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41)와 나찰(35)로 구성된 2인조 힙합 듀오 가리온은 신중하고 진중하다. 어떤 말을 내뱉더라도 확실하지 않으면 억지나 과장을 섞어 합리화하는 법이 없다. 아는 것만 답하고, 보이는 것만 믿는 뮤지션이 그들이다. 그런 그의 음악적 태도는 결과물에서 오롯이 증명된다. 음악 활동이 올해로 14년째. 그들은 그러나 단 두 장의 음반만 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두 장이 모두 홈런을 날리며 국내 힙합신의 전설로 회자되고 있다. 6년마다 앨범 1장씩 내놓은 그들은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각오하고서라도, 조바심내지 않고 차별화된 작품을 만드는데 공을 들였다.
그렇게 탄생한 음반들은 힙합이 미국에서 흘러들어온 것이 아닌, 한국에서 태어난 것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할 만큼 토속적이고 정감 있고 따뜻한 느낌을 속속 배어 물었다. 2004년 내놓은 1집이 다소 어려운 문법으로 도배된 문학적인 상상력을 자극했다면, 2010년 내놓은 2집은 실체적이고 현실적인 우리네 인생을 노래했다. 특히 2집은 선율에서도 누구나 따라하기 쉽고, 청취하기 쉬운 멜로디를 듬뿍 담아 대중성을 강화했다. 가리온은 2집으로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대상격인 `올해의 음반'을 수상, 평단으로부터 큰 지지를 얻기도 했다.
공연에서도 멋드러진 래핑과 흡인력 넘치는 퍼포먼스로 객석을 달구는 그들이 올해 처음 중극장 무대에 나선다. 오는 2월12일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 `투데이 익스프레스'(Today Express)를 통해서다. 공연에 앞서 최근 서울 홍대앞 한 카페에서 이들을 만났다.

음반에선 예술적인 색채가 강하게 묻어있다.
"1990년대 후반 당시 힙합이라는게 마치 10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고 예술성을 배제한 장르로 취급받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랩을 차력처럼 인식하는 태도가 싫었다. 그래서 소위 1세대 힙하퍼로서 어떤 음악적 태도를 분명히 견지할 필요가 있었다. 당시 대중 가수의 랩들이 대개 예술이 아닌 양념의 구실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띠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낸 두 앨범 모두 장난스럽지 않고 예술적 측면을 강조하려고 노력했다."(메타)

그렇다면 요즘 힙합신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사실 많이 물갈이 된 측면도 있고, 힙합의 연령이 더 어려진 점도 있다. 팬들 역시 힙합을 마니아적 성향으로 보지 않고 언더그라운드 힙하퍼에게 눈길을 줄 만큼 많이 대중화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활동할 때의 색깔이 많이 사라진 것은 아쉽다. 당시에는 힙합만의 음악적 색깔이나 모습이 존재했는데, 지금은 가요 시스템이 요구 하는대로 움직이는 식이어서 음악적 경쟁력이 약화된 듯한 느낌이다."(메타)

* MC META와 나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