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엔드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누구누구일까? 그들은 과연 현재의 웨스트엔드를 어떻게 인식하고, 미래의 웨스트엔드를 어떻게 예견하며 공연시장을 이끌어 나가고 있을까?

지난해 12월 말 영국의 공연 전문 잡지 더 스테이지(The Stage)는 영국 공연계의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100명을 뽑아 ‘Stage 100’ 리스트를 발표하였다. 일년에 한번씩 연말에 발표되는 이 리스트를 통해 우리는 간접적으로 한 해 동안 웨스트엔드를 중심으로 영국 공연계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어떤 공연들이 두각을 나타냈으며, 올 해에는 어떠한 일들이 연관되어 일어날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영국 공연계의 중심인물 - 프로듀서 & 극장주

우선 10위권 안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공연 프로듀서와 극장들을 소유하고 있는 극장주들이 포진하고 있다. 1위를 차지한 카메론 매킨토시는 우리에게는 <캣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등의 대형 뮤지컬 제작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가 이렇게 웨스트엔드의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여겨지는 또 다른 이유는 회사인 델폰트 매킨토시 시어터스(Delfont Mackintosh Theatres)를 통해 웨스트엔드의 알토란 같은 7개의 대형 극장들을 소유, 경영하고 있는 극장주로서도 영향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작년의 공동 1위였던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와 데이비드 이안(David Ian)를 제치고 이번에 최고의 인물로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우선 로이드 웨버와는 다르게 매킨토시는 그가 운영하는 극장들에 대한 보수 및 시설 투자에 인색하지 않고, 조금 더 안락한 극장 분위기를 만들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점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작년 그의 리바이벌 뮤지컬 <올리버!>의 주인공을 찾는 TV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초에 시작된 공연의 커다란 흥행을 성공시킨 부분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올리버!>는 스테이지 버전의 <더티 댄싱>이 가지고 있던 사전 티켓 판매 기록을 경신하면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또 그의 중국 뮤지컬 시장의 잠재성에 대한 투자와 아시아 뮤지컬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모습도 그가 세계 공연 산업에서 영향력을 더욱 크게 가지게 될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10위권 안에는 대부분의 영국 주요 극장 소유주와 프로듀서들이 자리매김하였는데 2위를 차지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도 그의 리얼리 유즈풀 시어터 컴퍼니(The Really Useful Theatre Company)를 통해 7개의 주요 웨스트엔드 극장을 소유하고 있고, 5위를 차지한 하워드 팬터 & 로즈마리 스쿼이어(Howard Panter & Rosemary Squire)는 앰버서더 시어터 그룹(Ambassador Theatre Group)을 통해 런던 및 영국의 지역 극장 24개를 소유해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 여성 프로듀서로서 명성있는 니카 번스(Nica Burns) 또한 그녀의 나이맥스 시어터스(Nimax Theatres)가 운영하는 5개의 웨스트엔드 극장들을 통해 영향력 있는 인물 7위에 오를 수 있었다.


프로듀서 중에서 특이할 만한 점은 이번에 처음으로 리스트에 진입한 주디 크레이머(Judy Craymer)와 알렉스 푸츠(Alex Poots)의 등장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뮤지컬 <맘마미아!>의 제작자 주디 크레이머는 작년 영화버전의 <맘마미아!>의 또 다른 성공으로 이번 리스트에 10위로 진입할 수 있었는데, 영화버전의 뮤지컬 <맘마미아!>는 영국 영화사상 최고 박스 오피스 기록을 세우며 전의 기록을 가지고 있던 <타이타닉>을 제치고 영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필름 뮤지컬이 되기도 하였다.

또, 맨체스터 인터네셔널 페스티벌(Manchester International Festival) 을 기획하는 알렉스 푸츠도 주목할만 하다. 19위로 이름을 올린 그는 세계적인 공연 페스티벌인 에딘버러 페스티벌의 강력한 라이벌 페스티벌을 맨체스터에 기획하며 주목받고 있다.

작지만 커다란 영향력 - 예술 감독 및 연출가


이번 리스트 20위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상승은 돈마 웨어하우스의 예술감독인 마이클 그랑디지(Michael Grandage)의 모습이었다. 국립극장의 예술감독인 니콜라스 하이트너(Nicholas Hytner)와 함께 이번에 공동 3위를 차지한 그랑디지는 그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돈마 웨어하우스가 웨스트엔드의 작은 소극장임에도 불구하고 연속되는 공연의 성공과 함께, 공연들이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웨스트엔드 대극장으로의 연장 이전하는 모습으로 그의 영향력을 설명할 수 있다. 특히 웨스트엔드의 소극장인 돈마의 예술감독과 웨스트엔드를 대표하는 시어터 콤플렉스 국립극장의 예술감독이 나란히 공동 3위에 위치한 모습은 재미있다. 니콜라스 하이트너도 2003년 국립극장의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이래, 신선하고 다양한 공연 기획과 관객들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양질의 서비스로, 한때 젊은 관객들로부터 외면받았던 국립극장을 다시 부흥기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11위를 기록한 올드 빅 극장의 예술감독 케빈 스페이시(Kevin Spacey)는 때로는 연출가로서, 때로는 무대 위에 직접 서는 배우로서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공연장 중 하나인 올드 빅의 영향력을 꾸준히 키워나가는 모습이고, 젊은 연출가 루퍼트 굴드의 끊임없는 도전도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아 14위에 위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배우들


배우 중에서는 패트릭 스튜어트(Patrick Stewart), 랄프 파인즈(Ralph Fiennes), 마이클 볼(Michael Ball), 더글라스 호지(Douglas Hodge), 엘레나 로저(Elena Roger), 케네스 브래너(Kenneth Branagh) 등이 눈에 띄는데, 이번에 특히 프로듀서와 연출가들이 주를 이루는 상위20위권 중 배우인 데이빗 테넌트(David Tennant)의 신규 진입이 가장 눈길을 끈다.

테넌트는 BBC 인기 공상과학 드라마 <닥터 ,후Doctor Who>의 주인공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배우인데 최근 끝난 로열 세익스피어 컴퍼니(RSC)의 <햄릿> 런던 공연에서 햄릿역으로 출연하며 평론가들의 찬사와 함께 티켓세일에서도 흥행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공연 중간에 등 부상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이 불투명했던 그였지만 수술 후 마지막 주 공연 무대에 다시 서는 투혼을 발휘하여 관객들의 걱정과 사랑을 동시에 받았던 이슈 메이커이기도 하다.

부족한 다양성을 반영하는 이번 리스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표에서의 아쉬운 점은 리스트의 상위권으로 갈수록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약간은 부족해 보이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영국 공연계가 아직까지는 보수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인데 근래에 이르러서야 니카 번스, 소냐 프리드만, 로즈마리 스쿼이어, 샐리 그린, 주드 켈리등의 여성파워가 리스트에 진입할 수 있었던 사실과, 아직까지 리스트에 아시아나 흑인 문화 등의 다른 커뮤니티 문화를 대표하는 인물이 없다는 사실에서 아쉬움을 표현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또한 리스트는 프로듀서와 연출가, 배우 및 작가를 중심으로 선발하여 그 외에도 공연계에 영향력있는 언론 및 테크니션, 스테이지 매니져 등이 포함되지 못하는 모습도 아쉬워 보인다.


[ⓒ 플레이DB www.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