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는데....
시나리오 자체가 좀 지루한 듯한 느낌입니다.
그래도 배우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대학로 연극 <만두와 깔창> at 대학로 예술공간 혜화 Review(스압 경보)
김인경 작 / 김명곤 연출 / 유순웅, 김헌근 출연

운 좋게도 초대권이 생겨 관람하게 된 <만두와 깔창>. 사람 마음이 매우 간사해서, 공짜이거나 가격이 저렴하면 무의식적으로 그 상품의 질 역시 떨어질 것이라고 여기게 되기 쉽다. 이번에 나도 그런 마음이 아예 없었다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이번 수요일은 날도 딱 이거니와, 원래 내 전공과 관련해서 연극 한 편 봐야 할 때가 되기도 했으므로,(결단코. 절대로. 할 일이 없거나 하진 않았다) 또 그냥 게으르게 휴식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문화생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대학로로 향했다.
보통 대학로의 ‘유명한’ 공연들은 혜화역 1번 출구에서 마로니에 공원 사이의 구역에 자리 잡고 있는데, <만두와 깔창>은 그와는 살짝 거리가 있는, 혜화동 주민센터 주변에 무대를 꾸몄다. 극장 이름은 대학로 예술공간 혜화. 로터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위치다. 티켓팅을 하고도 시간이 남아 그 주변을 잠시 걸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숨어있는 소형 극장들이 많았다. 그리고 아늑하고 정감 넘쳐 보이는 까페들이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거리는 한적하고, 날씨는 선선. 각 소극장들 앞에는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두셋씩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뭐랄까 훨씬 ‘대학로다운’ 모습이 여기에 남아있구나 싶었다. 요즘 ‘유명하고’ ‘잘나가는’ 대학로 공연들, 그리고 중심 상권의 번잡함과는 다른 공기를 품고 있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다 뜻밖에 발견한 추억의 장소는 바로 극장 게릴라. 학부 1학년 때 교양으로 들었던 ‘연극과 공연예술’ 수업에서 브레히트의 작품을 직접 보기 위해 이 극장에 왔던 것이 생각났다. 그 당시에는 극장이 열악해서 관객석 의자 등받이가 떨어져서 굴러다닐 정도였는데, 지금은 사정이 좀 나아졌는지 외관이 꽤나 번듯하게 꾸며져 있었다. 기다리는 관객도 많아 보였고. 그러다가 아차!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발걸음을 재촉하여 예술공간으로 돌아왔다.
내 자리는 다 열 맨 앞자리다. 먼저 무대 구조부터 설명해야겠다. <만두와 깔창>은 일반적인 프로시니엄 무대(Procenium &#8211; 한 면만 관객과 접하는 가장 일반적인 무대)와 원형 무대(Arena Stage)의 중간 형태인 돌출 무대(Thrust Stage)를 채택했다. 돌출 무대는 보통 3면이 관객과 접하게 되나, 본 공연에선 두 면만 관객과 접했다. 이러한 ‘열린’ 배치는 이후 언급하겠지만 작품이 관객과 소통이 많은 마당극적 요소가 다분한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작품은 ‘두 평범한 두 남자의 좌충우돌 영화제작기(부제)’를 그리고 있다. 두 남자는 한 (아마도 재래)시장 만두가게와 신발가게의 주인이자 오랜 친구로, 각자의 삶의 애환을 짊어진 순박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밝게 웃고 스스럼없이 장난치지만, 각자의 아픔을 품고 있다. 이 아픔은 그들 자신의 게으름과 잘못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성실함, 즉 깊은 사랑과 동정에 기인한 것이며, 또 이를 배반하고 악용한 사회에 의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삶에 갑자기 끼어든 ‘영화 제작’은 고통스러운 삶으로부터의 ‘일탈’이자, 그 삶의 무게에 짓눌려 주저앉기 직전인 자신들에게 새로운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활력’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이들이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작품은 ‘현실’과 ‘영화’의 스토리가 얽혀 들어가며 2중주로 진입하게 된다. ‘현실’의 사건과 ‘영화’의 사건 전개는 긴밀한 연계를 유지하면서 상호적인 긴장-이완 효과를 창출한다. ‘영화’에서 비극적인 감정이 최고조에 달하고 관객들이 그 감정에 동화되어 갈 즈음에는 어김없이 “컷!” 이라는 대사와 함께 밝고 명랑한 분위기의 ‘현실’로 되돌아오며 극적 해소가 일어난다. 반대로 ‘현실’에서 두 인물이 삶의 고통으로 괴로워하다가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영화 제작에 들어설 때면 그 ‘영화’의 장면은 대개 신나는 노래와 함께 시작한다. 이처럼 반복적인 긴장-이완의 교차를 통해 관객은 감정의 낙차를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작품은 극적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현실’과 ‘영화’의 관계는 ‘극중극(Play-within-play)’이라는 전통적인 2중 구조를 무난히 소화하며 하나의 통일된 주제를 향해 나아간다.
두 남자는 ‘영화 제작’이 우승하여 1천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 하더라도 출연진이 많으면 자기 몫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들은 주인공 1명, 멀티맨 1명으로 영화를 촬영하기로 한다. 공연에 등장하는 배우가 단 둘이기 때문에, 그 수적인 열세를 메우기 위한 방법으로서 ‘멀티맨(Multiman)’의 존재는 당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멀티맨을 연출하는 방식이 주목할 만 하다. 작품이 멀티맨이 여러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들은 ‘극’형식의 총 망라를 보는 듯하다. 멀티맨 자신이 직접 분장을 전환하는 것은 물론, 탈을 이용한 가면극, 탈을 인형삼아 양손에 쥐고 펼치는 ‘인형극’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채로운 극형식이 펼쳐진다. (잠시 여담을 하자면, ‘적은 돈을 더 나눠야 하기 때문에’ 등장 배우 수를 줄인다는 그들의 대사가 오늘날 소형 연극계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부족한 배우들의 숫자를 보완할 또 다른 방법이자, 이 공연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관객의 참여’다. 대학로 연극에서 관객석을 무대로 편입시키는 경향은 이미 어느 정도 일반화된 것 같다. 그렇지만 대부분 관객의 역할은 박수 유도나 단편적인 대답 등 간접적인 참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만두와 깔창>은 관객의 참여가 전제되지 않으면 극이 진행될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특정 관객(맨 앞자리는 이런 참여를 즐거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최소한 공짜 연기는 안 시킨다.)은 직접 무대에 입장하여 상당히 역동적인 연기(?)를 펼쳐야 하기도 한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유도에 따라 장터에 나온 사람들, 장돌뱅이 의병들, 주모, 배우의 딸 등으로 분해야 한다. 이 중에 압권은 배우의 딸이 등장하는 장면과 장돌뱅이 의병들의 집회 장면이다. 특히 장돌뱅이 의병들의 집회는 백여 명의 관객들이 모두 참여하여, 단 두 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연극에 난데없는 스펙타클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처럼 열린 무대에서 관객과 두루 소통하며 이어지는 마당극적인 성격은 다양한 연령대를 관객층으로 포섭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관객의 연령분포를 살펴보았을 때 50~60대 이상 분들도 상당한 비율이었다), 더불어 작가와 연출자가 지향하는 이른바 “관객 소통형 공연”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로써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무너지고 무대 위의 두 남자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게 된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을 나서면서 3만원을 주고 봐도 아깝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나중에 리뷰를 위해 페이지에 갔더니 정말 3만원이었다...) 내게 있어 관극-행위는 공연 관람 전후의 식사와 커피, 산책 등 일련의 활동들로 이루어진 ‘코스 요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5/15일 저녁의 ‘코스’는 애피타이저에서 메인, 디저트까지 완벽했다고 하겠다.

졸렬한 리뷰와 일기는 여기서 끝.

정말이지 실로 오랫만에 너무나 좋은 공연을 봤습니다.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네요 ^^
구수한 사투리와 극에 쏙 빠져들게만든 두 배우님들의 완벽한 연기와 탄탄한 스토리에 감동했습니다. 관객과 소통이 이루어져야 가능하기에 더욱 몰입 할 수 없었고 사회 풍자하는 내용에 충분히 공감을 느낄 수 있었던 ...
최고의 공연이였습니다.
꼭 앵콜 공연으로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랜만에 보는 잔잔한 정극이라 정확히 뭐라할수는 없지만 지긋하게 밀려오는
잔잔한 감동은 입가에 흐믓한 미소를 지게 만들었습니다.
명배우들의 연기는 언제나 큰 탄성과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정말 잘보았고 마지막장면 민속춤을 추실때는 저도 모르게 어께가 으쓱거릴정도였습니다.
동선도 좋았고 공간 구성 미술소품도 참 인상적이었던것 같습니다.
김명곤 선생님 늘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연극 좋은 활동 부탁드립니다..
오랜전 찰나의 인연으로 뵈었을때,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 언제나 가슴에 깊이
명심하고 있습니다.언제나 영원한 광대로 남아주세요....
좋은 대본쓰신 작가님을 비롯한 모든 스태프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잘보았습니다.

나이가 비교적 어린 청년들의 연극만 보다가 처음으로 장년 두 분이 하시는 연극을 보았습니다. 정말 최고더군요. 사회 문제를 꼬집는다길래 자칫하면 심심한 연극이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어떤 연극 보다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두 분의 연기는 뭐 말그대로 만두와 깔창 두 인물 그 자체였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청년들의 연극 뿐만아니라 장년층 연극을 보는데, 어떤 벽 같은 것을 없애주셨습니다. 정말 재밌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