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생각하지도 못하게 감동적인 공연 보고 왔습니다! 2인극인데 몰입감이 대단했어요!!

결혼한 사람은 자신이 이입되고 안한사람은 엄마가 이입되는 듯. 반전에 폭풍 울다 왔어요. 꼭 보시길~

고부간의 갈등...
비단 우리나라만 있는것은 아니리라...
제사상을 주제로한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세월의 흔적과 아쉬움, 고마움, 사랑등이
녹아있다. 제사상의 제기들의 음식을 하나씩 채워나가듯이 공연도 제기의 음식이 채워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반전도 있는 ''살고 지고''는 헤화동의 가슴에 여운이 남는 공연중에
하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못보신분 보신다면 후회하지 않으실듯...
특히나 고부간에 함께 공연을 본다면 뒷풀이가 진해질듯 합니다~^^

천둥이치는 날씨에도 관람을하겠다고 부랴부랴 찾아가보았던 연극! 고부간의갈등이라기보다는 시어머니이기에 며느리이기에 어쩔수없는 자기역할에대한 고충은 있지만 그안에서 가족애와 사랑을 더보여주고자하는 연극이었다고 생각이든다. 두배우님들의 천연덕스런 연기에 웃고울고 감동적이었습니다~며느님의 눈이 공연보는내내 반짝거려서 어떻게 저렇게 눈빛이 맑을수있지? 하면서 보게되었던 연극이었습니다~가족끼리가서 보면 넘나좋을것같아요~~감동적이었습니다~~좋은연극잘보았습니다^^

어느 집엔가 제사가 있나 봅니다. 제사를 준비하는 며느리와 그걸 바라보는 시어머니의 모습이 한창입니다. 제사는 분명히 남자쪽 집안의 조상들을 모시는 건데 그걸 준비하는 건 왜 시어머니와 며느리인지, 남정네들은 어디 가서 무얼하는지.. 흔한 말로 돈 벌어다 준다고 하는데, 누구를 위한 제사에 누구의 정성이 들어가는지를 생각하면 한국의 제사풍습은 좀 미묘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이 미묘한 상황에서 다시 알 수 없는 불가해한 일이 일어나는데 같이 지내면서, 그리고 이미 그 어려움을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은 시어머니인데 왜 그렇게 며느리만 혼자 준비하는 건지, 그리고 며느리가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어머니는 왜 사사건건 마음에 들지 않아 하고 트집을 잡으시는지, 제사라는 건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사실 제사는 남자가 자기네 조상님들에게 정성을 들여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라는 말이 절로 납니다. 우리네 평범한 제사의 풍경이 무대 위에 갖추어진 집 안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그런데 공연을 보다보면 좀 다른게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시어머니 노릇하고 며느리가 시집살이 하는 건 똑같은데 며느리가 아뭇소리 하지 못하고 분통 터져하고 이를 박박 갈면서 뒷담화만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머니에게 서운하다고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살갑게 웃으면서 제마음 다 아시쟈나요 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제 덕분에 이름도 고치셨으니 고맙잖아요 라고 말하기도 하고 우리도 5년만 분가해서 살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떤 건 사소하고 어떤 건 솔직하게 정곡을 파고 든 이야기라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마음이 켕기고 말이 없어지고 삐치기도 하지만 어느새 며느리의 애틋하고 살가운 목소리에 마음이 풀어지고 다시 타박을 시작합니다. 며느리가 정성스레 닦아놓은 제기를 타박하고, 실수하는 모습에 타박하고, 너는 정말 세상에서 제일 좋은 남편 만나서 호강하는 줄 알라고 말하면서 타박합니다. 그 타박이 속상해서 다시 며느리가 바른 말을 할라치면 섭섭하고 분한지 눈을 흘기기도 하지만 그래도 며느리가 딸 같고 친구 같고 언니 같은지 이야기 꽃이 마를 새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제사 음식들이 하나하나 준비되어 갑니다. 그게 마치 살아가는 것 같은 모습이라, 그게 마치 그렇게 죽어가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준비되는 것 같은 모습이라 무언가 마음이 정연해지고 정갈해집니다.

사이사이마다 몇 개의 에피소드가 있어요. 그 유명한 에버랜드에 가서 헤맨일, 손녀가 자고 있는데 고등어가 먹고 싶어서 그릴에 고등어를 굽다가 손녀가 깨서 화상을 입은 일이 나오고, 시어머니와의 말다툼에서는 시누이 집에 가서 몇일 있지도 못하고 티비 화면만 쳐다보다가 얼른 돌아와버린 일, 시어머니가 시집살이 하는 손위 큰 형님에게 면박을 당해서 서운했던 일, 곰 같은 며느리가 들어와서 손녀를 낳고 아등바등 돈 모아 집사는 동안 시어머니가 집안 살림이며 손녀를 거두워 키웠던 일까지..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서로의 입장이 이해가 가고, 그럴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들어 가는 공연. 그래서 아무도 미워할 수 없게 되고, 그렇게 딸 같은 며느리가 딸 보다 더 친근하고 마음에 박여버린 며느리가 되는 이야기. 시어머니가 싫은 어머니가 아니라 시집 와서 만난 또다른 어머니가 되는 이야기. 반전 있는 이야기. 공연을 보다보면 사는 게 이런 거지, 이런게 진짜 관계를 맺는 거지, 제사를 준비하는 마음이 이런거지 라고 느껴져 버려서 행복했던 이야기. 70분이라는 공연 시간이 믿기지 않게도 공연 전체를 하나의 아련함과 그 이유로 채워버린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이야기였습니다. 어머니랑 다시 보고 싶은 공연이었고 관계에 대해 쉽게 풀어놓은 공연이라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공연이었어요. 살고지고는 저에게 그런 따뜻한 공연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