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문학에 한국 사회가? '산울림 고전극장'
작성일2017.02.03 조회수672
산울림 소극장 기획 지원·신진 극단 참여
연극과 문학의 만남 시도해
2년 연속 그리스 고전 문학 테마로
사회 현실 반영한 현대적 이야기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늑대의 왕이 굶주린 무리에게 말한다. “앞으로 사냥한 것은 동등하게 나눠서 갖자.” 사실 왕은 늑대들 몰래 어린 양을 먹이로 숨기고 있다. 이를 모르는 늑대들은 잃어버린 새끼를 구하기 위해 왕에게 부탁한다. 그러나 왕은 거절한다. “새끼는 또 낳으면 되잖아.” 무리의 말을 듣지 않는 왕. 마치 리더를 잃어버린 한국사회 같다.
고대 그리스 문학이 한국사회를 반영한 이야기로 무대에 오른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산울림 소극장에서 막을 올린 ‘산울림 고전극장 2017’이다. 산울림 소극장이 기획하고 신진 극단들이 참여해 문학과 연극의 만남을 시도하는 프로젝트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그리스 문학을 테마로 한 네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첫 번째는 공상집단 뚱딴지의 ‘이솝우화’(2월 12일까지)다. 노예이자 이야기꾼이었던 아이소포스가 지은 우화 모음집 속 300여 편의 에피소드 중 11편을 골라 하나로 엮었다. 굶주림 속에 만난 새끼 양 때문에 고민하는 여우들, 고기를 낚기 위해 고생하는 어부들, 힘겨루기를 하는 바람과 해, 무능한 왕을 따르는 늑대 무리 등 이솝우화 속 여러 에피소드가 사계절의 변화와 함께 펼쳐진다.
8명의 성인 배우가 사람부터 동물까지 많은 캐릭터를 연기한다.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바람·바다·강·새 등 자연의 소리도 만들어낸다. 새끼 양으로 등장하는 아역 배우는 천진난만한 연기로 관객 시선을 붙잡는다. 기승전결을 갖추지 않은 극 전개가 다소 낯설다. 하지만 주제는 명확하다. “자연스러운 것은 무엇인가”란 질문이다.
지난 1일 산울림 소극장에서 연 시연회에서 연출가 황이선은 “지금 고전을 다시 무대에 올려야 한다면 그것은 고전이 현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솝우화’ 속에서 황 연출이 찾아낸 메시지가 바로 ‘자연스러움’이었다. 지금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것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다.
황 연출은 “(작품 속 늑대 에피소드에서) 우리의 트라우마로 남은 어떤 사건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특정 사건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싶지는 않았다. 진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리더가 방관하고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이치가 무엇인지였다”고 밝혔다. 또한 “늑대 에피소드를 넣어야 할지 우려도 있었다. 그럼에도 고전을 다시 무대에 올리는 이유로서 이 이야기를 고집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솝우화’에 이어 차례대로 선보이는 다른 세 작품도 나름의 방식으로 한국 사회와 현실을 반영한다. 극단 작은신화의 ‘카논-안티고네’(2월 15일~26일)는 왕녀 안티고네의 이야기로 국가와 국민·남자와 여자·윗세대와 아랫세대 간의 갈등을 다룬다. 맨씨어터의 ‘아이, 아이, 아이’(3월 1일~12일)는 영웅들에 가려진 일반인의 비애를 이야기한다. 창작집단 LAS의 ‘헤카베’(3월 15일~26일)는 죽은 아들의 복수를 한 어머니를 통해 사회와 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산울림 소극장의 임수진 극장장은 “고전이란 길게는 2000년 넘게 전해지고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고전은 어느 시대에나 어울린다는 점에서 현대적이다”라고 ‘산울림 고전극장’을 기획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5년째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우리 공연을 본 뒤 고전을 다시 읽게 된 관객을 많이 만났다. 이것이 ‘산울림 고전극장’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이자 매력”이라고 했다.
‘산울림 고전극장’은 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산울림 소극장이 신진 극단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임 극장장은 “산울림 소극장은 공연의 전체 기획만 할 뿐 작품 제작은 각 극단에게 최대한 자유를 주고 있다”며 “그리스 고전을 시작으로 문학의 역사를 시대별로 짚어가며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연극과 문학의 만남 시도해
2년 연속 그리스 고전 문학 테마로
사회 현실 반영한 현대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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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늑대의 왕이 굶주린 무리에게 말한다. “앞으로 사냥한 것은 동등하게 나눠서 갖자.” 사실 왕은 늑대들 몰래 어린 양을 먹이로 숨기고 있다. 이를 모르는 늑대들은 잃어버린 새끼를 구하기 위해 왕에게 부탁한다. 그러나 왕은 거절한다. “새끼는 또 낳으면 되잖아.” 무리의 말을 듣지 않는 왕. 마치 리더를 잃어버린 한국사회 같다.
고대 그리스 문학이 한국사회를 반영한 이야기로 무대에 오른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산울림 소극장에서 막을 올린 ‘산울림 고전극장 2017’이다. 산울림 소극장이 기획하고 신진 극단들이 참여해 문학과 연극의 만남을 시도하는 프로젝트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그리스 문학을 테마로 한 네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첫 번째는 공상집단 뚱딴지의 ‘이솝우화’(2월 12일까지)다. 노예이자 이야기꾼이었던 아이소포스가 지은 우화 모음집 속 300여 편의 에피소드 중 11편을 골라 하나로 엮었다. 굶주림 속에 만난 새끼 양 때문에 고민하는 여우들, 고기를 낚기 위해 고생하는 어부들, 힘겨루기를 하는 바람과 해, 무능한 왕을 따르는 늑대 무리 등 이솝우화 속 여러 에피소드가 사계절의 변화와 함께 펼쳐진다.
8명의 성인 배우가 사람부터 동물까지 많은 캐릭터를 연기한다.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바람·바다·강·새 등 자연의 소리도 만들어낸다. 새끼 양으로 등장하는 아역 배우는 천진난만한 연기로 관객 시선을 붙잡는다. 기승전결을 갖추지 않은 극 전개가 다소 낯설다. 하지만 주제는 명확하다. “자연스러운 것은 무엇인가”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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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산울림 소극장에서 연 시연회에서 연출가 황이선은 “지금 고전을 다시 무대에 올려야 한다면 그것은 고전이 현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솝우화’ 속에서 황 연출이 찾아낸 메시지가 바로 ‘자연스러움’이었다. 지금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것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다.
황 연출은 “(작품 속 늑대 에피소드에서) 우리의 트라우마로 남은 어떤 사건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특정 사건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싶지는 않았다. 진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리더가 방관하고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이치가 무엇인지였다”고 밝혔다. 또한 “늑대 에피소드를 넣어야 할지 우려도 있었다. 그럼에도 고전을 다시 무대에 올리는 이유로서 이 이야기를 고집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솝우화’에 이어 차례대로 선보이는 다른 세 작품도 나름의 방식으로 한국 사회와 현실을 반영한다. 극단 작은신화의 ‘카논-안티고네’(2월 15일~26일)는 왕녀 안티고네의 이야기로 국가와 국민·남자와 여자·윗세대와 아랫세대 간의 갈등을 다룬다. 맨씨어터의 ‘아이, 아이, 아이’(3월 1일~12일)는 영웅들에 가려진 일반인의 비애를 이야기한다. 창작집단 LAS의 ‘헤카베’(3월 15일~26일)는 죽은 아들의 복수를 한 어머니를 통해 사회와 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산울림 소극장의 임수진 극장장은 “고전이란 길게는 2000년 넘게 전해지고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고전은 어느 시대에나 어울린다는 점에서 현대적이다”라고 ‘산울림 고전극장’을 기획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5년째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우리 공연을 본 뒤 고전을 다시 읽게 된 관객을 많이 만났다. 이것이 ‘산울림 고전극장’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이자 매력”이라고 했다.
‘산울림 고전극장’은 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산울림 소극장이 신진 극단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임 극장장은 “산울림 소극장은 공연의 전체 기획만 할 뿐 작품 제작은 각 극단에게 최대한 자유를 주고 있다”며 “그리스 고전을 시작으로 문학의 역사를 시대별로 짚어가며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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