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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뮤지컬 평정한 한국 배우들, 누가 있나

작성일2013.06.05 조회수12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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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뮤지컬 무대에서 한국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지난 1~2년간 일본에서 여러 차례 공연된 한국 뮤지컬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아니라 일본의 주요 뮤지컬 극단과 제작사의 공연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늘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올봄 일본 뮤지컬계의 주요 뉴스 가운데 하나는 한국 배우 김준현이 토호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 역으로 출연한 것이었다. 극단 시키(四季)와 함께 일본 뮤지컬의 쌍벽을 이루는 토호에서 주역을 맡은 한국 배우는 김준현이 처음이다. 특히 <레미제라블>은 토호를 대표하는 레퍼토리여서 김준현의 캐스팅은 일본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김준현이 토호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넓은 음역대를 소화할 수 있는 가창력과 함께 일본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김준현은 2005년부터 시키에 입단해 이듬해부터 2010년 퇴단할 때까지 <라이온킹> <아이다> <에비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에서 주역으로 활약했었다.
토호는 올해 새로운 버전의 <레미제라블>을 공연하면서 김준현과 함께 후쿠이 쇼이치, 요시하라 미츠오 등 30대 배우들로 트리플 캐스팅했다. 후쿠이와 요시하라는 이번 공연에서 장발장과 함께 자베르 역으로도 캐스팅 돼 두 역할을 번갈아가며 연기하게 됐다. 그런데, 후쿠이가 연습 도중 발목 부상을 입어 6월 말 무대로 돌아올 예정이라 김준현과 요시하라의 더블캐스팅으로 5월 3일부터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김준현에 대해 일본 뮤지컬 팬들은 “역대 최고의 섹시한 장발장”이라며 호평을 보내고 있다.

사실 일본 뮤지컬계에서 한국 배우들의 활약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동안 극단 시키를 통해 수많은 한국 배우들이 일본 뮤지컬 무대에 섰고,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시키에는 약 30여명의 한국 배우들이 주조연급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


그 시발점이 된 것은 1997년 한국 출신으로는 처음 시키에 입단한 배우 김지현이다. 김지현은 10년간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라이온킹> 등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다. 2006년 시키 퇴단 이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는 김지현은 2010년 우메다예술극장이 제작한 뮤지컬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거미여인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김지현에 이어 2001년 시키에 입단한 박동하는 2년간 조연으로 활동하다 2003년 토호로 옮겼다. 2003년 NHK의 ‘안녕하십니까, 한글 강좌’의 진행을 맡아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박동하는 2004년 토호 뮤지컬 <엘리자벳>의 루돌프 역으로 큰 주목을 모았다. 박동하는 2010년 한국에 완전히 돌아오기 전까지 일본에서 방송 활동을 꾸준히 하는 한편 와라비좌의 뮤지컬 <불새-봉황편>을 비롯해 우메다 예술극장의 <팬텀>(2008년), 호리프로의 <우먼 인 화이트>(2010년) 등 여러 작품에 주연급으로 출연했다.

김지현과 박동하가 물꼬를 텄으나 한국 배우들의 시키 입단이 본격화된 것은 2001년 시키가 한국에서 <컨택트> 오디션을 치르면서부터다. 당시 김지현과 박동하의 활약에 고무된 시키는 가창력이 좋고 일본어 습득이 빠른 한국 배우들을 뽑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1년 이후 시키는 거의 매년 오디션을 실시하고 있는데, 뮤지컬에 필요한 각종 트레이닝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는데다 무대에 설 기회가 한국보다 많다는 이점 때문에 적지 않은 배우 지망생들이 시키 오디션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런 오디션을 거쳐 시키에서 활동하다 한국 뮤지컬계로 돌아온 배우들이 적지 않은데, 오나라 고영빈 김준현 차지연 강태을 최현주 이경수 조상웅 등이 대표적이다.
시키의 한국 배우들은 1년간의 공연 끝에 2007년 10월 서울에서 막을 내린 <라이온킹> 직후엔 70여명이나 됐으나 점점 수가 줄어 지금은 30여명 정도다. 시키 전체 단원(700여명)의 5%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일본에서도 인정받는 가창력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활동하는 시키의 한국 배우들 가운데 이정혜 최은실 강미주 김정미 최지은(이상 여배우), 유창민 김구열 최성재 정동용 신훈승 설동규 변호길(이상 남배우) 등 10여명은 주역급으로 맹활약중이다. 특히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 역 단골인 최은실, <위키드>의 엘파바로 주목받은 이정혜, 올해 개막한 <리틀 머메이드>의 에이리얼 역을 꿰찬 최지은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시키의 공연 프로그램을 봤을 때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리기 힘들다. 최근 한국 배우들이 자주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자 일부 우익 성향의 관객들이 항의하는 통에 극단 측이 일본식 예명을 쓰도록 권유했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 뮤지컬계에서 활약하는 재일교포 배우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한국 국적을 유지하면서도 일본 내 차별 때문에 일본식 이름인 ‘통명(通名)’을 쓰는 경우가 많아서 잘 알아차리기 힘들다. 예를 들어 뮤지컬 <라이온킹> 한국 공연 당시 재일교포 배우로 주목받은 김승락을 비롯해 정아미, 박경미 등 시키 소속 재일교포 배우들은 모두 이런 통명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뮤지컬계에서 활약하는 재일교포 배우 가운데 최고의 스타는 단연 다카라즈카 톱스타 출신의 아랑 케이. 재일교포 3세인 그는 발군의 가창력과 연기를 앞세워 한국 국적으로는 처음 다카라즈카의 핵심인 남자역 톱에 올랐다. 그의 예명인 아랑 케이(安蘭 けい) 가운데 ‘아랑’은 밀양 아리랑의 여주인공인 아랑을 음차한 것으로 자신의 한국 성인 안(安)씨를 넣었다. 그리고 ‘케이’는 그의 선조들이 살았던 경상도의 경(慶)을 일본식으로 읽은 것이다.
2009년 4월 퇴단한 그는 호리프로 소속으로 현재 뮤지컬계 최고 블루칩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그동안 뮤지컬 <원더풀 타운> <미츠코> <선셋대로> 등에 주역으로 출연했으며 오는 9월엔 <넥스트 투 노멀>에 캐스팅 된 상태다. 워낙 가창력이 뛰어나 각종 뮤지컬 콘서트의 단골손님인 그는 니나가와 유키오의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에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연극 무대에서도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다.

아랑 케이 외에 자신이 재일교포 3세라는 것을 당당히 알린 뮤지컬계 유망주 소닌도 주목하지 않으면 안된다. 소닌이란 이름은 한국 이름 성선임의 ‘선임’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으로 재일교포 출신 연예인 가운데 본명을 내건 것은 그가 처음이다.
소닌은 원래 2000년 혼성 듀오 EE JUMP로 데뷔해 인기를 모았지만 남성 멤버 고토 유키가 미성년자 신분으로 술을 마시는 등 물의를 일으킨 탓에 2002년 그룹이 해체되는 불운을 겪었다. 이후 솔로 가수로 활동하면서 TV 드라마 등에 가끔씩 얼굴을 내비쳤으나 재일교포에 대한 일본인들의 편견 때문인지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2006년 한국으로 건너온 그는 SBS 드라마 <천국의 나무>에 출연하고 싱글앨범 <후애>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어색한 한국어 발음 등으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외부의 시련에도 불구하고 오뚝이처럼 일어서온 그는 마침내 무대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틈틈이 연극 무대에 출연해 왔던 그는 2007년 <스위니 토드>를 시작으로 <미스 사이공> <샤라쿠> <렌트> 등의 주역으로 뮤지컬에 캐스팅됐다. 가수 출신답게 가창력과 춤 실력이 뛰어난 그에게 뮤지컬은 자신의 끼와 재능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무대였던 셈이다.
그는 지난해 12월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일본 문화청 신진예술가 해외연수에 뽑혀 1년간 뉴욕으로 뮤지컬 연수를 떠났다. 앞으로 그가 일본에 돌아와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글: 장지영(국민일보 기자)
사진제공: 토호, 시키, 우메다극장, 와라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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