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끝으로 무대를 떠나있던 윤석화가 <신의 아그네스>로 돌아온다. 1983년 국내 실험극장 초연 당시 주인공 아그네스 역을 맡은 이후 25년 만에 아그네스가 아닌 닥터 리빙스턴 역을 맡는다.

1972년 미국의 존 필미어가 쓴 <신의 아그네스>는 아이를 낳아 탯줄로 목을 감아 죽인 젊은 수녀 아그네스의 이야기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닥터 리빙스턴과 원장수녀의 심리전과 이들 사이에 있는 아그네스를 통해 신과 인간, 그리고 믿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다. 국내 공연에서는 윤석화 이후 신애라, 김혜수 등 쟁쟁한 여배우들이 아그네스 역을 맡아 화제를 낳기도 했다.

지난 28일 배우 손숙의 사회로 진행된 <신의 아그네스> 제작발표회는 배우 전미도의 노래 ‘산타 마리아’로 문을 열었다. 공개되지 않은 신인배우 박혜정과 함께 아그네스 역을 맡은 전미도는 최근 막을 내린 창작 초연 뮤지컬 <사춘기>에서 순수한 여고생 수희 역을 맡아 호평을 받은 바 있다.

1983년 초연 당시 최장기 공연과 최다 관객 동원 등의 기록을 세우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윤석화는 이 작품을 두고 “이처럼 두렵고 떨리며 감사할 수 있는 작품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후 “아무것도 없이 연극 열정만으로 살았던 1983년 초연 당시로 돌아가고 싶었다”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영화 <고스트 맘마>, <찜>, <하루> 등과 드라마 <연애시대>의 감독을 맡은 한지승이 이번 작품으로 첫 연극 연출에 도전한다. 연극을 '가내수공업'에 비유한 한지승은 “영화와 연극 연출은 너무나 달라 힘이 들었다”고 하면서도 “매일의 변화 속에서 작품의 틀이 잡아지면서 호흡의 필요성과 다른 분야에서 느끼기 힘든 보람과 만족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분석력이 대단하고 정면에 서서 원하는 그림을 제시하는 조용하고 굳건한 연출”이라는 배우들의 말에 쑥스러워 하던 한지승을 두고, 곁에 있던 윤석화가 “뮤지컬도 하고 싶어 한다”고 말해 앞으로 뮤지컬 연출가로 설 가능성도 있음을 비쳤다.

닥터 리빙스턴의 윤석화와 원장 수녀 역을 맡은 연기파 배우 한복희, 놀라운 신인이라는 소개가 뒤따르는 전미도, 박혜정이 서는 <신의 아그네스>는 오는 12월 6일 막이 오른다.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