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을 건너 -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 사이
작성일2010.02.08 조회수6132
의, 2009년 토니상 리바이벌 뮤지컬상에 빛나는 ..');)
브로드웨이의 프로덕션이 웨스트엔드로 오거나, 그 반대로 웨스트엔드 공연이 브로드웨이로 건너 갈 경우, 현지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원래의 공연을 재생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이번 <헤어> 웨스트엔드 리바이벌처럼 브로드웨이 전체 캐스트가 직접 공연하러 오는 경우는 근래에 들어서는 보기 드문 희귀한(?) 일이고, 일차적으로 웨스트엔드 배우들로부터 줄어드는 자신들의 활동영역에 대한 불만어린 의견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브로드웨이 배우들이 실력면에 있어서 웨스트엔드 배우들에 비해 월등하게 낫다면 모를까, 영국에도 출중한 배우들이 넘쳐 나는 상황에서 굳이 미국 배우들이 넘어오는 것은 어쩌면 그들에겐 당연한 불쾌감일 수도 있겠다.
배우들의 생존권과 제작자의 예술적 가치 판단사이
사실 이번 경우에만 국한해서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사이를 오가는 프로덕션의 배우 캐스팅 문제는 여러 이슈들을 안고 있다. 세계적으로 공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것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이고, 두 시장에서 생산해 내는 공연들이 미치는 문화,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단순히 배우 몇 명이 대서양을 건너는 일로 치부하기엔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오페라의 유령> 사라 브라이트만
사실 전에도 이 문제가 불거져 커다란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브로드웨이 공연의 경우, 오리지널 크리스틴 역의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이 뉴욕에서 다시 그 역을 맡는 것에 대해 미국 배우연합의 반대가 있었고, 당시 앤드류 로이드 웨버(제작자)는 그의 런던 차기 작에 미국 배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는 조건으로 사라 브라이트만을 브로드웨이 무대에 세울 수 있었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 브로드웨이 공연의 경우에도 엔지니어 역을 런던 오리지널 배역이었던 조나단 프라이스(Jonathan Pryce)가 맡는 것에 대한 미국 배우연합의 반대가 발단이 되어, 당시 프로듀서였던 매킨토시가 뉴욕공연 취소를 발표하며 배우연합과 맞서는 상황이 연출 되기도 했다. 사건은 당시 미국 배우연합이 양보하면서 일단락되었지만, 배우가 대서양을 건너서 공연을 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로 매킨토시가 브로드웨이의 <헤어>를 그대로 웨스트엔드로 들여오게 되었다. ‘배우들의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옳다’ 또는 ‘제작자의 예술적 가치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라고 한쪽 편만 들어 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배우들에게 이 문제는 생존권과 직결되어 있고, 프로듀서에게는 예술적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공연을 관객들에게 선보여야 하는 의무와 권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상생하는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
역사적으로 영국과 미국의 배우들은 각자 배우연합(Equity)을 구성하고 자국 배우들의 권익과 활동을 보장하려고 노력해 왔다. 앞서 언급한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과 영국의 배우연합에서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서로간의 상호 교류 조건을 체결하기도 하였는데, 기본적으로 영국 배우들이 미국에서 공연을 하면 그 수와 동등한 미국 배우가 영국에서 공연할 수 있게 하는 조건이 그것이다. 다행히 이번 <헤어> 런던 리바이벌의 경우, 이 배우 교환조건을 적용하기로 해서 큰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사실 이 조건이 현실적으로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전체적인 시각에서 볼 때 자국 배우들의 보호만을 고려해 두 시장의 상호 교류를 제한하기엔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는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발전하는 상생과 선의의 경쟁 관계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분명히 브로드웨이는 브로드웨이만이 가지는 장점과 특성이 있고, 웨스트엔드는 웨스트엔드만의 돋보이는 부분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두 거대 시장에서 올려지는 다양한 작품들이 전세계적으로 공연 팬들을 끌어들이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연극 <엔론>의 한 장면
최근 두 시장간의 공연 왕래 흔적만 살펴보아도 두시장의 교류는 끊임없이 일어난다. 지난 브로드웨이 통신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런던 메니에 쵸콜릿 팩토리 프로덕션의 <어 리틀 나잇 뮤직>이 뉴욕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메니에 프로뎍션은 이밖에도 근래에 <선데이 인 더 파크 위드 조지>를 수출한 적이 있었고, 히트작 <라 카지 오 폴>도 곧 뉴욕에 선보일 예정이다) 작년 영국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브로드웨이를 강타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연극쪽에서는 작년 가을 돈마 웨어하우스 프로덕션의 주드 로 출연 <햄릿>도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했었고, 최근 막을 내린 연극 <레드>도 브로드웨이 행을 발표했다. 또 로열 코트의 연극 <엔론>도 브로드웨이 이전을 준비한다고 한다.
브로드웨이 작품들이 웨스트엔드에 오는 것도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저지 보이스>, <스프링 어웨이크닝>, <금발이 너무해>등 대형 뮤지컬 작품들이 최근에 들어왔었고, 연극도 <오거스트: 오시지 카운티>, <뜨거운 양철 지붕위의 고양이>, <리틀 도그 래프트`> 등의 브로드웨이 흥행작들이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웨스트엔드로 진출했다. 물론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관객들 입맛이 꼭 같지는 않아서 <스프링 어웨이크닝>처럼 대서양을 건너다 좌초하는 경우도 가끔 생기기도 하지만, 이는 어쩌면 두 시장이 각각 독자적인 특징을 가지고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지 않을까?
교류를 통한 확대 재생산
결과적으로 이러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상호 교류가 균형의 문제점은 있을지언정 양쪽 모두에 더 많은 기회와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는 다른 특별한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배우들의 일자리 뿐 아니라 공연계 인력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는 더욱 늘어나고, 또한 관객들의 입장에서도 굳이 대서양을 건널 필요 없이 검증된 질 좋은 공연을 손쉽게 볼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받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문제의 한 축은 앞서 언급한 배우들의 입지를 어떻게 보장해 주는가 하는 것인데, 그래서 이번 <헤어> 런던 리바이벌 공연이 웨스트엔드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헤어>,<엔론>,
사라 브라이트만 사진출처 Broadway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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