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blog.naver.com/saemso/220290921880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엘리야'''' 관람

벅찼다! 오라토리오는 처음이었다. 교회엔 다니지 않지만, 성경은 제법 꾸준하게 읽고 있는데, 책으로 보는 것과 확실히 달랐다. 가슴 아래서 뭉클대는 감동, 나도 모르게 마지막 가사를 외워서(!) 따라 했다. 아멘~

90명 가까이 됐던 합창단. 분명 내가 2층에 있고 그분들이 아래에 있었건만, 노래가 마치 하늘에서 빛이 내리듯 했다. 사람 소리가 최고의 악기라더니, 2시간이 넘었던 공연,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오케스트라까지 줄잡아 2백 명은 될 듯한 대군을 지휘한 성시연. 영상으로만 봤는데, 직접 보니... 발레리나 같았다. 박력과 절도만 있는 분인 줄 알았는데, 긴 팔과 하얀 손가락이 너무나 섬세했다. 그녀가 온몸으로 그려낸 소리, 묵직하면서도 살아 있었다. 팬이 될 것 같다.

''''카르멘''''으로 만났던 메조 소프라노 김선정, 어제는 기품 있는 천사와 표독한 악녀 역을 번갈아 표현해냈다. 그녀의 정체는 뭘까? (^^) ''''달이 물로 걸어오듯''''의 경자 역으로 만났던 소프라노 장유리, 아이를 살려달라는 어머니의 간절함, 애통함을 찌릿찌릿하게 전해줬다. 가냘픈 몸, 어디에 그 큰소리가 숨어 있었는지...

작년 4월, R.슈트라우스의 ''''위령제''''를 부르다 끝내 뒤돌아 눈물을 훔쳤던 테너 김재형. 그런 그가 난, 참 고맙다. 어제 ''''참 마음으로 나를 찾을 때에''''에서도 맑고 깨끗한 그의 소리에 내 맘도 한없이 정화되는 것 같았다.

나를 오라토리오까지 보게 만든 장본인,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 사실, 헨델의 ''''메시아'''', 하이든의 ''''천지창조''''는 멜론에서라도 슬쩍 들어본 적이 있지만, ''''엘리야''''라는 작품은 있는지도 몰랐건만(하긴, 모든 게 새롭기만 하지만...) 윤태현, 그가 온다니 나도 갔다.

외모부터 똑 됐다. 구약 열왕기에 엘리야는 ''''털이 많은 사람''''으로 나오니 말이다.(^^) 그가 노래를 부르자 콘서트홀이 꽉 찼다. 그는 단신으로 90명의 합창단과 맞섰다. 450명의 바알 무리들과 대결해서 승리한 엘리야가 바로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 묵직하면서도 명쾌하고 폭발적인 그의 목소리가 단숨에 적들을 제압했다.

특히, 26번 ''''만족합니다. 내 생명 거두어주옵소서''''는 참으로 뭉클했다, 벅찼다. 자신을 죽이려는 왕비 이세벨에게 쫓겨 광야를 배회하며 굶주림과 공포의 나날을 보내는 엘리야. 이런 상황에서도 믿음을 지킬 수 있을까? 사무엘은 참으로 부드럽고 차분한 소리로 엘리야의 고뇌를 전해줬다. 그 소리에 나 또한 엘리야가 된 듯, 가슴이 아파왔다...

오라토리오. 그저 선교의 수단쯤으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흥미진진한 줄 몰랐다.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웅장한 음악이 전해주는 감동은 꼭 신자들만 누릴 수 있는 특혜가 아니었다. 덕분에 ''''메시아''''와 ''''천지창조''''도 흔쾌히 관람 예정 목록에 올리게 됐다. 보름이라 휘영청 뜬 달과 함께 맘도 가뿐했다.

* 사무엘 윤, 그는 3월 16일(월)에 분위기를 확 바꿔 ''''피가로''''가 되어서, 그것도 임선혜와 함께 온다. 그런데 나는 일을 해야 해서 못 간다. 그래서... 또 가슴이 아푸다. 힝. 나를 대신해서 여러분들이 꼭 가보시라. Samuel Youn 님, 멀리서라도 응원할게요~!

3월 16일(월), 예술의전당
3월 17일(화), 세종문화회관

* 어제의 감동곡
: 엘리야 - 만족합니다. 내 생명 거두어주옵소서(Es ist geung!)
http://youtu.be/bNz-ACi0FlQ

가장 좋아하는 성시연이 일냈네요. 흔하지않은 레파토리로 던진 승부수. 기막힌 성공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성시연이 일냈네요. 흔하지않은 레파토리로 던진 승부수. 기막힌 성공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