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중심으로 영국 여러 지역에서 일어났던 폭동은 영국 국민들 뿐 아니라 필자와 같이 영국에 체류중인 외국인들에게도 심각한 상처를 남겼다. 상점들이 약탈당하고 화염에 휩싸이며, 무고한 사람들이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이 나라가 안고있는 여러 정치, 사회적 문제점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단기적으로는 영국 정부와 경찰의 강경 대응으로 폭동이 진정되는 분위기이지만,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러한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날 가능성은 다분하기에 이번 사태를 쉽사리 지나치긴 힘들다. 폭동의 원인에 대한 여러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런던의 극장가도 이번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가장 위험했던 폭동 지역의 극장들
폭동이 일어났던 지역에 위치했던 지역 극장들은 폭동에 대비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런던 동쪽 스트랏포드(Stratford)의 시어터 로열 스트랏포드 이스트 극장(TRSE)과 런던 북쪽 해크니(Hackney)에 위치한 해크니 엠파이어 극장(Hackney Empire Theatre)은 이번 폭동 지역 안에 위치해 있어 이번 사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컸었다.

지난 8일(월), 스트랏포드 이스트 극장은 경찰의 충고에 따라 직원들을 모두 조기 귀가 시키고 극장 문을 일시적으로 닫을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메인 스테이지 공연이 계획되어 있지 않아 공연을 취소하는 번거로움은 피했지만 극장 안의 바에서 계획되었던 코미디의 밤 행사는 영향을 받았다.

해크니 엠파이어도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었다. 평소에도 런던에서 위험한 지역으로 통하는 해크니는 이번 폭동의 중심지 중 하나였다. 지난 주 공연이 계획되어 있지 않아 공연이 취소되는 일은 없었지만 극장은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고, 극장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여름 프로그램은 지난 주 새들러스 웰스(Sadler’s Wells) 극장으로 옮겨 진행해야 했다. 40여명의 지역 청소년들이 참가한 워크숍 성격의 이번 프로그램은 극장 주변의 폭동으로 인해 지역 안에서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었다.

두 극장 모두 다행히도 방화나 약탈의 피해는 없었지만, 역사적으로 유서 깊고 웨스트엔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지역 극장들이기에 이번 폭동에 크게 휘말렸더라면 영국 공연계로서는 커다란 손실을 입는 결과를 맞이했을 것이다.


여러 지역 극장들의 잇따른 공연 취소
폭동이 심각했던 지난 9일(화)에는 런던의 여러 극장들이 공연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폭동이 런던 중심부에는 심하게 번지지 않아 웨스트엔드에 몰려있는 상업 극장들은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았으나, 폭동지역에 가깝게 위치해 있는 극장들은 안전을 고려해 공연을 취소하거나 문을 일찍 닫아야 했다.

서덕(Southwark)에 위치한 유니온 극장(Union Theatre)은 트위터를 통해 ‘모든 이들의 안전을 위해 오늘 저녁 공연을 취소할 수 밖에 없다’면서, (피해를 대비해) 극장 바깥을 합판으로 덧대었고, 더불어 극장은 ‘실망스럽고, 슬프면서도 조금은 무섭다’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달스톤(Dalston)에 위치한 아콜라 극장(Arcola Theatre) 또한 이번 폭동의 피해자였다. 극장 대변인은 ‘달스톤 킹스랜드 지역은 거의 모두 문을 닫은 상태로 아콜라 극장도 오늘 저녁 공연을 취소할 수 밖에 없다’고 전하며 현재 티켓을 예약한 모든 관객들에게 공연 취소 사실을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니치(Greenwich)에 위치한 그리니치 플레이 하우스(Greenwich Playhouse) 또한 지역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저녁 공연을 취소하였고, 뎁포드(Depford)에 위치한 알바니 극장(The Albany Theatre) 또한 폭동이 일어났던 루이샴(Lewisham)과 가까워 경찰의 의견에 따라 문을 닫았다. 바터씨 아츠 센터(BAC)역시 극장을 4시 30분쯤 닫아 극장 직원들의 안전한 조기 귀가를 독려했으며, 클랩햄에 자리잡은 펍 극장으로 유명한 란도 극장(Landor Theatre)이나 이즐링턴 지역을 대표하는 펍 극장 킹스 헤드(King’s Head), 브롬리(Bromley)의 처칠 극장(The Churchill Theatre)과 바터씨(Battersea)의 시어터 503(Theatre 503), 바킹 (Barking)의 브로드웨이 극장(Broadway Theatre)도 이번 폭동의 영향으로 극장 문을 일시적으로 닫아야 했다.


다행히도 위에 언급된 극장들이 공연을 취소하는 피해 이외에 다른 심각한 피해는 모면했으나, 영국 신문 가디언에 따르면, 페컴에서 폭동에 가담한 100여명의 폭도들이 다음 목적지로 웨스트 엔드를 언급했다는 사실을 생각했을 때 자칫하여 런던 중심부가 이번 폭력 사태에 휘말려 들었다면 웨스트 엔드도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내년 런던 문화 올림피아드에도 영향을 줄 듯
이번 폭동으로 인해 공연계 뿐 아니라 내년 런던 올림픽과 함께 계획되고 있는 문화 올림피아드 행사도 영향을 받을 것 같다. 지난 주 문화 올림피아드 행사 중 하나가 페컴(Peckham) 지역에서 개최되려다 폭동으로 인해 취소된 사실은 이러한 상황을 잘 대변한다.

사실 영국은 내년 올림픽을 호기로 문화 예술적으로도 자신들의 역량을 세계에 보여줄 야심찬 계획을 문화 올림피아드(Cultural Olympiad)라는 이름으로 추진중인 상태였고, 공연계도 이에 발맞춰 여러 행사를 준비 중에 있었다. 그런데 이번 폭동으로 인해 계층간, 인종간의 사회적 통합이 부재한 영국 사회의 문제점은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었고, 이는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영국 문화계가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가 되었다. 과연 영국 문화계가 이러한 사회적 문제점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고민할지 지켜보아야 할 대목이다.

 

[ⓒ 플레이DB www.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