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 발행지 SPO 3월호 'CEO메시지' 실려
경찰수사 결과 발표 후 심정 처음 밝힌 셈
"엄정하게 10년 반성, 개선점 고쳐나갈 것"
윤동주의 詩 '봄' 인용, 튼튼한 시향 약속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사진=서울시향).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공정한 질타와 조언을 겸허하게 발전적으로 받아들여 서울시민과 음악애호가로부터 서울시향의 신뢰를 회복하겠다.”

최흥식(64)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서울시향에서 발행하는 공연음악 월간지 ‘SPO 3월호’ 두 개의 지면을 할애해 이 같이 밝혔다. 최 대표는 ‘CEO메시지’를 통해 최근 서울시향의 당면 과제와 경영진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담담하게 전했다.

2014년 12월 29일 박현정 전 대표 사임 이후 6개월간의 공백 끝에 지난해 7월 1일 대표직을 맡게 된 최 대표의 이번 글은 지난 3일 경찰 수사 결과 발표 직후 독자들에게 전달되면서 그의 심정을 처음 밝힌 셈이 됐다. 경찰은 박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박 전 대표가 직원들에게 폭언과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허위사실 유포에 가담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곽모(40)씨 등 서울시향 직원 10명을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래픽=이데일리DB).

경찰조사가 2월 말, 3월 초 마무리될 것이라고 이미 지난달 초 알려진 만큼 최흥식 대표는 에둘러 심정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며 “서울시향을 이끌게 된다는 것은 새롭고 즐거운 도전의 시작”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세계정상의 지휘자가 이끄는 서울시향의 공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어렵지 않게 관객 동원 및 기업 후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으나 지금처럼 시급하게 새 예술감독을 물색하게 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서울시향이 오케스트라 단원과 경영본부 직원 등 130여명으로 구성한 크지 않은 조직이지만 비영리 예술단체의 사명과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끌 경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감성적인 예술과 이성적인 경영이 맞부딪친 결과 나타난 리더십의 갈등은 치명적이었던 것 같다”며 “교향악단은 음악으로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재단법인 전환 후 10년간 쌓아올린 업적을 초석으로 세계 음악계에서 높이 평가받을 수 있는 교향악단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며 그러려면 “엄정하게 지난 10년을 반성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찾아 고쳐 나가야 한다. 개선방향을 찾는 출발점은 서울시향이 무엇을 위해 일해야하는가란 고민에서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정명훈 지휘자 사퇴 후 예술감독직이 공석 중인 상황에서 1, 2월 정기연주회를 무사히 마친 사례를 들어 “서울시향이 지난 10년간 쌓아온 음악적 역량이 헛되지 않았음을 지속적으로 증명해 낼 것”이라며 “음악이 갖는 힘을 관객에 전달하는 것이 과업이라고 생각한다. 오케스트라의 지휘 및 예술지배구조를 조속히 안정화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최 대표는 좋은 연주로 말하겠다고도 했다. 최 대표는 ‘삼동(三冬)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는 윤동주의 시 ‘봄’을 인용하면서 “좋은 연주로 시민과 음악애호가들에게 더욱 가까이 간다면 재정적으로나 경영관리상 더 튼튼한 시향이 될 것으로 믿는다”면서 “이를 위해 서울시향 전 구성원은 한 마음으로 서울시향의 사명과 본분을 지키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향 사태’와 관련해 경찰 수사가 마무리됐지만 진실공방은 여전히 어어지고 있다. 서울시향과 해당 직원들도 변호인을 통해 경찰의 수사결과를 반박하고 나서면서 진실 공방은 검찰수사와 법정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시향 측은 “앞서 현직·퇴직 단원을 모두 전수조사하고 22명에게 피해 사실을 확인, 박 전 대표의 인권침해를 인정한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 조사결과를 신뢰·지지한다”며 경찰수사결과에 유감을 표명, 수사진행을 지켜보며 사실관계가 규명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최흥식 대표 CEO메시지 말미에 소개된 윤동주의 시 ‘봄’ 전문이다.>

‘봄’(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어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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