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법정''에 이은 혜화동1번지 5기동인의 2013년 봄페스티벌 ''국가보안법'' 시리즈, 두번째 작품이다.
1980년대 실제 있었던 필화 사건(무림파천황 사건)을 모티프로 하여, 창작 활동에 대한 외부의 검열과 억제가 작가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묘사하였다. 소재나 내용을 보면 무척 무거울 것 같지만, ''책''이라는 원래의 소재를 현재에 걸맞은 것(웹툰)으로 바꾸고 무협 내용을 실제 무대 위에서 묘사하면서 작가와 웹툰의 캐릭터가 직접 대화하며 극을 진행하는, 전반적으로는 코미디에 해당하는 장르다. 창작의 자유와 억압이라는 소재를 코미디라는 가벼운 장르로 접근하니,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듯 하였다.

무협이라는 장르에 대한 선호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 연극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극 內) 웹툰의 내용 묘사는 상당히 유치하다. 그도 그럴 것이 모래더미 위에서 배우들이 무공을 써대는 장면이 유치하지 않을리가 없지 않나. 연극의 주인공인 웹툰 작가가 그리는 만화적인 내용, 그것도 연극 안의 또 하나의 액자 속에 들어간 내용이라는 점은 고려하더라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유치함은 상당하다. 하지만 그렇게 전개되는 웹툰에 대하여 중간중간 목소리나 정체 모를 모습으로 나타나 압력을 가하는 ''누군가''의 존재, 그리고 그 존재의 압박에 심각한 반응을 보이는 작가의 모습은 유치한 웹툰 속 내용과 대비되어 더욱 강한 고민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문제는 저런 연극 속 (또는 30년 전 소설 속) 설정이 그냥 이 작품을 쓴 작가의 머리 속이나 과거에만 존재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 같이 블로그에나 글 써대는 하찮은 사람이야 별 일 겪은 적 없고 앞으로도 없겠지만, 웹툰이든 소설이든 불특정 다수에게 공표하는 작품을 만들고 그만한 독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현실의 ''누군가''에게 주목받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 아니던가. 미국의 정보기관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정보 탐지를 하고, 한국의 정보기관은 인터넷 세상을 헤집고 다니며 우호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누어 감시하고 비난하는 세상이다. 차라리 30년 전의 필화 사건처럼 대놓고 드러난다면 나아질만한 가능성이라고 보겠지만, 그런 일이 터져도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도 않는 요즘의 분위기는 어쩌면 몇십 년 전보다 더 암울한 전망을 가지도록 하는 것 같다. ''박정근 사건''을 보면 이런 감시가 결국 국가보안법으로 충분히 연결될 수도 있지 않던가. 소설 ''1984''에서처럼 모든 기록물을 감시하여 입맛에 맞게 고쳐버리는 ''진리국''의 존재가 멀지 않아 보이기도 하고 말이지...

30년 전에 있었던 일을 지금 시대에 가져와서 보여주어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 이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결국에는 이런 내용을 가진 연극이 공연될 필요가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니겠나. 아직 참 갈 길이 먼 나라다.

* 기록...
작가 최진호 - 이석호, 곽수영 - 이선희, 임조현/임정풍 - 조판수, 천지연 - 신용숙, 하혈랑 - 이준규, 백록담 - 김동민, 송유민 - 심우섭. 연출 - 김제민, 대본 - 홍석진, 극단 거미.

국가보안법과무림만화를어떻게엮을지,궁금했었는데,
국가보안법이라는,단어에서오는거부감보다는,
재미와의미가섞인,꽤괜찮은연극이었다,
짧은연극이끝나고,돌아오는길에,드는생각,
우린분명자유민주주의에살고있지만,우린아직남은전제주의에얽매여있는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