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석 작, 오태석 연출 이라는 특징이 아주 잘 돋보이는 작품. 연극적으로 재미 있다.

흥미로운 연극적 실험들의 잔치판.

정신적 깊이와 유기성은 다소 미약함.

목화 짱 오태석 짱!
90년도에 쓰여져 91년도에 초연 된 작품인데도 현대극에 잘 맞게 각색된^^
참 재미있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당

오태석 작·연출의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는 폭력, 살인, 방화, 사기 등 무뎌진 도덕성을 해학적인 어법으로 풀어내는 오태석 특유의 연출작인 것 같다. 1990년 초연 이후 평단의 주목을 한몸에 받아온 화제작이라고 얘기를 들었는데 덕분에 관객들은 이번 공연을 통해 어두운 현실을 반추하며 풍자하는 연극 본연의 즐거움에 동참할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동아연극상에서 대상을 거머쥔 작품이라고 하는데 인간미를 지닌 청년 정세명을 통해 폭력, 살인, 방화, 인신매매 등 비인간적인 현실을 조명하는데 특유의 해학적인 어법 덕에 어두운 내용을 접하는 관객들의 부담이 덜 한 것 같다. 오태석씨는 '태'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춘풍의 처' `백마강 달밤에' `부자유친' 등 많은 작품들을 통해 `우리 식의 연극만들기'에 몰두해 왔는데 전반적으로 무게감도 있고 괜찮았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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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의 손에 이끌려 오게 된 서울은 '화려했'다.
심청이의 하얗고 파란, 단조로운 차림에 비해
서울은 발을 디딜 수조차 없을 만큼 빨갛고, 노랗고, 화려했으며 그만큼 강렬했다.
또 한 명의 단조로운 인물 '정세명'.
그는 물에 자신의 재산을 잃었고, 불에 자신의 얼굴을 잃었다.

불의 서울에서 그는 백가면을 쓰고 물을 뿜으며 서울 사람들의 공을 맞아 준다.
그러나 사람들은 웃는 얼굴이 그려진 공들을 더 과격하게 던질 뿐이었고,
물은 신나가 되어 화를 억누르기보다는 더 키우는 꼴이 되었다.
결국 그는 도망간다. 불이 없는 물로, 새우잡이 배로.
왜냐면, 용왕을 믿었으니까. 결국 자신을 구원할 것은 용왕이라 믿었으니까.

물은 차가웠다.
용왕은 그에게 몸 파는 여자들과 심청이를 납치하고 자신을 죽였다는 혐의를 씌웠다.
용왕은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심청이가 차가운 밤바다로 뛰어들었으나, 그는 그녀에게도 고개를 돌렸다.
몸 파는 마흔 명이 넘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운다.
그는 그녀들에게도 고개를 돌렸다.
용왕은 사라졌다. 남은 것은 시청자뿐이었다.
그러나, 76%의 시청률을 보이는 TV에선, 그들을 보며 웃는다,
그들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저 재미의 대상이었다.
우는 그녀들을 위해 전화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도 그들을 구하지 않았다.

아무도 그들을 구하지 않았다.
물의 용왕도 불의 서울도 그들을 외면했다.
구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하지 않은 것이다.
왜 하지 않는가? 피눈물을 흘리며 얼굴에 피칠을 하며 그네들은 내게 물었다.
왜 함께 살아가자고 손 내밀지 못하는가. 그게 그토록 어려웠을까.

웃지만, 사실은 울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니, 웃고 울고를 떠나...우리 자신에게 화내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나도 76%의 시청자일 테지. 나도 전화를 하지 않았을 테지.
나는 살아 있으나, 내 영혼도 아무도 구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의 따뜻한 영혼은 결국 차가운 물 속으로 가라앉아 체온을 뺏겨 버린 걸까.

비정하다. 우리는.
우리는 사람인데,
이런 우리를 구경하는 당신들은 뭐냐던 그 여자들 중 한 명의 목소리가 자꾸 나를 찔러 온다.

우리는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