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전에 SPAF(Seoul Perfoming Arts Festival)에서 현대무용 공연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느낀 신선함과 재미, 무용가에 대한 존경심(?) 등으로 현대무용에 한마디로 반해 버렸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대학로에서 열리는 SPAF에서 현대무용을 보기로 결정!

해외초정작들은 많이 매진되었고ㅠㅠ 그나마 시간이 맞았던 김용걸댄스씨어터의 ''수치심에 대한 기억들''을 보았다.

대주제는 인간의 잘못에 대한 수치심이고 소주제가 여러개 있어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에 소주제와 관련된 영상 및 음악도 같이 나온다.

처음 소주제는 Reflection이었는데 처음부터 관객들을 멍때리도록 만든다.

검은 정장과 검은 치마, 선글라스를 낀 여성 한명이 나와 절규하는 표정을 짓기도 하고 어찌보면 기괴하며(?) 싸이코틱한 안무를 춘다. (무용및 예술알못이라 설명하기가 너무 힘들어 ㅠㅠ) 같이 간 엄마도 이 여성분 나올 때가 가장 임팩트 있다고 하셨다.

중간에 영상 및 소리로 왕따문제, 예전 이랜드 화재 사건, 대구 지하철 참사 등 비극적인 사회문제들이 제시되었고 이에 알맞는 춤들이 전개되었다.

정말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고 안일할 수 있는가...

무대 중앙에 돌아가는 판이 있고 여기에 카운터테너분이 서 계시며 노래를 하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가사 하나 없이 아~라고만 하는데 성악가여서 성량도 크고 엄청 울리는데, 그 목소리도 너무 구슬프고... 어쨌든 슬프지만 아름다웠다.

공연은 끝으로 가며 고조가 더해진다. 총 10명 정도의 무용수가 계속 바뀌어 가며 나오면서 단체로 안무를 하기도 하고 남녀 같이 하는 안무도 나온다. 음악도 점점 고조되어가는데 안무와도 너무 찰떡같이 어울렸고 인간이 가진 수치심을 승화시키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길쭉길쭉 뻗는 무용수(대다수가 여자 무용수였다)의 팔다리, 그리고... 표정이 정말 소름돋는다. 뭉크의 절규 같은 표정이 몇번 나오는데 그럴때마다 소름이 쫙 돋았다.

공연을 다 보고나니 마음 한 편이 불편해졌다. 인간의 비극성, 부끄러움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그러나 점점 고조되어 가는 무대는 한편으로 그래도 인간은 살아간다는, 이를 극복해야 하지 않겠냐는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 같았다.

언어가 아닌 몸짓이라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이번에도 예술인들의 감각적이고 뛰어난 표현력과 수준있는 공연에 감탄하며... 앞으로도 현대무용을 꾸준히 보고, 느끼고 싶다.


p.s 그런데 그 수많은 동작 및 배치들은 어떻게 외우는거냐... 정말 무용수들 대단한듯ㄷㄷㄷ

너무 무거운 주제를 담아서인지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진 공연이었습니다. 안무자가 전달하려는 메세지는 무용을 통해서는 잘 못느꼈고, 화면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