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일이 아니라고 참 잘 잊어버리는거 같다.
이 작품으로 보며 그때만 분개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말았다.
잊혀져선 안되는 일들...
그리고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
이런것들은 표현해 주는 연극이 너무 좋다!

오늘13일은 7시, 내일 14일은 4시 공연이 남았다.
이미 전부매진인데, 운이좋으면 대기타다가 공연전5분정도에 취소표를 현매해서 볼수 있다.
시간이 되시면 어슬렁 거리다가 취소표현매를 노려보시길.
난 운이 좋아서 오늘 4시 공연을 3시57분정도에 현매해서 들어가서 봤다.

파업중인 노동자와,
사측에 투항한 노동자.

여기서 갈리는 인간관계 그리고 싸움.

한가지 계속든 생각은 아버지가 아들의 넥타이선물을 받았다면 그걸로 힘을 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럼 살아갈 기운을 내지 않았을까?

그리고 지금 다시 생각하니까, 그래도 역시 어쩔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일은 어차피 알수 없으니까. 그래도 노력은 계속 해야겠지만.

오늘 4시공연이 끝나고는 mbc노조위원장분이오셨고, 170일간의 파업이 실패한 이야기를 하시면서
목소리에 감정이 실려서 울음이 터질뻔한걸 꾹 참고 잠긴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연극중간에 그분의 이야기가 들어갔고, 자연스럽고 슬펐다.

내가 참가했던 데모와 경찰과 그런게 생각났다.
내가 시위장소를 떠날때 남아있던 친구들, 다른 시민들.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 잘 지내고 있기를.

연극은 상당히 재밌다.
이양구의 극작은 상당히 좋고, 전씨성을 가진 연출분도 잘뽑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복도에서의 남녀주인공이 나온듯한데, 둘다 못알아봤다.
남자는 살이 많이 빠졌고, 여자는 너무 발랄한 역할이었다.
극단 해인은 괜찮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끝나고 나오다가 인터뷰를 했다.
다음에 또 노란봉투공연이 만들어질거라고 하는데, 안 보신분들이 있다면 꼭 보시길.

노동문제를 다룬 "재밌는" 연극.

올해 늦봄부터 시작한 교사독서모임이 있습니다.
식구는 총 13명인데요, 초등 독서교육에 선구자와 같으시고 ''도서관친구들'' 자원봉사단체를 처음 만드신 여희숙 선생님이 이끌어주시는 밑줄독서모임입니다.

매주 인문교양, 역사, 교육 등에 대한 책 한 권을 정하여 밑줄을 그으며 각자 읽고,
목요일마다 모여 밑줄 부분을 낭독하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모임이 시작될 때는 여희숙선생님께서 초등학생에게 읽어주면 좋을 만한 그림책도 한 권씩 직접 읽어주시구요.

그렇게 이어오던 알찬 모임이, 지난 목요일에는 대학로 연극 관람으로 이어졌습니다.
여희숙선생님의 추천으로 믿고 보러 갔던 연극이었어요.
기대보다 더욱 좋았습니다.
진지하면서도 희망차고, 슬프면서도 위트있었습니다.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배우 한 분 한 분마다 스며있어 연기의 열기로 소극장이 좁다고 느낄 정도였구요.
실제 노동운동에 참여하셨고 책 <열세살 여공의 삶> 작가이신 신순애 선생님께서 관객이자 깜짝출연배우로 자리해주셨습니다.

인천가톨릭대학교의 연극관련 학부에서 강의의 연장으로 학부생들과 지도교수님이 관객으로 오셨고,
그 교수님께서 사전에 부탁을 드렸기에
본 극이 끝나고 바로 그 자리에서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신순애선생님, 연출가님, 공연팀 대표님, 작가님까지 모두 대화에 응해주시는
그야말로 의미가 깊고 흥분되는 자리였습니다.
학부생들 및 일반관객들의 공연에 대한 질문에,
작가님의 진솔한 답변이 있었습니다.
이 연극의 제작배경부터 스토리, 각종 극적 장치들, 캐릭터, 제작의도, 관객에게 마지막으로 던지는 메시지까지 모두 들었기에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정확한 용어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노란봉투운동'', ''손잡고 캠페인''에서 시작되어
이제 연극 <노란 봉투>의 상영까지,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은 그야말로 불모지나 다름 없는 환경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주 작은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제 눈으로 보았던 저녁시간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90%가 노동자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교사인 저 또한 넓은 의미의 노동자에 속하는데,
사회적 약자인 1차 산업, 2차 산업의 노동자들의 고통에
한결같이 무관심했던 저 자신을
이 연극 덕분에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부끄럽고, 또 창피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눈물 흘리는 저를 깨닫고
제가 양심이 조금은 남아있음에 기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