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주변지인이 좋은 공연이 있다고 소개 시켜줘서,
좋은 기회에 잘 보고왔습니다.
너무나도 감동적이고, 뜻깊은 시간이였습니다.
엄마, 생각만해도 너무나도 감동적이고 행복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이런 좋은 공연을 만들어주시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너무나도 뜻깊은 시간이였습니다.
연극 엄마 추천합니다.

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
몇번을 불러도 충분치 않은 그 이름..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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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정미소’… 개인적으로 소극장 무대를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화려한 조명과 음악이 화려한 무대도 물론 좋지만 연극의 진정한 묘미는 관객과 배우의 좁혀지는 간격와 비례하는 더 탄력적이고 생생한 느낌이 아닐까 싶다.

맨 앞 자리에 착석 후 조금은 어둑한 조명 위에 휩싸인 무대를 찬찬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무대 오른편에는 싱크대, 가운데는 식탁, 왼편은 현관출입구가 표현되어 있었다. 여느 집 거실의 풍경과 다를 바 없이 매우 무심하고 평범한 듯 꾸며놓았지만 씽크대에 있는 고무장갑 양념통, 가스레인지위에 올려진 냄비들… 식탁에 올려진 티슈하나 현관 신발장에 걸려진 빗자루 등등 아주 치밀하고 정교하게 소품하나하나 실제와 가장 가깝게 옮겨놓은 듯한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씽크대 오른쪽에 있는 밥솥에서는 압력추가 휙휙휙 재빠르게 돌아가고 쉭쉭쉭~김나는 소리가 숨가쁜 소리를 내며 취사종료가 임박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밥 익어가는 냄새가 맡아질 정도 였다. 이윽고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와 동시에 어설픈 좀도둑 상우가 등장했다. 상우의 모습은 첫 등장부터 꽤나 충격적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추레하고 초췌한 모습에 연신 “아무도 안계세요?”를 외치며 조심스럽게 등장하던 그가 밥솥에 밥을 보더니 이성을 잃고 갓 지어진 뜨거운 밥을 맨손으로 우걱우걱 먹는 장면에서 단순히 육체적인 굶주림 뿐 만아니라 상우의 정신적인 결핍과 굶주림 또한 고스란이 전해지고 있었다.

연극 ‘엄마’는 용산참사로 남편을 잃고, 재개발로 인해 가게까지 강제로 접어야 했던 아들까지 가출하면서 문조차 걸어 잠그지 못하고 애타게 집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엄마가 우연히 집안에 들어온 상우에게 자신의 친자식처럼 ‘저녁한끼’를 해 먹이고자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밥한끼 차려주는 그 행동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상우의 더러운 옷을 빨아주고 몸을 씻게하고, 상우가 먹고 싶다고 하는 두부와 매콤한 김치가 들어간 찌개를 정성스럽게 끓이고, 밥솥에 밥이 있음에도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밥을 지어먹이려고 뚝배기 밥을 새로하고 연신 가려고 하는 상우를 붙잡아서 어떻게라도 심신이 피로한 그를 쉬게하고 깨끗한 의복에 든든한 밥을 해 먹이려는 엄마의 모습속에서 그냥 나도 모르게 뭉클한 감정이 몰려왔다.

이웃동네 닭살 노부부까지 합세하면서 극속에 웃음과 흥겨움이 묻어나기 시작하고 세상과 단절된채 삶을 무의미 하게 느끼고 세상에 대한 독을 품고 자살까지 생각하는 상우 조차 마치 실제 가족과 같은 그 정겨움속에 빠져들면서 마치 친아들처럼 자신에게 밥을 차려주는 그 엄마에게 서로 팔짱끼며 단팥빵을 사먹으러 가자고 하기에 이른다.

상우의 치유…)
상우는 자신을 위해서 손가락이 잘려가면서까지 뒤바라지를 한 아버지..그 아버지의 아픔을 외면하면서까지 열심히 공부했지만 평범한 직장인이 되고 싶은 작은 소망마저 허락하지 않는 사회앞에 자신에게 아주 조금의 틈조차 허락하지 않는 그 세상 앞에 결국은 모든걸 다 내려 놓은채 사회에 대한 불신의 문을 만들고 그 굳게 닫혀진 문 앞에 가슴속에서 솟아난 촘촘한 가시들로 못박듯 냉소과 독소를 내 뱉는다.
그러했던 상우가 자신의 친아들처럼 대해주는 그 엄마의 모습을 보며 노부부와 함께 웃으며 밤을 까고 밤까는 걸 자랑도 하면서 서로에게 서로 ‘고마워요’라는 말을 지금이 아니고 미루면 언젠가 영원히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얘기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고맙습니다. 고마워요’라며 진심어린 감사를 느끼게 되면서 상우의 응어리는 곧 회망으로 바뀌게 된다.

엄마의 치유…)
온전한 내것이었던 ‘집’에서 넉넉하진 않았지만 남편과 아들과 함께 단란하게 살았던 해숙은 용산참사로 다정했던 남편을 잃고 재개발에 김치찌개가게까지 강제철거 당사면서 집을 나가버린 아들을 기다리며 문조차 걸어 잠그지 않고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러던 중 자신의 생일날 혹시나 아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던 해숙에게 예기치 않게 찾아온 낯선 손님 ‘상우’가 찾아오고, 집 나온 후 방황하는 그의 추레하고 누추한 모습을 보면서 혹시 내 아들도 이와 같이 어느 곳에서 따뜻한 밥한끼 못얻어먹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냄새 난다며 손가락질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약간은 집착적으로 밥한끼 해먹이려고 한다.
그것은 상우가 측은한 마음도 있었겠지만 내가 상우에게 한 것 처럼 누군가도 내 아들에게 따뜻한 밥한끼 해먹어주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조금은 위안이 됐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어 자신에게 친아들처럼 팔짱끼며 단팥빵을 사먹으러 가자는 상우의 말에 무엇보다 벅찬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극은 해숙의 소중한 이웃인 노부부와 상우와 함께 해숙의 생일파티를 하면서 막을 내린다.
예전에 ‘작은 신화’의 ‘돐날’에서도 느꼈지만 실제로 무대위에서 전을 부치고 김치찌개를 끓이고 밤을 넣은 뽀얀 쌀밥까지 실시간으로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무대안에 퍼져 가는 그 맛있는 냄새들이 엄마의 밥상을 더 생각나게 했다.

아마 은유의 상징보다는 정말로 내 삶과 같은 그 사실적인 표현속에서 더 큰 몰입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끔 하려는 연출이 아닌가 싶다. 공연을 마치고 집에 가서 먹은 엄마의 밥상은 김치찌개가 아닌 된장국이었지만 그날 따라 유난히 더 맛있고 정겨운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연극 제목과 걸맞게 친정어머니와 함께 오신 관객분들이 많아 보여서 더 감동이 컸던 것 같다. 참 좋아보이고 나도 엄마와 함께 다시 보러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운 일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고맙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하고 사랑한다고 조금 더 자주 말해드려야겠다. 언제나 미루지 말고 솔직하게 살아가기…연극은 항상 보고나면 뭔가 정신이 더 살찌워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연극에서 ‘엄마’다음으로 큰 축을 맡고있는 그 ‘집’이라는 공간은..가족끼리 모여사는 그런 집이 될 수도 있겠지만 현대사회에서 꼭 그런 집만이 아니라 피로한 마음과 정신을 쉬게 하고 정화할 수 있는 각자만의 공간과 생활이 모두 그러한 ‘집’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나에겐 무대를 본다는 건 또 하나의 ‘집’이 된다.

마지막으로 미루지 말고 칭찬릴레이에 동참하고 싶다. 좋은 연극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끝!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