 갑작스럽게 콘서트 전 날에 예매를 하여 가게 되었습니다. 공연장에 가서 상황파악이 잘 안됐었나봅니다. 눈 앞에서 오케스트라가 있고, 모차르트 주피터를 연주하는데 마냥 CD듣는 기분이더군요. 너무 잘 해서 그런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주피터의 마지막쯤부터 슬슬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주피터는 생각보다 부드럽게 연주 되었구요, 레퀴엠은 너무 좋았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는 라크리모사를 직접 듣게 되는 것도 그렇고, 합창단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도 그렇고, 처음 가는 연주회에 정명훈 지휘자님의 공연이라 행운이라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연주 많이 듣고 싶네요. :)

하농쿠르트 내한공연 이후 오랜만에 접한,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해석과 지휘의 레퀴엠. 카라얀 카를 뵘 하농쿠르트의 레퀴엠과는 다른 느낌이었지만 원곡의 감동은 여전했습니다. 가사집 무료배포와 스크린 준비 배려 좋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